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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 물리고 갈비뼈 부러지며 받는 돈 800원

[인터뷰]조용옥 수도검침원

[완주신문]소양면 한 마을에 수도 검침원 부재로 수개월 같은 요금이 부과된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검침원 근무환경과 처우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 검침원이 있어도 계량기 점검은 제대로 이뤄지지 어렵다. 시골의 경우 계량기 위치가 다 다르고, 집에서 기르는 맹견 등으로 접근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에 소양면 28개 마을의 수도검침원 조용옥 씨를 직접 만나 고충과 개선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800원. 완주군 수도 검침원이 한 세대를 검침하고 받는 돈이다.

 

소양면 28개 마을 수도 검침을 담당하는 조용옥 씨가 매달 확인해야 하는 계량기 개수는 약 1500개다. 일부 빌라 등 공동주택이 있지만 공동주택의 경우 한 건당 450원으로 단독주택 800원의 반값이다. 그래도 한참을 가야 몇집씩 있는 시골 특성 상 공동주택 계량기 확인이 더 좋다는 조용옥 씨. 

 

“전에는 검침원이 고지서까지 직접 전달해야 했다. 지금은 고지서를 우편으로 보내 근무시간이 전보다 짧아졌다. 28개 마을 1500여세대를 담당하는데, 전임자는 한달을 꼬박했다. 지금은 검침만 하기에 일이 반으로 줄었다.”

 

지난 1월부터 수도 검침을 시작한 조 씨는 첫달 검침을 하기 위해 한 주택을 방문했다가 개에 물렸다. 9일 기자를 만나 종아리에 생긴 흉터를 보여줬다. 개에 물린 상처 외에도 벌레에 물리거나 찰과상으로 보이는 상처가 많았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보기 흉하다’며, 서둘러 옷으로 가렸다.

 

수도 검침을 위해 조 씨가 극복해야하는 것은 개뿐만 아니다. 뱀, 지네, 각종 벌레들이 언제 어디서 튀어 나올지 모른다. 특히 계량기 뚜껑을 열 때마다 무엇이 튀어 나올지 몰라 조마조마 마음을 졸인다.

 

게다가 시골 집 특성 상 계량기 위치가 제각각이고 수풀에 가려져 찾기 힘들다. 어렵게 찾아도 돌, 고무통 등 무거운 물건이 계량기 뚜껑을 누르고 있어 이를 치우고 원상복구 시키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일부 주민들은 계량기 주변 청소까지 주문하기도 한다.

 

“친절한 주민도 있지만 불친절한 주민 때문에 감정적으로 힘들 때가 있다. 심한 경우 계량기 주변 청소를 요구하는 집 주인도 있다.”

 

조용옥 씨는 계량기 위치를 찾다 넘어져 갈비뼈가 두개 부러지기도 했다. 자기 차량을 이용해 시골 마을을 누비다 보니 차도 많이 망가졌다. 유류비 등 차량 유지비를 지원받지 못해 모두 본인 부담이다.

 

이렇게 그가 한달 수도 검침을 해서 버는 돈은 총 110만원. 이는 인근 타 지자체보다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근 지자체 전주시 수도 검침 수당은 단독주택 900원, 공동주택의 경우 계량기 확인 난이도에 따라 390원, 450원, 780원이 지급된다. 전주시는 도시로 완주군보다 검침이 수월한 편이다. 다른 인근 지자체 진안군은 단독주택과 공공주택 구분없이 일괄 건당 950원이 지급되고, 무주군의 경우 공무직이 수도 검침을 한다. 장수군은 단독주택 800원, 공동주택 400원으로 책정돼 있다.

 

조 씨는 “수도 검침만으로 수입이 적어 오전에는 다른 일을 하고, 점심부터 저녁 9시까지 수도 검침을 다닌다”고 밝혔다.

 

그는 완주군 수도 검침이 하루 빨리 원격 검침으로 개선되길 바라고 있다.

 

아울러 조용옥 씨는 “원격 검침 전환이 당장 어렵다면 검침원들의 근로 환경 개선이라도 일부 이뤄졌으면 좋겠다”면서 “무엇보다 완주군 담당자들이 검침원들의 여건을 살펴주고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