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신문]최근 논의되고 있는 완주·전주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다. 이는 완주군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지역 자치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독립적 발전의 흐름을 거스르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설령 통합 시청사를 완주 지역에 설치한다 해도, 실제 행정 중심과 예산 집행 권한은 전주 도심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삼봉·삼례·이서 일원의 혁신 성장사업, 농생명 산업 기반 구축, 문화복합도시 조성 등 완주가 주도해 온 핵심 사업들이 후순위로 밀려날 우려가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완주 외곽 농촌 지역인 고산, 비봉, 경천, 화산, 운주, 동산 등이 도시 중심 행정체계 속에서 철저히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 지역은 생활 인프라, 농업 정책, 교통망 등에서 점차 배제되어 행정 사각지대가 확대되고, 주민의 삶의 질 또한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완주는 지금까지 지역 주민이 직접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해 온 자치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통합이 이루어질 경우 이러한 자치 역량은 축소되고, 지역 출신 인사들이 의제 결정권을 가질 기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며, 이를 일방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미래 세대의 권한까지 박탈하는 일이다.
완주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행정·산업·문화 기능을 모두 갖춘 자족형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완주는 인구 15만 명 규모의 자족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러한 독립적 발전 동력은 인위적인 통합이 아니라, 완주만의 자치 모델을 통해 더욱 확장되어야 한다.
창원·마산·진해의 행정통합 사례를 돌아보면, 통합이 반드시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오히려 지역 간 갈등이 심화되고 도시 정체성은 약화되었으며, 주민 만족도 역시 높지 않았다. 완주는 전주의 행정 울타리 안으로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성장 축을 유지하면서 상생의 협력을 추구해야 한다.
또한, 현행 전북특별자치도법 제103조는 도지사가 주민 의견 수렴 없이 통합을 건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큰 문제이다. 이는 자치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조항이며,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어떤 방식의 행정구역 조정도 반드시 주민의 동의를 전제로 해야 하며, 그 절차 또한 민주적이어야 한다.
필자는 삼례 지역에서 오랜 시간 봉사활동과 지역사회 활동을 이어온 사람으로서, 그리고 완주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명히 말하고자 한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단지 ‘완주’라는 지명이 아니라, 완주가 쌓아온 자치와 자립의 가치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무리한 통합이 아니라, 완주의 고유한 정체성과 자치 기반을 토대로 한 지속 가능한 성장이다. 필자는 이 통합에 단호히 반대한다. 지역의 미래는 외부 논리가 아니라, 주민의 삶과 의지 위에서 결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