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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완주·전주 통합에 대한 제언(3):전북의 미래, 상생 협력으로 열어나가자

[완주신문]사상 초유의 불법 계엄 내란 사태를 극복하고 국민주권 정부가 출범한 지 백일을 맞고 있다. 새 정부의 국정 기조에 조응하는 지역발전 전략을 추진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우리 전북도정은 완주·전주 통합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의 늪에 빠져 있으니 안타깝다.

필자는 행정안전부에서 자치분권정책관을 맡아서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업무를 담당했었다. 전라북도 행정부지사로서 지난해 1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실무적으로 총괄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완주-전주 통합 문제를 살펴보고 완주와 전주의 진정한 상생 협력을 위한 제언을 하려 한다. 세차례의 기고 중 마지막 순서로 전북의 미래를 위한 완주와 전주의 상생 협력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완주·전주 통합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결코 전북 발전을 거부하는 외침이 아니다. 완주군민들의 마음 깊은 곳에는 산업화 과정에서 낙후된 전북이 다시 예전의 영광을 되찾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자리잡고 있다. 그 바람은 통합을 주장하는 이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다만, 통합이라는 길이 아니라 상생과 협력이라는 길에서 더 큰 희망을 찾고 있을 뿐이다.

 

이번 완주·전주 통합 논의 역시 사실상 성사되기 어렵다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완주군민들의 반대는 뚜렷하고 중앙정부는 신중하며, 정치 일정과 물리적 시간 또한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이제는 소모적인 논쟁을 멈추고 모두가 염원하는 전북 발전의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할 때다.

 

특히, 완주는 이번 통합 논란 속에서 깊은 갈등과 상처를 겪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이제는 분열을 딛고 오히려 전북 발전을 향한 새로운 여정의 맨 앞에 서야 한다. 우리 완주군민들이 통합 반대 활동과정에서 보여준 뜨거운 열정과 헌신이 갈등의 에너지가 아니라 미래의 동력으로 전환될 때 전북은 다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

 

지난 칼럼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전주와 완주는 이미 생활·경제·문화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다. 어쩌면 ‘공동운명체’라고 까지 할 수 있다. 행정구역을 억지로 합치지 않아도 교통망 확충, 산업단지 공동개발, 만경강 수변 공동개발, 문화·복지 인프라 공유 등 상생과 협력의 길은 무궁무진하다.

 

대표적인 공동협력 분야의 하나로 만경강을 생각해 본다. 만경강은 완주에서 발원해서 전주와 김제를 거쳐 서해로 흘러가며 지역의 생명줄 역할을 해왔다. 지금까지 만경강 개발 및 활용에 대해서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수질 개선 등 생태환경 보전, 역사·문화 자원을 연결하는 스토리텔링 등 문화자원화, 수변 축제 등 관광자원화, 수변 스마트팜 등 미래형 농업 육성 등을 그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만경강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서 전주와 완주가 공동협력 사업의 하나로 만경강 수변을 활용한 생태환경과 문화 그리고 주거 등이 융합된 만경강 리버사이드 타운벨트 조성 등을 구상해 본다.

 

산업․경제 분야의 협력도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전주의 대학․연구소 기반의 기술․인력과 완주의 풍부한 산업단지와 기업을 결합하여 미래 모빌리티, 수소산업과 연료전지 분야에서 연구개발·생산·실증 까지 이어지는 완결형 산업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특히, 정동영 국회의원의 힘과 열정으로 어렵게 확보해서 완주지역으로 정해진 피지컬 AI실증 단지를 결합하면 전북산업 전반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 통합 찬성측이 내놓았던 105개 상생발전 방안속에도 통합 여부와 관계없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과제들이 담겨있다. 광역교통망 확충, 농촌생활 SOC 보강, 청년 일자리와 중소기업 지원, 복지인프라 균형 배치 같은 정책은 주민 삶을 개선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이제 전북특자도, 전주시와 완주군은 이 약속들을 통합의 명분으로만 소비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실천 가능한 과제부터 하나씩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주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나아가 전주와 완주가 익산까지 손을 맞잡는다면 인구 100만 메가시티 구상도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전주는 문화·관광·서비스의 중심이고 익산은 교통의 요충지이자 농식품산업의 거점이며, 완주는 농생명 산업과 혁신도시를 품고 있다. 세 도시가 각자의 장점을 살려 협력한다면 단순한 통합을 넘어서는 광역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수도권과 광역시에 맞설 수 있는 전북형 성장 전략이며 도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이다.

 

통합은 멈출 수 있어도 전북 발전의 꿈은 멈출 수 없다. 이제 완주가 분열을 딛고 앞장서 전주·익산과 함께 손을 맞잡아야 한다. 105개 상생방안 속에서 실천 가능한 과제부터 주민앞에 보여주고, 100만 메가시티 구상으로 더 큰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우리 완주와 전주가 함께 만들어갈 만경강 수변을 활용한 생태환경과 문화 그리고 주거 등이 융합된 만경강 리버사이드 타운벨트, 전북의 미래 먹거리인 모빌리티·수소·이차전지 산업에 피지컬AI 실증단지가 결합해서 만들어갈 전북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