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주신문]모악산 수왕사 이전을 두고 지역과 불교계 일각에서 비판이 들끓고 있다.
지난해 5월 모악산에 있던 수왕사는 직선거리로 5km가량 떨어진 구이면 한 술공장 옆으로 이전해 준공됐다.
기존 모악산에 있던 수왕사는 약수터로도 유명해 전북도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장소이다. 이곳은 고구려 보장왕 때 백제로 망명한 보덕이 680년에 수도 도량으로 창건했고, 1125년에 숙종(1095~1105)의 넷째 아들인 징엄이 중창했다. 1597년 정유재란 때 불에 탄 것을 1604년에 진묵대사(1562~1633)가 재건했으며, 1951년 한국전쟁 당시 모두 불에 타 소실된 것을 1953년에 석진이 중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태고종 사찰로 개인 소유와 유사하다.
또한 수왕사 옆 바위틈에서 피부병, 신경통,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는 석간수가 흘러와 ‘수왕사약지’에는 이 약수가 옛날 선녀가 마시던 물로 나온다. 이 때문에 전북도민들은 약수를 마시기 위해 1시간 반이상 험한 산행을 감내하며 찾고 있다.
이렇게 도민들의 사랑을 받아온 역사적인 사찰이 구이면 외곽에 위치한 술공장 옆으로 이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황당하다는 반응과 함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불교계 일각에서도 한국불교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진묵대사와 관련된 유서 깊은 장소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관내 한 사찰 관계자는 “현 관리자가 고령으로 산 높은 곳에 위치한 수왕사를 관리하기 어려운 것은 이해한다”면서 “하지만 본인이 직접 관리가 어렵다고 역사적인 장소의 사찰을 옮기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칫 본래 수왕사가 소멸할 수 있다”며, “수왕사는 기라성 같은 고승들의 헌신으로 창건되고 유지된 한국불교의 소중한 유산인데, 현 관리자나 행정기관 모두 이런 사실을 간과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더군다나 이전 장소에 지어진 새로운 수왕사 건설에 혈세 7억원이 투입된 사실은 불공정 의혹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다른 사찰 관계자는 “전북도와 완주군도 현 장소를 유지하는 방안 대신 이전을 돕는 지원으로 상식에서 벗어난 방안에 장단을 맞춘 게 더 놀랍다”고 말했다.

수왕사에는 지난 2018년 전북도에서 지정한 문화재 256호 목조여래좌상과 불상 안에 있던 불경 등 복장유물이 있다.
이에 완주군은 문화재로 지정된 불상이 현재 이전 위치에 있어서 ‘문화재 보존정비사업’ 일환으로 대웅전을 짓는데 지원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완주군 관계자는 “문화재 목조여래좌상이 새로 지은 수왕사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그곳 건축 지원을 했다”며, “문화재 보존정비사업은 문화재가 있는 곳에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새로 지은 수왕사 앞에 완주군에서 설치한 안내판에는 ‘수왕암에서 소장해 온 천년고찰의 역사 문화재 다수를 옮겨 창건된 중요사찰’이라고 적혀 있어 완주군 관계자의 주장을 의심케 한다.
역사학자 박대길 박사는 관련 사안에 대해 “전국적으로 이러한 일이 비일비재해서 놀랍지는 않지만, 문화재는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현지 보존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불상의 경우 해당 장소에 있어 의미가 있기 때문에 이를 이동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하지만 문화재는 소유자 관리가 원칙이라서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점을 장소와 문화재 자체 중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제지하거나 구속할 명분은 없다”고 덧붙였다.
전북도 관계자도 “문화재 보호 측면에서 (수왕사 이전) 지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새로 옮긴 수왕사 앞에 설치된 안내판에는 이전 이유에 대해 ‘사찰 주변의 바위가 틈이 생겨 갈라지고 있는 것이 포착돼 부득이 이곳으로 문화재를 옮겼다’고 적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