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신문]공자의 제자 자하가 시경의 한 구절을 묻자, 공자는 이렇게 답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먼저 흰 바탕을 마련한 뒤에 한다(繪事後素).” 형식보다 본질이, 채색보다 바탕이 먼저라는 뜻이다. 흰 바탕이 없으면 아무리 곱게 색을 칠해도 오래 가지 못한다. 정치와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먼저 세워야 할 것은 ‘외형적인 모습보다 내면적인 충실함’이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전북 정치권은 전주·완주 행정통합을 ‘전북 발전의 필수 조건’처럼 내세우고 있다. 정동영 의원은 “100년 전 철도시대, 세 번의 통합 기회를 놓쳤다”고 말하지만, 전북이 뒤처진 까닭은 통합 무산 그 자체가 아니다. 산업 기반, 인재 육성, 균형 정책이라는 바탕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작부터 사실 왜곡도 있었다. 김관영 도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은 “완주군민이 먼저 통합을 건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두 사람이 선거공약으로 꺼낸 것이 발단이었다. 이후 ‘군민 선택’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는 지도자의 자세라 보기 어렵다. 맹자는 이런 책임 회피를 이를 일찍이 꾸짖은 바 있다. “백성이 굶어 죽으면 ‘내 책임이 아니라 흉년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사람을 찔러
[완주신문]최근 지역 언론에 실린 전주시장의 발언을 접하며 개탄(慨歎)을 금할 수 없다. 그는 통합을 “마지막 기회”라 규정하며 마치 지금이 아니면 모든 미래가 닫힌다는 식으로 겁박하듯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군민의 삶과 자치권, 그리고 주민 의사다. 통합의 찬반을 떠나, 일방적 논리로 주민을 몰아붙이는 방식은 지방자치 정신과 거리가 멀다. 이는 곧 탁상공론(卓上空論)이자, 군민을 무시한 독단적 처사에 다름 아니다. 전주시장은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재정권한 확대, 국가 지원 확대를 근거로 “통합의 시너지”를 주장했다. 그러나 과거 2013년 통합 논의가 좌초된 이유를 되짚어야 한다. 당시에도 똑같은 명분, 똑같은 논리가 반복되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그 속내가 ‘균형 발전’이 아니라 ‘전주 중심 발전’임을 간파했다. 지금도 달라진 것은 없다. ‘균형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추진되는 것은 결국 전주 일극주의이며, 완주를 종속시키려는 시도일 뿐이다. 신문 인터뷰 속 발언들을 보면 “주민 삶의 변화”, “생활 인프라 확장”을 내세우지만, 그 출발점은 결국 행정적 결합이다. 통합은 도지사나 시장의 정치적 업적을 위한 정치적 쇼윈도가 아니다. 그것은 군민의
[완주신문]한국의 이동권은 사실상 자동차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도로, 주차장, 주거단지 등 생활 방식 모두가 ‘차가 있다는 가정’ 위에서 돌아간다. 하지만 자가용 이용이 제한된 계층, 즉 나이가 들거나 장애가 생기면, 혹은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이 구조에서 곧바로 배제된다. 내 어머니가 그렇다. 30년 넘게 무사고로 운전해 왔지만, 이제는 고령이 되었고, 시력을 잃은 아버지를 돌보느라 차를 놓을 수 없다. 체육공원이나 수영장에 가는 일상조차 차 없이는 감당하기 어렵다. 노인 무료 택시 제도는 있지만, 번거로운 절차 때문에 쉽게 이용하지 못한다.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믿을 수 없다면 자동차를 놓는 순간 곧바로 삶의 반경이 줄어든다. 이 이야기는 비단 한 가족의 문제가 아니다. 노인, 장애인, 청년, 저소득층 모두가 자동차 없는 삶을 꾸려가기 어려운 사회 구조 속에서 비슷한 장벽에 부딪힌다. 그래서 해외 여러 도시는 대중교통의 이용을 쉽게할 목적의 일환으로 요금을 없애고, 이동권을 보편적 권리로 보장하려는 실험에 나섰다.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은 2013년 세계 최초로 수도 단위 전면 무상교통을 도입했고, 룩셈부르크는 2020년 국가 차원에서 무상교통을 시작했
[완주신문]최근 완주군민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주시와의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통합 찬성 측이 내세우는 ‘AI센터 유치’ 등의 공약이 실질적인 혜택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합에 동의하지 않으면 AI센터를 주지 않겠다"는 취지의 소문이 돌면서, 그동안 통합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측의 진정성에 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의 재편이 아니다. 지역 주민의 삶, 정체성, 미래 발전 방향을 좌우하는 중대한 결정이다. 따라서 통합을 주장하는 측은 누구보다도 신뢰를 바탕으로 주민들을 설득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현재의 흐름은 그 정반대로 가고 있다. 마치 ‘통합하면 다 해주겠다’는 식의 장밋빛 약속을 내세우면서, 이면에서는 통합을 거부할 경우 불이익을 주겠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면, 이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이런 식의 밀어붙이기는 군민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통합 논의 전반에 대한 반감을 키울 뿐이다. 만약 통합이 진정으로 완주와 전주 모두를 위한 길이라면, 공정한 논의와 투명한 정보 제공이 먼저여야 한다. 행정 편의나 정치적 계산이 아닌, 군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질 향상이
[완주신문]전라북도는 오랜 기간 대한민국 균형 발전, 서해안 시대, 국토 대개조의 상징적 과제를 짊어져 왔다. 그 핵심에는 ‘새만금’이 있다. 그러나 최근 전북도정의 초점이 완주·전주 통합으로 급격히 쏠리면서 도민사회 곳곳에서 심각한 우려와 의구심이 제기된다. 과연 지금 도정의 에너지가 한정된 행정구역 통합 논쟁에만 집중되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아니면 이는 오히려 새만금 갈등 해소라는 본령의 책임을 회피하고 도민사회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전략적 ‘의제 전환’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본 기고문은 이 의문을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해부하고자 한다. ■새만금, 30년 갈등의 현주소와 도지사의 책무 새만금 사업은 1989년 착공 이래 군산-김제-부안 3개 시군의 행정구역, 방조제, 신항만, 수변도시 관할권 분쟁과 환경·생태계 파괴 우려, 어업권 및 주민 생계 갈등, 매립 공사로 인한 민원 등 수도 없는 복합적 난제를 내포해 왔다. 최근에는 이차전지 특화단지 조성에 따른 폐수 처리 문제, 새만금신항 운영권 논란, 그리고 잼버리 실패 후 국제적 신인도 하락 등 도정이 집약적으로 대응해야 할 현안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갈등과 혼선 속에서 도지사가 수행
[완주신문]전주시는 그간 전라북도의 중심도시로서 행정, 문화, 경제 전반에 걸쳐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전북의 도청소재지로서, 도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전주시는 자연스럽게 전라북도의 중심이라는 위치를 점유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중심 역할은 오로지 전주시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도내 13개 시·군의 지속적인 인구 유입과 자원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전라북도 전체가 전주시의 성장에 공헌해왔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주시는 이제 와서 완주군과의 행정통합을 추진하며 마치 과거 일제강점기에 인구 증가에 따라 전주와 완주가 분리된 것이 강제였고, 이제는 그것을 되돌려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역사적 맥락을 왜곡한 일방적인 주장일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의 자치권을 무시하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수도권에 집중된 행정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해 균형 있는 국가 발전을 꾀했던 ‘혁신도시 정책’은 각 도의 도청 소재지를 피해 새로운 거점 도시를 형성하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전라북도는 예외였습니다. 유일하게 도청 소재지인 전주에 혁
[완주신문]작금 이시기에 전북특별자치도지사와 전주시장은 완주·전주 통합이 완주·전주가 발전하는 길이라고 완주군민을 현혹하고 있습니다. 통합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우리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특례시를 만들겠다고 하는 데 특례시가 되면 큰 발전의 동력이 된다고 하고 있는데 과연 그럴까요? 심지어 김관영지사님은 특례시 인구 하한선을 50만으로 낮추겠다고 했습니다. 현재 특례시 인구기준 100만명입니다. 특례시는 입법사항(국회의결필요)이어서 도지사 의지대로 되는 것도 아닙니다. 특례시가 된다 한들 결론을 말하자면 이름만 특례이지 별반 다를께 없습니다. 특례시라는 용어 자체도 군민들이 혼란스럽다고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특례시가 광역시와 같은 기준이고 특례라는 글자에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광역시는 자치구(기초지방자치단체)를 둘 수 있는데 특례시는 자치구는 둘 수 없고 일반구(자치권 없음)를 둘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즉, 전주시장이 완주·전주가 통합되면 전주시를 4개구로 나누고 완주군에 완주구를 두겠다고 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가장 중요한게 자치권(자주권)인데 일반 구는 자치구가 아니기 때문에 전주시장의 보조기관에 불과합니다. 일반구
[완주신문]최근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 그리고 전주 지역 국회의원 3인이 완주-전주 행정통합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들은 통합의 당위성과 전주시의 성장 논리를 앞세우며 통합 추진의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완주군민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우려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통합 논의는 주민의 삶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추진 방식은 소통보다는 일방적 통보에 가깝다. 김관영 지사와 우범기 시장은 통합 시 기대되는 경제적 효과와 전북권 발전이라는 추상적 이익만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완주군민들이 우려하는 생활권 침해, 자치권 약화, 지역 소외 문제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나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완주는 그 자체로 독립된 행정체로서, 산업단지와 농업, 교육, 주거 기능이 조화롭게 결합된 균형 잡힌 지역이다. 이러한 지역을 '전주의 외곽'으로 전제한 채 일방적으로 흡수하려는 듯한 태도는 오만한 중앙집중적 시각에 다름 아니다. 전주 지역 정치권이 주도하는 통합 담론은 결국 ‘전주를 위한 통합’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더 심각한 것은 통합 찬반의
[완주신문]최근 완주와 전주 간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며 수면 위로 급격히 떠오르고 있다. 며칠 전 필자는 하승수 변호사의 유튜브 강의를 시청하며, 이 문제가 단순한 행정개편이 아니라 주민 자치와 민주주의를 뿌리부터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을 절감하게 되었다. 이 글은 그 강의를 듣고 느낀 문제의식을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통합이 정말로 지역과 주민을 위한 길이라면, 그 출발 역시 주민의 뜻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논의되는 방식은 처음부터 잘못된 구조이다. 첫째, 통합은 헌법과 지방자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17조와 제118조는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설치·폐지 등 주요 사안은 주민의 동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 또한 지방자치법 제4조는 자치단체의 폐치분합은 주민투표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2023년 시행된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103조는 도지사가 시·군 통합을 '건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주민 동의와 주민투표를 전제로 한 지방자치법과 충돌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주민투표, 공청회, 의회 의결 없는 통합 추진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완주신문]전라북도 완주군은 한국 소도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전국 대부분의 소도시가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험에 직면한 상황에서 완주군은 2025년 5월 인구 10만명을 돌파하며 36년만에 인구 10만 선을 회복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의미를 넘어 지방소멸의 시대에 소도시가 어떻게 자주권과 자치권을 강화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완주군은 전북특별자치도 내에서도 재정자립도 17.67%로 전북 평균 23.51%를 밑도는 수준이며, 소멸위험지수는 0.368로 ‘소멸위험진입 단계’에 있다. 특히 13개 읍면 중 8개 면이 소멸고위험 단계인 0.2 미만을 기록하고 있어 지역 내에서도 심각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완주군이 인구 증가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주적 정책 결정과 주민 중심의 자치권 강화에 있었다. 완주군은 외부 의존적 발전모델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완주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현대자동차, KCC, LS엠트론, 한솔케미칼 등 약 357개 기업이 입주해 1만8971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으며 테크노밸리 1·2단지, 농공단지, 과학산
[완주신문]최근 논의되고 있는 완주·전주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이 아니다. 이는 완주군이 수십 년간 축적해 온 지역 자치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독립적 발전의 흐름을 거스르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설령 통합 시청사를 완주 지역에 설치한다 해도, 실제 행정 중심과 예산 집행 권한은 전주 도심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삼봉·삼례·이서 일원의 혁신 성장사업, 농생명 산업 기반 구축, 문화복합도시 조성 등 완주가 주도해 온 핵심 사업들이 후순위로 밀려날 우려가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완주 외곽 농촌 지역인 고산, 비봉, 경천, 화산, 운주, 동산 등이 도시 중심 행정체계 속에서 철저히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 지역은 생활 인프라, 농업 정책, 교통망 등에서 점차 배제되어 행정 사각지대가 확대되고, 주민의 삶의 질 또한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완주는 지금까지 지역 주민이 직접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해 온 자치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통합이 이루어질 경우 이러한 자치 역량은 축소되고, 지역 출신 인사들이 의제 결정권을 가질 기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는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며, 이를 일방적으로 포기하는 것은 미래 세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