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신문]사상 초유의 불법 계엄 내란 사태를 극복하고 국민주권 정부가 출범한 지 백일을 맞고 있다. 새 정부의 국정 기조에 조응하는 지역발전 전략을 추진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우리 전북도정은 완주·전주 통합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의 늪에 빠져 있으니 안타깝다. 필자는 행정안전부에서 자치분권정책관을 맡아서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업무를 담당했었다. 전라북도 행정부지사로서 지난해 1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실무적으로 총괄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완주-전주 통합 문제를 살펴보고 완주와 전주의 진정한 상생 협력을 위한 제언을 하려 한다. 세차례의 기고 중 마지막 순서로 전북의 미래를 위한 완주와 전주의 상생 협력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완주·전주 통합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결코 전북 발전을 거부하는 외침이 아니다. 완주군민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산업화 과정에서 낙후된 전북이 다시 예전의 영광을 되찾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자리잡고 있다. 그 바람은 통합을 주장하는 이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다만, 통합이라는 길이 아니라 상생과 협력이라는 길에서 더 큰 희망을 찾고 있을 뿐이다. 이번 완주·전주 통합 논의 역시 사실상 성사되기 어
[완주신문]사상 초유의 불법 계엄 내란 사태를 극복하고 국민주권 정부가 출범한 지 백일을 맞고 있다. 새정부의 국정 기조에 조응하는 지역발전 전략을 추진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우리 전북 도정은 완주·전주 통합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의 늪에 빠져 있으니 안타깝다. 필자는 행정안전부에서 자치분권정책관을 맡아서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업무를 담당했었다. 전라북도 행정부지사로서 지난해 1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실무적으로 총괄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완주-전주 통합문제를 살펴보고 완주와 전주의 진정한 상생 협력을 위한 제언을 하려 한다.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정리해 본다. 완주·전주 통합 논의가 지난봄부터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해서 벌써 여러달째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지역사회는 피로감에 짓눌리고 있다. 통합을 둘러싼 갈등은 장터와 마을회관은 물론 일터에까지 번져나가며 공동체의 균열을 깊게 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시대적 상황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이 중요한 시기에 전북특별자치도와 전주시, 완주군의 행정력이 소모적인 완주·전주 통합 논란에 매몰되어 있다. 도민들의
[완주신문]사상 초유의 불법 계엄 내란 사태를 극복하고 국민주권정부가 출범한 지 백일을 맞고 있다. 새 정부의 국정 기조에 조응하는 지역발전 전략을 추진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우리 전북 도정은 완주·전주 통합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의 늪에 빠져 있으니 안타깝다. 필자는 행정안전부에서 자치분권정책관을 맡아서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업무를 담당했었다. 전라북도 행정부지사로서 지난해 1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실무적으로 총괄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완주·전주 통합문제를 살펴보고 완주와 전주의 진정한 상생 협력을 위한 제언을 하려 한다. 세차례의 기고 중 첫 순서로 우선 완주·전주 통합의 실체적 진실을 정리해 본다. 완주·전주 통합문제가 전북의 현안이 된 것은 이번이 벌써 네번째다. 전주시와 완주군의 통합 논의는 1997년을 시작으로 2007년, 2013년 3차례 추진됐으나 완주군민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가장 최근이었던 2013년에는 완주군민들의 주민투표까지 갔지만, 반대 55.3%(2만343표), 찬성 44.6%(1만6412표)로 부결됐다. 또다시 2024년 전북특별자치도지사와 전주시장은 완주·전주 통합만이 낙후된 전북 발
[완주신문]24절기 가운데 열네번째 처서가 지났다.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말처럼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이 들어서는 계절이다. 농사로 치면 이 무렵의 충만한 햇살과 맑은 하늘이 한 해 결실을 좌우한다. 지금 우리의 정치도 처서의 문턱에 서 있다. 봄·여름 내내 달궈진 완주‧전주 행정통합 논란이 어떤 열매를 맺을지 곧 판가름 날 것이다. 1997년 완주·전주 행정통합 논란이 시작된 이래 30여년 간 완주는 눈부시게 성장했다. 인구소멸의 역풍 속에서도 유입이 이어져 지난 5월 10만 인구를 돌파했고 수소특화 국가산단과 과학·테크노밸리2산단 등 370만평 규모의 산업단지 집적화로 새로운 성장축을 세웠다. 교육·정주·일자리 전반에 대한 만족도가 함께 높아지며 ‘지방소멸을 넘어서는 완주’라는 희망의 브랜드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행정통합에 대한 완주군민은 일관되게 반대를 표명해 왔다. 2024년 1월 전북일보·KBS 조사에서 완주군민의 55%가 반대, 같은 해 8월 통합추진단체가 실시한 대면조사에서는 66%가 반대, 2025년 7월 케이저널 65%, 8월 완주신문 71% 등 네차례 여론조사에서 모두 통합 반대 여론이 높았
[완주신문]지방자치의 핵심은 주민의 의사가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최우선 기준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완주와 전주 간 통합 논의에서 드러난 현실은, 현행 제도가 오히려 주민 갈등과 행정적 혼란을 불러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주민소환제와 지자체 통합 절차의 차이다. 주민소환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해임이라는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유권자 15% 이상의 서명을 받아야 발의가 가능하다. 이는 사회적 합의와 충분한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타당하다. 하지만 지자체 통합은 단순히 행정 책임자의 교체가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과 공동체 기반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고작 1%의 서명만으로도 통합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주민소환보다 낮은 문턱으로 지역 존립 문제를 테이블 위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고, 지방자치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결정적 결함이다. 지방자치단체 통합은 주민의 삶과 지역 공동체 전반에 직접적이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현행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제45조 제2항은 주민투표 청구 요건을 주민투표권자 총수 100분의1 이상 50분의1 이하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
[완주신문]공자의 제자 자하가 시경의 한 구절을 묻자, 공자는 이렇게 답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먼저 흰 바탕을 마련한 뒤에 한다(繪事後素).” 형식보다 본질이, 채색보다 바탕이 먼저라는 뜻이다. 흰 바탕이 없으면 아무리 곱게 색을 칠해도 오래 가지 못한다. 정치와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먼저 세워야 할 것은 ‘외형적인 모습보다 내면적인 충실함’이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전북 정치권은 전주·완주 행정통합을 ‘전북 발전의 필수 조건’처럼 내세우고 있다. 정동영 의원은 “100년 전 철도시대, 세 번의 통합 기회를 놓쳤다”고 말하지만, 전북이 뒤처진 까닭은 통합 무산 그 자체가 아니다. 산업 기반, 인재 육성, 균형 정책이라는 바탕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작부터 사실 왜곡도 있었다. 김관영 도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은 “완주군민이 먼저 통합을 건의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상은 두 사람이 선거공약으로 꺼낸 것이 발단이었다. 이후 ‘군민 선택’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는 지도자의 자세라 보기 어렵다. 맹자는 이런 책임 회피를 이를 일찍이 꾸짖은 바 있다. “백성이 굶어 죽으면 ‘내 책임이 아니라 흉년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사람을 찔러
[완주신문]최근 지역 언론에 실린 전주시장의 발언을 접하며 개탄(慨歎)을 금할 수 없다. 그는 통합을 “마지막 기회”라 규정하며 마치 지금이 아니면 모든 미래가 닫힌다는 식으로 겁박하듯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군민의 삶과 자치권, 그리고 주민 의사다. 통합의 찬반을 떠나, 일방적 논리로 주민을 몰아붙이는 방식은 지방자치 정신과 거리가 멀다. 이는 곧 탁상공론(卓上空論)이자, 군민을 무시한 독단적 처사에 다름 아니다. 전주시장은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재정권한 확대, 국가 지원 확대를 근거로 “통합의 시너지”를 주장했다. 그러나 과거 2013년 통합 논의가 좌초된 이유를 되짚어야 한다. 당시에도 똑같은 명분, 똑같은 논리가 반복되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그 속내가 ‘균형 발전’이 아니라 ‘전주 중심 발전’임을 간파했다. 지금도 달라진 것은 없다. ‘균형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추진되는 것은 결국 전주 일극주의이며, 완주를 종속시키려는 시도일 뿐이다. 신문 인터뷰 속 발언들을 보면 “주민 삶의 변화”, “생활 인프라 확장”을 내세우지만, 그 출발점은 결국 행정적 결합이다. 통합은 도지사나 시장의 정치적 업적을 위한 정치적 쇼윈도가 아니다. 그것은 군민의
[완주신문]한국의 이동권은 사실상 자동차를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도로, 주차장, 주거단지 등 생활 방식 모두가 ‘차가 있다는 가정’ 위에서 돌아간다. 하지만 자가용 이용이 제한된 계층, 즉 나이가 들거나 장애가 생기면, 혹은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이 구조에서 곧바로 배제된다. 내 어머니가 그렇다. 30년 넘게 무사고로 운전해 왔지만, 이제는 고령이 되었고, 시력을 잃은 아버지를 돌보느라 차를 놓을 수 없다. 체육공원이나 수영장에 가는 일상조차 차 없이는 감당하기 어렵다. 노인 무료 택시 제도는 있지만, 번거로운 절차 때문에 쉽게 이용하지 못한다.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믿을 수 없다면 자동차를 놓는 순간 곧바로 삶의 반경이 줄어든다. 이 이야기는 비단 한 가족의 문제가 아니다. 노인, 장애인, 청년, 저소득층 모두가 자동차 없는 삶을 꾸려가기 어려운 사회 구조 속에서 비슷한 장벽에 부딪힌다. 그래서 해외 여러 도시는 대중교통의 이용을 쉽게할 목적의 일환으로 요금을 없애고, 이동권을 보편적 권리로 보장하려는 실험에 나섰다.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은 2013년 세계 최초로 수도 단위 전면 무상교통을 도입했고, 룩셈부르크는 2020년 국가 차원에서 무상교통을 시작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