[완주신문]최근 지역 언론에 실린 전주시장의 발언을 접하며 개탄(慨歎)을 금할 수 없다. 그는 통합을 “마지막 기회”라 규정하며 마치 지금이 아니면 모든 미래가 닫힌다는 식으로 겁박하듯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군민의 삶과 자치권, 그리고 주민 의사다. 통합의 찬반을 떠나, 일방적 논리로 주민을 몰아붙이는 방식은 지방자치 정신과 거리가 멀다. 이는 곧 탁상공론(卓上空論)이자, 군민을 무시한 독단적 처사에 다름 아니다.
전주시장은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재정권한 확대, 국가 지원 확대를 근거로 “통합의 시너지”를 주장했다. 그러나 과거 2013년 통합 논의가 좌초된 이유를 되짚어야 한다. 당시에도 똑같은 명분, 똑같은 논리가 반복되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그 속내가 ‘균형 발전’이 아니라 ‘전주 중심 발전’임을 간파했다. 지금도 달라진 것은 없다. ‘균형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추진되는 것은 결국 전주 일극주의이며, 완주를 종속시키려는 시도일 뿐이다.
신문 인터뷰 속 발언들을 보면 “주민 삶의 변화”, “생활 인프라 확장”을 내세우지만, 그 출발점은 결국 행정적 결합이다. 통합은 도지사나 시장의 정치적 업적을 위한 정치적 쇼윈도가 아니다. 그것은 군민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는 중차대한 문제다. “정부 정책에 발맞추어야 한다”는 논리는 군민을 단순한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발상이다. 지방자치란 행정구역의 크기가 아니라 민의(民意) 존중에서 출발한다는 원칙조차 망각한 태도다.
완주군민이 우려하는 것은 단순한 행정구역 명칭 변경이 아니다.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복지·의료·교통 서비스는 전주 도심으로 빨려 들어가고, 농촌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이미 다른 지역 사례에서 증명된 현실이다. 창원·마산·진해 통합은 지금까지도 불균형과 갈등을 남겼으며, 대도시 중심으로의 편중은 주변 농촌과의 격차 심화라는 교훈을 남겼다. 전주가 말하는 “시너지”는 사실상 전주 일방 독식을 포장하는 허울에 불과하다.
지방소멸위기와 인구감소는 전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를 해결하는 길은 단순한 행정 통합이 아니라, 지역별 특화산업 육성, 농촌·도시 상생 모델 구축, 주민 주도형 생활 SOC 확충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도시 편입’이 아니라 지역 고유 정체성과 경쟁력 강화다. 완주는 농업과 농촌 자원을 기반으로, 전주는 도시 산업과 문화 인프라를 기반으로 상호 협력하면 된다. 굳이 행정구역을 하나로 합칠 필요는 없다.
이번 논의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공개 석상에서 오간 정치권의 발언들에서도 드러나듯 군민의 목소리가 실종됐다는 점이다. “균형 발전”을 말하면서도 정작 완주군민의 의견은 철저히 배제된 채, 정치인들의 계산과 행정 편의만이 전면에 내세워지고 있다. 이는 주객전도(主客顚倒)된 태도이자, 지방자치를 훼손하는 위험한 행태다.
지난 12년의 교훈은 명백하다. 주민을 설득하지 못한 통합은 성공할 수 없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협박성 구호가 아니라, “군민의 미래를 어떻게 함께 설계할 것인가”라는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완주군민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는 통합은 결국 발전이 아니라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뿐이다.
통합의 정당성은 행정 편의나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군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사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주민 없는 통합은 곧 지역 흡수이며, 이는 완주의 미래를 송두리째 빼앗는 길이다. 이제는 군민 중심의 자치(自治)를 바로 세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발전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