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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돈으로 통합을 유도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퇴행

[완주신문]최근 지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주·완주 행정통합을 추진하는 일부 시민단체가 ‘완주군민에게 1인당 200만원의 통합지원금을 지급하자’는 건의서를 전주시에 제출했다고 한다. 이 단체들은 통합 주민투표가 통과될 경우 1차 100만원, 2차 50만원, 3차 50만원 등 총 200만원을 지급하자는 구체적 방안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안은 겉으로는 ‘통합의 실질적 동력 확보’를 위한 조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완주군민의 의사와 자존심을 금전으로 매수(買收)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통합은 행정 편의나 재정 보조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과 자치권 그리고 주민의 삶의 질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다.

 

완주군민의 의사결정 과정에 현금성 지원을 앞세우는 것은 지방자치의 근본을 흔드는 일이다. 지방자치는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숙의, 그리고 자율적 판단 위에서 존립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앞세워 통합 찬성을 유도하는 것은 명백한 민주주의의 퇴행이자 행정윤리의 붕괴다.

 

전주시는 이미 약 6000억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으며, 완주군은 상대적으로 건전한 재정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전주시 인구 약 63만명, 완주군 인구 약 10만명의 비율로 볼 때 완주군민 1인당 200만원을 지급한다는 계산은 재정적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

 

이 재원은 결국 전주시민과 완주군민 모두의 세금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으며, 통합 이후 더 큰 세 부담과 갈등을 불러올 위험이 크다.

 

완주.전주 통합추진위원회와 완주전주상생발전네트워크가 제안한 주민투표 통과 시 조건부 현금 지급은 법적·행정적 타당성조차 불투명하다.

 

이는 향후 주민투표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행정 절차의 정당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주민투표는 정치적 거래가 아니라 순수한 민의의 표현이어야 한다.

 

완주는 이미 농생명 산업, AI 융합 산업, 로컬푸드, 농촌관광, 미래형 제조혁신단지 등 다각적 발전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 동력은 완주군의 자생력과 군민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결과이다. 통합이 이루어질 경우 완주의 독자적 정책 결정권은 전주시의 행정체계에 종속될 위험이 있으며 이는 완주가 그동안 쌓아온 균형발전과 자치행정의 성과를 되돌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과거 전국의 여러 자치단체 통합 사례를 보면, 초기에는 재정 지원과 행정 효율을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지역 불균형 심화, 인구 유출, 정체성 약화로 귀결된 경우가 많았다. 행정통합은 단순히 지도 위의 경계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역사와 삶, 그리고 공동체의 뿌리를 흔드는 결정이다.

 

필자는 완주군민으로서, 지역사회단체장으로서 분명히 말한다. 완주·전주 통합은 절대 반대한다.

 

완주의 자치권은 돈으로 사고팔 수 없으며, 완주는 완주의 길을, 전주는 전주의 길을 걸으며 협력과 상생의 지역 발전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자치의 가치이며, 군민의 자존과 미래를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