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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봉 돼지농장 갈등부터 합의까지…그리고 또 갈등

대책위 해산후 ‘완주북부 사람들’ 결성 새국면 돌입
주민합의 효력 여부와 환경조사 신빙성 논란될 듯

완주군 비봉면 봉산리에 들어서다보면 돼지축사를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도로를 따라 연달아 걸려있다. ‘비봉 돼지농장 재가동을 반대하는 완주북부 사람들’이 내건 현수막이다. 비봉면 봉산리 603번지에 위치한 해당 돼지농장은 10년 가까이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그간 상황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논란이 될 쟁점을 정리해봤다.

 

 

비봉면에 위치한 (주)부여육종 돼지농장(옛 동아원)은 축사시설 17동(1만2660㎡)과 분뇨처리시설 1동(3410㎡) 크기로 돼지 1만2000두를 사육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 1995년부터 가동된 이곳은 2011년 폐수 무단방류가 문제되면서 가축분뇨배출시설 허가가 취소돼 운영이 중단됐다. 하지만 완주군이 행정처분한 가축분뇨배출시설 허가 취소에 대해 농장 측이 제기한 취소소송에서 대법원이 2013년 12월 원고 승소 판결하며, 현행법상으로는 축사 운영이 가능한 상태다.

 

주민과 갈등부터 합의까지
이후 2015년 5월 부여육종에서 이곳을 인수해 재가동을 추진했지만 인근마을 주민들의 반대로 저지됐다. 당시 지역주민들은 악취 등을 이유로 이곳의 유일한 입구인 교량을 트랙터로 막는 등 강하게 저항했고, 업체 측은 잠시 트랙터가 빠진 사이 돼지 15두를 입식하는 등 갈등이 증폭됐다.

 

이어 2016년 11월 30일 환경클린단 TF팀이 구성돼 환경정밀조사가 시작했다. 다음달 2일 인근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주민대책위와 업체 측은 정밀조사가 나올 때까지 분쟁을 멈추는 1차 협약을 했고, 주민대책위는 진입로 장애물과 현수막을 철거하고 업체는 고소 취하와 입식된 돼지를 반출했다.

 

지난해 4월 26일 환경클린단 TF팀은 정밀진단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발표 내용에 따르면 토양과 수질 검사는 ‘이상없음’으로 나왔다. 다만 1만두 사육을 가정했을 때 용동·사치마을, 연초비료공장, 축사 맞은편 버스정류장에서 악취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부여육종 측은 이러한 정밀진단과 협약을 근거로 돈사 운영을 희망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30일 부여육종 사업계획 설명회 및 토론회가 개최되고, 올 1월 24일 주민대책위와 업체는 유럽형 개량돈사 신(개)축 후 농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최종 합의했다.

 

 

농장 재가동 논란 재점화
하지만 지난 9일 업체와 합의를 했던 주민대책위가 해체됐다. 동시에 인근 주민을 넘어선 고산권 사회단체들이 연합한 ‘완주북부 사람들’이 결성되고, 돼지농장 재가동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바로 다음날인 10일 완주군청에 달려가 군청 로비에서 ‘돼지공장 재가동 반대’ 선언문을 낭독하고 군수실을 방문했다. 완주군수를 대신해 문원영 부군수가 주민들과 대화를 이어갔고, 문원영 부군수는 서두에 “완주군도 원칙적으로 돼지농장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질의가 이어지고 “노력하겠다”는 군의 입장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노력하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문 부군수 등 담당자들은 “업체 측의 행정요청이 오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다”고 말해 주민들은 술렁거렸다. 

 

이어 “정확히 말해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에 “환경 부분은 대법원 판결로 문제없다고 나온 상황이고, 인허가에서 치밀한 법적검토가 군청이 할 수 있는 노력”이라고 답했다.

 

이에 주민들은 “그러면 현실적으로 돼지농장 재가동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후 주민들과 군 담당자들은 옥신각신하며 대화를 이어갔지만 명쾌한 결론은 얻지 못했다.

 

완주군 법적으로 막을 방도 ‘막막’
완주군은 주민들의 편에 서서 ‘돼지농장 재가동을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법적으로 그럴만한 명분이 없는 상태다.

 

이곳이 돼지농장으로 허가받은 1995년도는 산업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했다. 이에 당시 산업개발진흥지구, 지구단위계획구역에 의해 돼지농장으로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산업 장려보다는 환경을 우선하게 됐다. 이에 지난 2008년 가축사육제한구역 관련 법률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이미 허가된 돼지농장을 후에 생긴 법률로 제한할 수 없다는 게 완주군의 설명이다.

 

더구나 환경을 우선시하는 요즘 사회 분위기에서는 신규로 돼지농장을 허가받기 어렵기 때문에 업체는 이미 허가받은 이곳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추측된다.

 

 

주민합의 효력과 환경조사 신빙성 논란
이로 인해 돼지농장 사태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아울러 주민합의 주체인 대책위가 해체되고 새로운 주민 협의체가 생겨서 기존 대책위 합의 효력 또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당시 대책위 합의는 대책위 3인만 서명했을 뿐 인근마을 주민 동의 서명이나 협의 위임장 같은 게 없는 것으로 전해져 주민과 합의가 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환경정밀조사도 비용을 업체 측에서 부담한 것으로 알려져 결과에 대한 신빙성도 논란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연구용역의 경우 출자한 곳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민들이 지난해 발표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에 주민들은 군 차원의 독립적인 정밀조사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2차 합의서 2항에 ‘농장을 신(개)축과 관련해 발생하는 민원은 대책위에서 해결한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어, 이 또한 지난 1월 합의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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