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주신문]소양면에 위치한 연매출 40억원 규모의 향토기업이 도산 위기에 몰렸다. A사는 위생용 종이제품 제조업체로 유명 화장지 기업에 11년째 납품을 하는 건실한 향토기업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갑작스러운 불행이 닥쳐왔다. 날로 심해지는 미세먼지 때문에 위생용 종이제품을 생산하는 A사는 유사 사업인 마스크 제조를 계획했다.
기존 공장에서는 마스크까지 함께 생산할 수 없어 새로운 입지를 물색하던 중 봉동읍에 마땅한 위치의 공장이 경매에 나온 것을 보고 이를 낙찰 받았다.
하지만 해당 부지에는 폐합성수지 등 폐기물이 1만3천톤이 쌓여 있었다.
A사 대표 B씨는 “경매를 받기 전 법원의 자료에서는 폐기물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며, “확인할 수 있는 서류에는 폐기물 672톤만 허가 사항으로 기재돼 있었고 완주군에서 그에 대한 방치폐기물처리이행보증금 2억2천만원을 수령한 사실만 인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행보증금이 있으니 그 돈으로 충분히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B씨는 이곳을 경락을 받고 행정처리를 위해 완주군청을 방문했다가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듣고 귀를 의심했다. 먼저 건축과에 방문했는데, 담당 공무원에게 ‘그곳에 폐기물이 1만톤 이상이 있어 공장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어 환경과에 가서도 같은 이야기를 듣고 혼란에 빠졌다.
B씨는 “허용된 폐기물이 672톤인데, 어떻게 1만톤이 넘게 그곳에 있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면서 “그때부터 지도・점검 책임이 있는 공무원들은 발뺌하기 바빴다”고 회상했다.
■ 불행의 시작 은진산업
B씨가 경락 받은 곳은 지난 2019년 행정감사에서 지적돼 논란이 된 봉동읍 장구리에 위치한 은진산업이다.
지난 2019년 11월 완주군은 공고를 통해 “2016년 7월 29일 완주군은 봉동읍 장구리 56-5, 6번지에 불법으로 야적된 폐합성수지 8000톤을 그해 8월 15일까지 처리토록 조치명령했으나 지정된 기한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조치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해 행정대집행 계고서 송달을 위해 방문 및 등기 발송했으나 폐문부재 등의 사유로 송달이 불가해 행정절차법 제14조 제4항 규정에 따라 행정대집행을 공고한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이곳의 방치 폐기물이 지역에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또 주민들은 불법 폐기물을 혈세로 치우는 것에 대해 분통을 터트렸다.
당시 한 지역인사는 “불법 행위자의 주소지나 거주지를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수소문해 탐문해 보고 추적해 보았는지를 묻고 싶다”며, “행정 편의적으로 불법행위자의 주소지만을 방문해 보고 등기우편물을 발송한 결과 폐문 부재라는 것으로 결론을 내고 공시송달이라는 제도를 이용한 것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그해 행정사무감사에서 군의원들도 “이곳 폐기물 처리를 위해서는 완주군 예산이 들어가는데 의회와 협의가 없었다”며, “의회 승인도 없이 관련 공시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완주군 관계자는 “이번에 전국적으로 이와 같은 폐기물 불법 야적 문제가 심각해 정부에서 국비를 지원해 총 33억원을 들여 폐기물을 먼저 치우고 원인제공자 및 현 토지주 등에게서 비용을 회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가압류로 주거래처 계약 해지
A사는 매년 6월 주거래처인 유명 화장지 기업과 재계약을 한다. 재계약 시 회사 재정상태가 주요 점검 사안이다.
지난해 3월 완주군은 한국건설자원공제조합에 의뢰해 은진산업의 폐기물 양을 정확하게 측정했다. 측정 결과 이곳에 방치된 폐합성수지 등 폐기물은 8282톤, 이곳과 인접한 봉동읍 장구리 산 84-6, 7에까지 방치한 폐기물은 4565톤이었다.
완주군은 지난해 4월 16일 두 곳의 폐기물 총 1만2847톤 폐기물에 대한 대집행비용 상환청구권 31억7000만원을 B씨의 사업장에 가압류했다.
이로 인해 A사는 전체 매출의 90%이상을 차지하는 주거래처와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어 경영 위기가 닥쳤고, 대출 등으로 회사를 유지하려고 했으나 가압류로 인한 신용 하락으로 이마저도 힘들어졌다. 같은 이유로 코로나19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닥쳤다.
B씨는 “동종업체들은 같은 시기 마스크 생산을 시작해 특수를 누린 반면 우리 회사는 오히려 도산 위기에 놓였다”고 하소연했다.
B씨와 가족들은 은진산업을 경락 받은 뒤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불면증, 위염 등 건강까지 급격히 악화됐다. 특히, B씨의 남편은 지난 2017년 암 수술까지 했다.

■방치폐기물 처리 명령
완주군은 지난 2018년 12월 B씨에게 방치폐기물 처리 명령했다. 완주군은 폐기물관리법 제33조 제2항에 따라 경매를 통해 폐기물처리시설 등을 인수한 자는 허가 등에 따른 권리・의무를 승계한다며, 폐기물 처리를 독촉했다.
이에 B씨는 방치폐기물 처리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9년 1심에서 졌고 지난해 12월 항소심도 기각 당했다.
법원은 ‘은지산업의 폐기물 처리 의무는 새로이 이 사건 사업장을 경매로 취득한 원고에게 승계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게다가 은진산업 뒤편인 봉동읍 장구리 산 84-6, 7은 은진산업 땅이 아니기에 이곳에 쌓인 폐기물까지 처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B씨의 주장도 법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이에 대해 ‘은진산업을 운영하던 C씨가 지난 2009년 7월 봉동읍 장구리 산 84-6, 7을 사업장으로 해 금속재생재료가공, 절삭가공처리, 폐자동차재활용업을 목적으로 하는 (유)금진알씨를 설립하고 사업자등록을 개설한 사실은 인정하나, C씨가 2011년부터 폐자동차 부품을 쌓아 놓았다가 폭발 사고 및 화재가 수차례 발생해 2014년부터 폐자동차재활용업을 중단했고 이후로 은진산업의 폐기물을 가져다 쌓아 두었다고 증언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 B씨는 부당하다며 상고했다.

■ 폐기물 증가 부실행정 탓
아울러 법원 판결과는 별개로 지난해 초 해당 건에 대한 전북도의 감사가 실시됐다.
전북도는 지난해 2월 은진산업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담당 공무원의 방치폐기물 처리명령 후 지도・점검 등 태만을 지적하고 ‘지방공무원법’ 제72조에 따라 징계를 요구했다.
전북도는 “완주군은 지난 2016년 8월 31일 방치폐기물 처리를 위해 이행보증금 2억2천여만원을 청구해 수령했으나 폐기물을 처리하지 않았고, 최초 5000톤으로 추정된 방치폐기물은 언제부터 누적됐는지 알지 못한 채 8000톤에서 1만톤 가량으로 늘어난 채로 방치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북도는 “완주군은 2016년 7월 25일 은진산업 허가취소 후 처리명령을 했으나 은진산업은 이를 이행하지 않았는데도 대집행계고 등 행정처분을 하지 않았다”며, “또한 해당 방치폐기물의 원인자인 C씨에게 조치명령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방치폐기물과 대집행비용 증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감사에 따르면 완주군은 은진산업에 대해 허가취소 이후 지속적으로 행정처분 이행 여부 및 허가취소 이후 영업을 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해 해당 사업장의 영업행위, 폐기물 증가여부 등을 점검해야 했다.
하지만 완주군은 2016년 10월 24일, 2017년 1월 2일과 3월 27일 세차례 걸쳐 은진산업을 점검하고 사업장에 특이사항이 없다고 보고했으나, 현장점검은 사업장 입구에서 출입문의 잠금장치만 확인하고 내부의 폐기물 보관상태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방치 폐기물이 지속적으로 늘었고, 대집행 예산도 8억원에서 21억원으로 증가했다는 것.
이에 전북도는 완주군 담당자가 지도・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아 방치폐기물이 증가했고, 최초 허용보관량 672톤보다 초과한 폐기물을 보관한 은진산업 전 소유주에게 대집행 비용을 징수할 수 없으며, 사법처분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