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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문화원 노인회관 전환 시도 논란

완주군의회 예결위서 실랑이까지
향교 등 역사적 연계성 상실 우려

[완주신문]고산면에 위치한 완주문화원을 노인회관으로 전환할 계획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2일 열린 완주군의회 2024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 현재 완주문화원 건물을 노인회관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예산이 올라와 질타가 쏟아졌다.

 

예산안 사업설명서에 따르면 완주군은 고산면 읍내리 35-30번지 일원에 군비 1억9천만원의 사업비를 들이는 리모델링 예산을 요구했다. 고산면 읍내리 35-30번지는 현재 완주문화원이다.

 

특히, 지난 8일 의회에 제출된 추경 예산안사업설명서에 있던 ‘노인회관 리모델링 사업’ 예산이 예결위 당일인 22일 ‘문화원 시설 리모델링 사업’으로 명칭이 변경돼 다시 제출됐다. 두 안을 살펴본 결과 명칭만 바뀌었지 세부 계획은 그대로다.

이 때문에 이날 이순덕 의원과 김의철 기획예산실장은 실랑이까지 벌였다.

 

먼저 이순덕 의원은 “추경에 ‘노인회관 리모델링 사업’이 ‘완주문화원 리모델링 사업’으로 명칭이 변경돼 다시 올라왔는데, 이것은 이름만 바꾼 것 아니냐”며, “문화원을 이전하는지 명확히 밝혀달라”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의철 실장은 “문화원 이전 계획이 있다”며, “노인회관에서 문화원 리모델링으로 변경한 것은 노인회관에 대한 요구와 건의가 많았고 사회복지과에서 그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예산을 편성해 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원 소관부서는 문화역사과인데, 부서 간 조정이 충분치 않았다”고 해명했다.
 
해당 답변만으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이순덕 의원은 “문화원을 노인회관으로 리모델링 하는 것이 맞냐”고 다시 따져 물었고, 김의철 실장은 “문화원을 보수하면 당분간 문화원이 사용할 것”이라는 다소 애매한 답변을 했다.

 

이에 이순덕 의원은 격양된 목소리로 “1억9천만원 추경 예산이 문화원 보수로 보이지 않는다”며, “아닌 것을 맞다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성토했다.

 

하지만 김의철 실장은 물러서지 않고 “사회복지 차원의 요구와 건의에 따른 것”이라고 같은 답변을 되풀이 했다.

 

급기야 이순덕 의원은 “문화원 이전에 대해 명확히 이야기 해달라”고 추궁했고, 김 실장은 “이전 계획이 있다고 말했고 지금 당장 옮기는 것은 아니다”고 받아쳤다.

 

분위기가 격양되자 결국 김규성 예결위원장의 중재로 말다툼 같은 질의응답이 종료됐다.

이어 이주갑 의원도 이상윤 사회복지과장에게 ‘노인회관 리모델링 사업 예산을 올리게 맞냐’, ‘완주군에 노인회관이 있냐’는 질문을 했다.

 

이상윤 사회복지과장은 “예산을 올린 게 맞고 노인회관은 없다”고 답했다.

 

즉, 완주군이 존재하지 않는 노인회관에 리모델링을 하겠다며 관련 예산을 요청한 것을 시인했다.

 

이에 이주갑 의원은 김사라 문화역사과장에게도 “절차와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냐”고 추궁했고, 김사라 과장은 “네”라고 인정했다.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여긴 이주갑 의원은 “수차례 소통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계속 강조했다”면서 “하지만 그러한 과정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유의식 의원도 이날 “지역구 의원들과 협의하지 않고 추경에 올라온 게 많다”며, “의회를 경시하는 것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회정 행정복지국장은 “충분하게 설명 못 드리고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같다”면서 “더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유의식 의원은 “이런 지적을 한두번한 게 아니고 그런 답변도 한두번 들은 게 아니다”며, “심히 유감스럽고 의회뿐만 아니라 군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김규성 위원장도 “상하관계에 있을지라도 바른 말을 하는 공직자가 필요하다”며, “진정 군민을 위해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되돌아봤으면 좋겠다”고 첨언했다.

완주군은 유희태 군수 취임 후 완주군 문화 관련 단체나 시설을 완주군청 뒤편에 위치한 완주가족문화교육원 인근으로 모으려는 시도를 해 왔다. 이 때문에 문화원도 이곳으로 이전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지난해부터 문화원 회원들과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반대 여론이 형성됐다.

 

완주문화원이 이곳에 자리하게 된 이유는 과거 고산현청(현재 군청)과 향교가 있던 곳으로 역사적 연계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이러한 역사성 때문에 현 위치에 자리한 것인데, 이를 무시하고 이전을 강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 올초 유희태 군수가 문화원에 방문했을 때 문화원 회원들이 시위를 통해 이 문제를 집단 항의하려고 했으나 문화원장의 중재로 무산된 바 있다.

 

또한 지난해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주갑 의원도 “지금 고산에 있는 주민들이나 문화원 반응이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완주군의회와 함께 논의하고 주민들 의견을 들어서 공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