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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의료폐기물, 정부가 직접 관리해야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

[완주신문]농촌으로 난개발 시설이 몰려들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무분별하게 추진되는 산업폐기물처리시설로 인해 농민들의 가슴에 멍이 들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땅과 물이 오염될 우려에 농업피해, 주민건강 피해 등을 걱정하고 있다.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해가 뜨고 저물 때까지 밭을 갈고 논에 물을 대며 땅을 일궈 온 농민들이 가장 큰 피해자다.

 

전일환경이 의료폐기물 소각장을 신청한 완주 상관면 일대는 만덕산과 경각산에 둘러싸인 분지 지역으로 대기의 정체가 잦고 안개 발생 반도가 높은 지역이다. 또한 전주천 상류에 인접해 있어 소각장에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이 하천 바람길을 타고 가까운 상관 소재지나 주변으로 퍼져나가기 쉬운 지형이다.

 

의료폐기물 소각장도 생활계나 사업장 소각시설과 마찬가지로 미세먼지,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은 물론 주변 환경과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카드뮴, 납, 염소, 수은을 비롯해 발암성 물질이 포함된 다환방향족탄화수소(PHAs)와 같은 특정대기유해물질과 다이옥신 등 각종 유해성 대기오염물질도 포함되어 있다. 주민들의 우려가 큰 다이옥신은 환경호르몬에 발암물질이며 기형아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몸에 들어오면 잘 빠져나가지 않고 쌓인다. 

 

사업장폐기물 소각시설은 기업의 이윤을 위해 운영되는 시설이다 보니 생활계 폐기물에 비해 감시 기구도 없고 감시 체계도 훨씬 느슨하다. 주변 환경 영향조사 같은 것도 의무사항이 아니다.

 

TMS(실시간 자가측정시설)를 설치해서 관리한다고 하지만 배출 허용 기준을 지키지 못해 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많다. 가장 많은 행정 처분을 받은 소각시설은 경기도 연천군의 의료폐기물 소각시설이다. 해당 사업장은 2014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총 8회의 행정 처분을 받았다. 2019년에는 대기 배출시설 자가 측정 대행 업체들이 불법으로 수치를 조작한 것이 들통이 나서 전국이 떠들썩했다.

 

또한, 의료폐기물은 수집·운반·보관과정에서 침출수 유출이나 야생동물을 통한 2차 세균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메르스나 코로나 19와 같은 신종 전염병이 늘어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의료폐기물 업체들은 5일 이내 처리라는 법 규정을 어기고 불법 보관을 하다가 적발된 사례도 많다. 법으로 정한 규격 처리함에 엄격하고 보관되어야 함에도 사업장 내 여기저기에 아무렇게 쌓아둔 업체도 있었다. 

 

의료폐기물 처분 시설은 어딘가에는 있어야 시설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의료폐기물 발생량은 2020년 2월, 전년 같은 기간대비 1898톤이나 감소했다. 폐기물관리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감염성이 낮은 일회용 기저귀 등이 일반 의료폐기물에서 제외됨에 따라 2377톤이 줄었기 때문이다. 전체 의료폐기물 배출량 중 전염성이 낮은 일회용 기저귀 등의 일반 의료폐기물이 73%를(‘18년 기준) 차지한다. 업계에서도 현재 발생량이 전체 의료폐기물 소각장 용량의 80~90% 정도에 머물고 있고, 허가 용량의 130%까지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여유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추가로 의료폐기물소각 시설을 짓지 않아도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종 전염병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에서 감염 우려가 있는 지정폐기물은 이제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 더는 불법 보관, 오염물질 초과 배출을 반복하는 민간 영역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지정폐기물처리시설이 몇몇 기업들의 이윤 추구를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의료폐기물 소각장은 450개소에 이르는 생활계와 사업장폐기물 소각시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 수가 적다. 전국적으로 14개소, 하루 처리 물량도 600톤 수준에 불과하다. 격리 의료폐기물 등 지정폐기물부터 공공에서 처리하고 일반 산업폐기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또한 대형병원 위주로 자가 멸균시설 설치 활성화를 꾀하는 등 의료폐기물의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의료폐기물에 혼입되는 일반폐기물의 분리배출을 강화하고, 요양병원 기저귀처럼 배출 실태조사와 감염성 검토 등을 거쳐 전염 우려가 없는 폐기물은 사업장 일반폐기물로 분류해서 발생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현행 의료폐기물 분류체계를 변경해야 한다. 

 

의료폐기물소각시설의 안전성 확보와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주변 건강 영향조사, 폐기물처리시설촉진 및 주민지원에 관한 법률에 준하는 지원 제도와 감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 어떤 주민도 적절한 입지선정 절차, 환경안전 관리 대책, 주민 의사 수렴 없이 추진되는 폐기물 사업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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