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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완주군의회는 군민 편인가?

[완주신문]지난해말 완주군의회의 예산심의 모니터링을 한 주민들은 “기초의회 무용론을 떠올릴 정도로 위기에 처한 지방의회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방의회는 지역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 주민이 직접 뽑은 대의기관으로, 자치단체의 정책을 결정한다. 이를 위한 조례 제정은 물론이고 예산 의결, 주민부담과 주민의 이해관계 등 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방침에 최종적으로 힘을 싣는다. 또한 주민 대표기관으로써 군 집행기관의 독주를 견제하는 지방자치단체 통제기능을 행사하는 등 대의민주주의 한계를 보완한다. 이런 특징들을 고려할 때 군의회를 움직이는 군의원은 지역민의 연장된 신체와 같다. 

 

그럼에도 군의회의 예산 심의에서 아무런 질의 없이 예산안을 통째로 통과해주는 부서도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형식상 두서너 개의 엉성한 질의만 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재난에 처한 사람들을 지원할 예산이 제대로 편성돼 있는지 따져 묻는 의원은 없었다. 주민의 삶을 도탄에 빠뜨린 공장과 축사의 악취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예산의 적절성을 확인하는 의원도 없었다. 심지어 백억원짜리 대규모 개발사업, 행정복지센터 등의 건축사업들의 규모와 예산 측정에 대한 관심마저 없었다. 이 같은 무관심으로 400억원에 이르는 2021년 2차 추경예산에 대해서 삭감 없이 군수가 제출한 원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연장된 신체로서 제 몸을 돌보지 않은 군의회, 혈세가 낭자한 마당에서 지방주민의 대의기관은 자기 존재의 책무를 방기한 채 무엇을 하고 있을까?

 

공자에 따르면 정치인은 천명(天命)을 알아야하고, 예(禮)를 알아야하며, 다른 이의 말을 잘 간파해야한다. 여기서 천명이란 객관적 법칙으로서 세상의 이치를 말한다. 또 예는 국민을 공경하고 아끼는 마음을 의미하며, 말을 간파한다는 것은 세상의 목소리에 귀 기울임을 뜻한다. 이렇게 공자는 세상의 이치를 읽어내는 혜안(慧眼)이 없거나, 예를 모르면 세상에 나서서는 안 되며, 말을 듣고도 상대가 원하는 바를 이해할 수 없으면 정치를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래야만 이익이 눈앞에 보이면 의(義)를 생각하고, 위태로운 상황에 목숨을 바치며, 오랫동안 곤궁하게 지낸다 해도 평소 하던 말을 잊지 않을 것이다. 이 금언은 정치가에게는 행정업무 처리 능력에 앞서 피지배층을 아끼는 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말한다.

 

최근 전북혁신도시 지방자치인재개발원에 지방의정연수센터가 설립됐다. 지방의회 역량강화를 위한 아카데미 과정을 연다고 한다. 이를 통해 보다 전문적인 의정활동 수행 능력을 높이는 분야별 수요자 맞춤형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런데 이런 역량만 갖춰진다면 군의회가 진행되는 동안 꾸벅거리며 졸거나 휴대폰을 보며 딴 짓을 하던 군의원들의 행태를 막을 수 있을까? 공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공자는 예를 다해 군민을 공경하며, 그들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세상의 올바른 이치를 읽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군민의 권력 행사를 도울 수 없다면 군의원이 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런데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군의원들은 당적 유지에 급급해 군이 필요하다는 예산을 무조건 퍼주는 가당찮은 아량을 베풀었다. 진정으로 군민의 편에 서려면 이익이 눈앞에 보일 때는 정의에 부합한지 생각하며, 군민과 약속한 말을 잊으면 안 된다. 그런데 그들은 선거 바람이 불자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통제 의무를 팽개쳐버리고 군민의 하소연에 침묵으로 답한다. 예산 심의의 공정성을 몰라서 그런 것이 절대 아닐 것이다. 

 

군민들은 도대체 누구와 의료폐기물 소각장 문제에 대해 의논하며, 농가의 생존권보다 우선시된 승마장 조성의 불공정한 처우에 대해 누구에게 하소연하겠는가? 우리의 손과 목소리가 자기 자신을 벗어나 중앙 권력의 도구로 변질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안(心眼)을 작동시킬 선거가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