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주신문]봉동읍 장구리 은진산업에 불법으로 야적된 폐기물 1만3천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뒤집혔다.<관련기사 2월 16일자>
지난달 15일 대법원은 관련사건의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고는 경매로 이 사건 폐기물처리시설 등을 인수한 다음 허가관청에 폐기물처리업 허가에 따른 권리・의무의 승계신고를 한 바 없고 폐기물처리업과 관련 없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사정을 알 수 있다”며, “원고는 경매를 통해 허가에 따른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볼 수 없고 원심의 판단에는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 때문에 은진산업을 낙찰 받은 A씨는 32억 상당의 폐기물을 처리하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A씨가 운영하던 연매출 40억 규모의 회사가 완주군의 압류로 주거래처 재계약을 하지 못해 막대한 재정적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도 이어질 전망이다.
폐기물처리 비용 32억원에 최소 수십억원의 손해배상이 예고되기에 이번 사건으로 완주군은 막대한 재정적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완주군 관계자는 “일단 행정대집행 후 전 소유주 B씨에게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완주군은 전 소유주에게 2019년 폐문부재 사유로 행정대집행 계고서조차 송달하지 못했다.
■ 완주군 때문에 수십억 손실
A씨가 운영하는 회사는 매년 6월 주거래처인 유명 화장지 기업과 재계약을 한다. 재계약시 회사 재정상태가 주요 점검 사안이다.
지난해 3월 완주군은 한국건설자원공제조합에 의뢰해 은진산업의 폐기물 양을 정확하게 측정했다. 측정 결과 이곳에 방치된 폐합성수지 등 폐기물은 8282톤, 이곳과 인접한 봉동읍 장구리 산 84-6, 7에까지 방치한 폐기물은 4565톤이었다.
완주군은 지난해 4월 16일 두 곳의 폐기물 총 1만2847톤 폐기물에 대한 대집행비용 상환청구권 31억7000만원을 A씨의 사업장에 가압류했다.
이로 인해 업체는 전체 매출의 90%이상을 차지하는 주거래처와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어 경영 위기가 닥쳤고, 대출 등으로 회사를 유지하려고 했으나 가압류로 인한 신용 하락으로 이마저도 힘들어졌다. 같은 이유로 코로나19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닥쳤다.
A씨는 “동종업체들은 같은 시기 마스크 생산을 시작해 특수를 누린 반면 우리 회사는 오히려 도산 위기에 놓였다”고 하소연했다.
A씨와 가족들은 은진산업을 경락 받은 뒤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불면증, 위염 등 건강까지 급격히 악화됐다. 특히, A씨의 남편은 지난 2017년 암 수술까지 했다.
■ 권리・의무 승계 부당
완주군은 지난 2018년 12월 A씨에게 방치폐기물 처리 명령했다. 완주군은 폐기물관리법 제33조 제2항에 따라 경매를 통해 폐기물처리시설 등을 인수한 자는 허가 등에 따른 권리・의무를 승계한다며, 폐기물 처리를 독촉했다.
이에 A씨는 방치폐기물 처리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9년 1심에서 졌고 지난해 12월 항소심도 기각 당했다.
법원은 ‘은진산업의 폐기물 처리 의무는 새로이 이 사건 사업장을 경매로 취득한 원고에게 승계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게다가 은진산업 뒤편인 봉동읍 장구리 산 84-6, 7은 은진산업 땅이 아니기에 이곳에 쌓인 폐기물까지 처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A씨의 주장도 법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은진산업을 운영하던 B씨가 지난 2009년 7월 봉동읍 장구리 산 84-6, 7을 사업장으로 해 금속재생재료가공, 절삭가공처리, 폐자동차재활용업을 목적으로 하는 (유)금진알씨를 설립하고 사업자등록을 개설한 사실은 인정하나, B씨가 2011년부터 폐자동차 부품을 쌓아 놓았다가 폭발 사고 및 화재가 수차례 발생해 2014년부터 폐자동차재활용업을 중단했고 이후로 은진산업의 폐기물을 가져다 쌓아 두었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 A씨는 부당하다며 상고했다.
■ 부실행정이 폐기물 방치
아울러 법원 판결과는 별개로 지난해 초 해당 건에 대한 전북도의 감사가 실시됐다.
전북도는 지난해 2월 은진산업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담당 공무원의 방치폐기물 처리명령 후 지도・점검 등 태만을 지적하고 ‘지방공무원법’ 제72조에 따라 징계를 요구했다.
전북도는 “완주군은 지난 2016년 8월 31일 방치폐기물 처리를 위해 이행보증금 2억2천여만원을 청구해 수령했으나 폐기물을 처리하지 않았고, 최초 5000톤으로 추정된 방치폐기물은 언제부터 누적됐는지 알지 못한 채 8000톤에서 1만톤 가량으로 늘어난 채로 방치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북도는 “완주군은 2016년 7월 25일 은진산업 허가취소 후 처리명령을 했으나 은진산업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는데도 대집행계고 등 행정처분을 하지 않았다”며, “또한 해당 방치폐기물의 원인자인 B씨에게 조치명령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방치폐기물과 대집행비용 증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감사에 따르면 완주군은 은진산업에 대해 허가취소 이후 지속적으로 행정처분 이행 여부 및 허가취소 이후 영업을 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해 해당 사업장의 영업행위, 폐기물 증가여부 등을 점검해야 했다.
하지만 완주군은 2016년 10월 24일, 2017년 1월 2일과 3월 27일 세차례 걸쳐 은진산업을 점검하고 사업장에 특이사항이 없다고 보고했으나, 현장점검은 사업장 입구에서 출입문의 잠금장치만 확인하고 내부의 폐기물 보관상태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방치 폐기물이 지속적으로 늘었고, 대집행 예산도 8억원에서 21억원으로 증가했다는 것.
이에 전북도는 완주군 담당자가 지도・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아 방치폐기물이 증가했고, 최초 허용보관량 672톤보다 초과한 폐기물을 보관한 은진산업 전 소유주에게 대집행 비용을 징수할 수 없으며, 사법처분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