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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민초들의 이야기를 민초들이 지켜왔다

[완주신문]만경강사랑지킴이가 진행 중인 완주군 생생문화재 활용사업 ‘웅치·이치전투에서 3.1 독립 만세까지’에 참여해 친구들과 함께 웅치전투 순례길을 다녀왔다. 

 

웅치전투는 임진왜란 때 군수물자를 확보하기 위해 전라도를 차지하려던 일본군과 이를 막으려던 조선군이 격돌했던 곳이다. 진안군 부귀면 세동리 덕봉마을과 완주 소양면 신촌리 두목마을 사이에 있는 웅치일대에서 치열한 전투가 치러졌다. 보통은 두목마을을 지나서 전적비로 오르는데 이번 순례길은 소양에서 모래재를 넘어 메타쉐콰이어를 지나 웅치전적비에 올랐다. 완주쪽 곰티로가 대형버스가 이동하기엔 위험해서 진안쪽 곰티로로 오르는 것이라고 한다.

 

메타쉐콰이어길은 여러번 다녀왔지만 웅치전적비는 처음이었다. 웅치와 이치전투 덕분에 전라도를 빼앗기지 않고 임진왜란 당시 전라도는 나라를 지키는 버팀목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라도를 사수하기 위해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죽음으로 웅치를 지키신 분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죽음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은 조선군의 충성심에 감동한 일본군이 그들의 시신을 모아 무덤을 만들고 ‘조 조선국 충간의담(弔朝鮮國忠肝義膽 조선의 충성스럽고 의로운 행위에 조의를 표함이라는 뜻)’이라는 묘표를 세웠다고 한다.

 

“역사의 현장을 걸어 봐야 비로소 역사를 체득할 수 있다”는 손안나 회장의 말이 무슨 뜻인지 체험한 뜻 깊은 자리였다.

 

웅치전투의 지휘관은 나주판관 이복남(李福男), 의병장 황박(黃璞), 김제군수 정담(鄭湛), 남해현감 변응정(邊應井)이지만 이들과 함께 순절을 선택한 3천여명의 이름 없는 의병과 관군은 민초들이었고 400년이 넘도록 이들을 추모하며 제사를 지낸 사람들도 민초였다. 중앙의 역사에서 빗겨나고 이순신 영웅담에 가려진 민초들의 이야기를 민초들이 지켜온 것이다. 그래서 민초는 강하다고 하는 모양이다.

 

웅치를 넘어 안덕원(현 아중리)까지 진격한 왜군은 아중리에서 황진 장군에게 밀려 대승골에서 대패한다. 현재 대승골에는 대승한지 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대승한지마을에 들러 도시락을 먹고 팝업북 만들기, 버스킹에서 멋진 시낭송, 경상도 아리랑을 배우는 흥겨운 시간을 가진 뒤 탁본체험까지 모두 의미있는 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