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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통합은 결단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김관영 도지사의 신년사와 이어진 정동영 통일부 장관 및 이원택 의원의 발언을 계기로 전주·완주 행정통합이 다시 언급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어떠한 공식적인 절차가 없는 상황에서 통합이 여전히 가능한 선택지인 것처럼 비쳐질 수 있는 메시지가 반복되면서 완주 지역사회에는 또 다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은 통합 논의를 다시 꺼내 지역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킬 시점이 아니다. 지난 수년간 완주·전주 통합 논의 과정에서 완주 지역사회는 심각한 분열과 피로를 겪었다. 이제는 갈등을 봉합하고 민심을 안정시켜, 완주의 미래 성장과 지역 공동체 회복에 집중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완주군민 다수는 완주·전주 통합이 단기간 내, 특히 연내에 현실화될 사안이라고 보지 않는다. 통합여부는 행정이나 정치권의 속도전으로 결정될 문제가 아니라, 오로지 군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인식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일부 정치인의 결단이나 주장만으로 군민의 삶과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수 없다는 점을 군민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최근 통합 논란은 이재명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전략인 ‘5극 3특’, 그리고 피지컬 AI 조성사업과도 연결돼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5극 3특’ 전략에서 전북특별자치도는 강원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3특’, 즉 특별자치도 권역으로 분류된다. 이는 전북의 발전 해법이 기초자치단체 통합에 있는 것이 아니라, 특별자치도 자체의 재정특례와 권한 강화를 통해 성장하도록 설계돼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전북자치도는 지난해 12월15일 ‘5극 3특’ 대응을 위해 재정특례 입법과 발전전략을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세미나를 개최하며, 국고보조금 기준보조율 특례 도입,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내 ‘3특 특별광역권’ 신설 등 전북형 재정특례 확보 방안을 공식적으로 모색한 바 있다. 이는 통합이 아니라 특례와 권한 강화를 통해 전북의 재정 자율성과 성장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방향이다.

 

피지컬 AI 조성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이 사업은 국가전략기술을 기반으로 산업·연구·실증이 결합된 정책사업으로, 통합 여부와는 무관하다. 이 사업은 국가전략기술과 산업·연구·실증이 결합된 정책으로, 미래산업의 입지는 행정구역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와 기술 기반이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 이를 통합 논리로 전환하는 순간, 지역은 또다시 논쟁과 갈등의 소모전에 빠질 수 있다.

 

전북의 경쟁력은 어느 한 도시의 규모 확대에서 나오지 않는다. 전북 14개 시·군이 각자의 역할을 살리며 연대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이 만들어진다. 농생명, 수소·에너지, 첨단산업, AI, 농촌·도농균형 정책은 모두 전북 전역의 균형 있는 발전을 전제로 한다. 완주·전주 통합은 거점도시 조성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구조적으로는 인근 읍·면과 주변 지역의 소멸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완주군민은 통합을 감정적으로 반대해 온 것이 아니다. 수차례 여론조사에서 확인됐듯, 군민들은 통합의 실질적 효과에 대한 의문, 자치권과 재정 악화에 대한 우려, 일방적 추진 방식의 문제를 냉정하게 판단해 왔다. 이는 성숙한 자치의식의 표현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합을 둘러싼 정치적 결단론이 아니다. 특별자치도로서 전북이 어떤 특례를 확보하고, 어떤 균형발전 전략으로 미래를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이다. 통합을 전제로 한 성급한 메시지는 지역사회에 또 다른 상처만을 남길 뿐이다.

 

본인은 완주군의회 완주·전주통합반대 특별위원장이자 완주군민으로써 분명히 밝힌다. 완주·전주 통합은 그 누구의 정치적 선택 대상이 아니며, 전적으로 완주군민이 결정할 사안이다. 그 과정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하며, 군민의 뜻이 왜곡되거나 우회되는 방식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지금은 통합을 말할 때가 아니라, 민심을 하나로 모아 전북특별자치도의 길을 분명히 하고 완주의 미래를 차분히 설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