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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올 곧게 잘 자라고 있는 완주군

[완주신문]전라북도 완주군은 한국 소도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소도시가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험에 직면한 상황에서 완주군은 2025년 5월 인구 10만명을 돌파하며 36년만에 인구 10만 선을 회복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의미를 넘어 지방소멸의 시대에 소도시가 어떻게 자주권과 자치권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완주군은 전북특별자치도 내에서도 재정자립도 17.67%로 전북 평균 23.51%를 밑도는 수준이며, 소멸위험지수는 0.368로 ‘소멸위험진입 단계’에 있다. 특히 13개 읍면 중 8개 면이 소멸고위험 단계인 0.2 미만을 기록하고 있어 지역 내에서도 심각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완주군이 인구 증가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주적 정책 결정과 주민 중심의 자치권 강화에 있었다.

 

완주군은 외부 의존적 발전모델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완주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현대자동차, KCC, LS엠트론, 한솔케미칼 등 약 357개 기업이 입주해 1만8971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으며 테크노밸리 1·2단지, 농공단지, 과학산단, 수소특화 국가산단까지 총 370만평의 산업단지가 집적화되어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완주군이 미래 산업인 수소 분야에 발 빠르게 대응해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한 것이다. 이는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여건과 강점을 분석해 전략적으로 선택한 자주적 정책 결정의 결과다. 2024년 7월 기준 수출 규모 전북 3위, 근로자 평균 급여 전북 1위를 기록하는 등 지역경제를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성장했다. 테크노밸리 2산업단지의 경우 17개 기업이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예고하고 있으며 이는 2000여개의 신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전망이다. 분양률 81%를 기록하며 기업들의 완주 투자 열기를 보여주고 있다.

 

완주군의 자치권 강화는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가장 독창적으로 발현되고 있다. 2007년부터 시작된 커뮤니티 비즈니스 모델은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 내 자원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내생적 발전모델의 성공 사례다. 완주군 내에는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회사, 마을공동체, 중간지원조직 등 400개가 넘는 사회적경제 조직이 존재하며, 전체 군민의 약 10%에 해당하는 9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중 250여곳이 로컬푸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지역 내 순환경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 12곳에서 거둔 매출은 2018년 608억원에 달하며, 참여 농가 2500개가 기존 유통망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 소비자는 30% 정도 싼 가격에 안전한 먹을거리를 구매할 수 있어 모든 주체가 이득을 보는 상생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성과는 2018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완주를 로컬푸드 정책 우수 사례로 선정하며 ‘대한민국 최초로 사회적 농업정책을 펼쳐 여러 가지 혁신을 낳았다’고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완주군은 주민참여예산제도 운영에서도 전국 최고 수준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 연속 행정안전부 주민참여예산 우수자치단체로 선정되어 전국 유일의 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농촌형 지자체가 도시형 지자체보다 주민참여예산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일반적 상황과 대조되는 성과다. 완주군의 주민참여예산은 읍면단위 지역사업뿐만 아니라 군정전반, 아동청소년, 청년분야 등으로 확대되어 다양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특히 어린이·청소년 의회, 청년정책 네트워크단을 운영하며 이들이 사업 제안뿐만 아니라 실행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주민참여예산 규모는 73억6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2.7% 증액되었고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총 1855건, 196억원 규모의 주민참여예산사업을 추진했다. 이는 단순한 예산 배분을 넘어 주민들이 직접 지역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실질적 자치권의 구현이다.

 

외부 인프라 구축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완주군은 전북 혁신도시 내 이서면 지역에 지방자치 인재개발원,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식품연구원 등 13개 공공기관이 입주해 있어 지역의 혁신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혁신도시 조성 면적 985만㎡ 중 상당 부분이 완주군 관할로, 이는 중앙정부 정책과 지방자치가 조화롭게 결합된 성공 사례다. 완주군은 공공기관 2차 이전을 대비해 클러스터 부지 1만9302㎡를 58억원을 투입해 군유지로 확보했다. 이는 중앙정부의 정책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발전을 위해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자주적 정책 추진의 사례다.

 

완주군의 자치권 강화 노력은 2023년 한국지방자치경쟁력지수에서 전국 군단위 1위를 달성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종합점수 535.4점으로 2위 지자체인 기장군과 15.6점의 큰 폭 차이를 보이며 압도적인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는 전국 군단위 평균 443점과 전북도 평균 469.2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은 “완주군처럼 큰 폭으로 순위가 상승한 것은 흔치 않은 사례”라며, “도시인프라, 산업인프라, 보건복지, 문화교육 등 총체적인 지표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는 개별 분야의 성과가 아닌 종합적인 자치 역량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완주군은 2022년 문화도시로 선정되어 문화공동체와 인력 육성, 완주 문화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하고 있다. 정부의 ‘문화선도 산업단지’ 사업에 선정되고 322억원 규모의 ‘랜드마크 조성사업’도 확보하며 산업과 문화가 결합된 도시 발전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교육발전특구로 선정되어 특구당 최대 100억원이 지원되며, 교육청, 대학, 산업체, 지역기관과 협력해 지역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있다. 삼봉지구 중학교 신설이 확정되고 고운삼봉도서관도 개관하는 등 교육 인프라 확충을 통해 젊은 세대의 정착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이렇듯 완주군은 인구 10만명이라는 소도시 규모에서도 자주적 정책 결정과 주민 중심의 자치권 강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완주군은 ‘정말 올곧게 잘 자라고 있는’ 지자체이다. 그리고 이러한 완주군의 끊임없는 도전과 성장 사례는 지방소멸의 위기에 봉착한 전국 소도시들이 참고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자 진정한 지방자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희망의 메시지다.

 

하지만 이러한 완주군의 자치권과 자주권에 기반한 성장 모델을 단순히 광역화의 논리로 해체하려는 움직임은 매우 우려스럽다. 일부 정치적 이익집단이 거점도시 건설이라는 명목으로 균형발전에 성공한 완주군을 통합 대상으로 삼는 것은 완주군민들의 의지와 성취를 무시하는 일방적인 접근이다. 완주군은 이미 자체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인구 증가세를 보이며 지속가능한 발전 경로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처럼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 지역에 인위적인 통합이라는 외부적 변화를 강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발전 과정을 왜곡시키는 지극히 기형적인 모습이다.

 

마치 순조롭게 자라고 있는 나무에 성장촉진제를 인위적으로 투입해 급격한 변화를 유도하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완주군은 앞으로도 주민 주도의 자치권 확대와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 발전을 통해 더욱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소도시의 자주권과 자치권 강화는 더 이상 이상론이 아니라 완주군이 증명해 보였듯 이미 현실 가능한 목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