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북 정치권의 움직임은 한마디로 ‘정치적 속도전’에 민심이 희생당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전주·완주 행정통합 논의가 지역 정치인들의 결단 경쟁처럼 비치면서, 완주군의회의 역할과 주민 여론은 후순위로 밀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일부 전주 지역 도의원들은 완주·전주 통합 찬성 입장을 환영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완주 측 정치인들에게도 일종의 ‘통합 결단’을 촉구했다. 이는 완주군민의 의견을 충분히 확인하지도 않은 채 정치적 결단을 밀어붙이는 전형적인 정치적 압박이 아닐 수 없다.
완주군의회는 그동안 꾸준히 주민 동의 없는 통합 추진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다. 특히 지난 임시회에서도 완주군의회는 관련 논의에서 주민 의사와 민주적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그럼에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치 결단’이 필요하다며 군의원들에게 통합 찬성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러한 압박은 기본적으로 지역 자치의 본질과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는 행태다. 주민들이 자신의 삶과 직결된 문제를 판단할 기회를 갖기도 전에, 정치적 입장만 강요받는 상황은 민주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특히 이번 논란에서 중요한 문제는 정치인들이 완주군 전체를 선거 전략의 도구처럼 취급하는 태도이다. 전주와 완주를 둘러싼 통합 논의는 지역 발전의 가능성, 행정 효율화, 재정 지원 문제 등 다양한 정책적 쟁점이 있다. 하지만 이를 논의하는 정치권 내부에서는 지역민의 합의보다 정치인들의 입장 정리가 우선시되는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런 정치적 흐름은 매우 위험하다. 지방자치의 기본은 주민의 자율적 결정과 충분한 여론 수렴이다. 군의회는 그 대표 기관일뿐 아니라, 주민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장치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인이 군의원들에게 특정 결론을 압박하는 모습은, 군민의 다양하고 복잡한 의견을 왜곡할 위험이 크다.
완주군민은 이미 과거 세 차례 전주·완주 통합 시도에서 주민투표로 참여했고, 그 결과에 따라 통합 논의가 물거품이 되기도 했다. 이런 역사적 경험은 주민들이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판단 능력과 권리를 분명히 행사해 왔음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정치권 일각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한 채 ‘통합 결단’을 요구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요구다.
완주군의원들에게는 정치적 압박에 흔들릴 이유도, 정치권의 계산과 기대에 응답할 의무도 없다. 군민만을 바라보며, 지역의 목소리를 우선해 행동하는 것이 진정한 대표의 역할이다. 정치권 또한 선거 논리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완주군민의 뜻과 지역적 합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