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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내집 마련...반복되는 ‘조합아파트’ 문제

공사 중단되고 입주 못해 ‘발동동’
미숙한 계획, 시공사 부도 등 원인
조합, 완주군 관리·감독 부실 지적

[완주신문]완주군에서 지역주택조합아파트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일반분양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에 지역주택조합아파트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마찬가지로 완주군에도 근래 조합아파트가 두번 시도됐고 조합원 모집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시도된 조합아파트 모두 현재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특히 비슷한 시기 유사한 문제가 반복됐기에 행정의 관리・감독 소홀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 조합 아파트 장단점
조합아파트는 주택청약이 필요치 않다. 일반 아파트를 분양하고자 할 경우엔 주택청약통장을 통해 청약경쟁순위에서 우위에 있는 사람들이 분양권을 얻게 되지만 조합아파트의 경우에는 주택청약, 청약경쟁순위와 무관하다. 가격도 일반 아파트 분양가보다 저렴하고 시행사의 추진력이 좋으면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신속하게 추진할 수도 있다. 호수도 일반 아파트보다 비교적 좋은 쪽으로 배정받을 수 있다.

 

조합원 자격은 조합설립인가 신청일 현재 해당 지역에 6개월 이상 거주한 무주택자이거나 전용 85㎡ 이하의 소형주택 소유자인 세대주여야만 하며, 조합아파트 입주 전까지 무주택 세대주여야 한다.

 

만약 사업추진이 지연되거나 추가 분담금 등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이 짊어져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 지역주택조합에서 탈퇴하고 싶어도 계약금이나 조합비 등을 돌려받는 일이 쉽지 않다.

 

■ 30층 짓겠다던 한양수자인
2년전 입주를 했어야 할 봉동읍 조합아파트 ‘한양수자인 립스’가 아직 땅파기도 시작하지 못했다.

 

지난 2015년 말 이곳은 지하1층~지상30층 10개 동 규모로, 총 826세대 아파트가 지어진다고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했다.

 

당시 홍보내용을 살펴보면 ‘봉동 한양수자인 립스’는 넘치는 배후수요와 다양한 개발호재를 품고 있는 입지를 자랑하며, 주변에 다양한 국가 및 일반 산업단지들이 있어 이들의 주거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는데 충분하다. 특히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 주변 일반아파트 분양가보다 10∼20% 저렴하게 분양가를 3.3㎡당 560만원에 책정한다는 계획이었다. 또한 분양대금 등 사업자금 관리를 부동산 신탁 회사에 대행시킬 예정이라고 광고했으며, 그해 12월 9일 삼례읍 수계리에 모델하우스도 오픈했다.

 

 

■ 사업계획 혼란 지연 원인
이곳 아파트 진행이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조합 측은 미숙한 행정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조합 측에 따르면 당시 완주군은 자연녹지지역에 30층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에 대해 제동을 걸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은 지구단위계획상 15층까지만 가능하다. 이에 전북도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를 30층까지 지으려면 2종 주거지역으로 변경돼야 하는데, 이런 자연녹지를 그런 식으로 바꿔주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조합에 따르면 이러한 혼란이 원인이 돼 사업진행이 지연되다 보니 조합원과 집행부의 갈등이 시작됐다. 이러한 갈등으로 기존 집행부는 해당 사업에서 손을 떼고 현재 조합과 사업권을 두고 소송 중이다. 해당 소송은 이르면 오는 6월 경 마무리될 전망이다.

 

하지만 완주군은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완주군 관계자는 “조합설립인가 당시 15층으로 고지했었다”며, “사업 지연 원인은 행정이 아니라 애초 잘못된 사업계획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조합은 사업계획을 30층에서 15층으로 낮추고 826세대에서 516세대로 변경했다. 또한 소송과 별개로 아파트 착공을 위해 경관심의, 건축심의, 사업승인 등 절차를 진행 중이다.

 

조합 관계자는 “지금부터 준공까지 30개월정도 소요될 것”이라면서 “당초보다 건설비용이 올라 3.3㎡당 700만원대에 건설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곳 조합원은 260명이고 당시 일반분양자 200여명이 비조합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조합원들이 그간 납부한 조합비는 2500~3500만원정도이다.

 

한 조합원은 “예정보다 준공이 늦어져 답답하지만 이리 된 상황에서 빠질 수도 없다”며, “지금부터라도 아파트가 잘 지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이안이서로가 시공사 부도
이서면 은교리에 공사 중인 ‘이안이서로가’ 아파트가 시공사 부도로 지난 2월 사고사업장으로 지정됐다. 이곳은 지하1층~지상15층으로 총 82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 2015년 조합아파트로 모집을 시작했으며, 조합원 모집이 예상보다 적어 단지를 분리해 1단지 330가구는 일반분양, 나머지 490가구는 조합아파트로 추진됐다.

 

하지만 지금은 1단지의 경우 시행사의 사업포기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사업권한을 승계 받아 분양보증이행 절차를 밟고 있다.

 

당초 이곳 입주 예정일은 지난 2월말이었다. 지난해 여름 공사중단으로 현재 공정률은 1단지 56%, 2단지 34%이다. 하지만 2단지 공정률은 시공사의 주장과 조합의 주장이 다르다. 조합은 2단지 공정률을 34% 아래로 보고 있다. 공정률에 따라 납부할 조합비가 달라지기 때문에 완주군에서도 정확한 공정률을 산출하기 위한 지원을 계획 중이다.

 

준공 지연으로 일반분양 계약자들은 지난 3월부터 5·6차 중도금 이자를 월25~30만원씩 직접 납부하는 피해를 안게 됐다. 이에 이들은 계약금과 중도금 환급을 요구했고, 지난 5일 일반분양자들을 대상으로 환급과 분양 이행을 선택하는 투표가 진행됐다. 투표결과 분양받은 284세대의 2/3 이상이 환급을 선택했다. 이 때문에 1단지는 분양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고 건축비가 증가될 전망이다.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의 당초 분양가는 3.3㎡당 600만원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3.3㎡당 700만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조합원들이 지금까지 납부한 조합비는 1억2천만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합의 사업추진 의지가 강해 조만간 공사가 재기될 예정이다.

 

 

■ 조합원 권리 보호 주택법 개정
지난해 11월 지역주택조합 탈퇴가 쉬워지는 주택법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주택조합이 가입자에게 받은 가입비 등을 예치 기관에 맡기도록 했다. 주택조합 가입자가 한 달 내에 가입을 취소할 수 있고 조합은 가입 취소 신청을 받으면 예치 기관에 일주일 내에 반환을 요청해야 한다. 조합은 가입 신청을 철회했다고 해서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된다. 또 주택조합은 원활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조합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연간 자금 운용 계획과 자금 집행 실적 등 자료를 매년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지자체는 조합이 주택법령을 위반한 경우 시정 요구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도 갖게 된다.

 

이와 함께 개정안에는 주택사업 주체가 주택에 대한 광고를 하면 광고 사본을 지자체에 제출하게 하고 지자체는 이를 2년 이상 보관하면서 입주자가 요청하면 열람시켜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는 수분양자가 시공 상태가 당초 광고와 다르다고 문제 제기를 해도 시간이 수년 지난 후에는 정확한 광고 내용 확인이 쉽지 않아 허위 과장 광고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나 소송 때 증빙자료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 지자체 철저한 관리·감독 절실
하지만 이러한 관련법 개정만으로는 완주군에서 연속으로 발생한 조합아파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개정 전에 이미 사업이 추진됐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관리・감독을 해야 할 완주군의 책임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이안이서로가 한 조합원은 “법규 강화뿐만 아니라 지역주택조합이 주택 공급이라는 본래 목표에 충실할 수 있도록 관할 집행 기관도 철저한 관리·감독을 해야 할 것”이라며, “그간 완주군에서 한 것이라고는 사업계획을 승인하고 문제가 생겼을 경우 공문 몇장 보낸 게 전부”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합아파트를 규제하고 감시하는 제도적 장치가 강화돼야만 사업 진행 과정에서 투명성이 제고되고 조합원들의 피해도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 행정, “저렴한 만큼 위험부담”
반면, 완주군 관계자는 조합아파트 문제에 대해 “비용이 적게 드는 만큼 위험부담이 큰 것이 가장 큰 원인”라고 밝혔다.

 

이어 “일반분양 아파트는 시행사가 사업주체이지만 조합아파트는 조합이 사업주체이다 보니 사업을 추진하는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사업계획 수립, 시공사 선정 등이 허술한 경우가 많다”며, “아울러 조합은 사업주체이기에 분양을 받는 일반 소비자 입장이 아닌 사업자 입장에서 접근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