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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매립장 백지화 되고 화학공장 추가

선언 후 2년 4개월...석연치 않은 변경
매립장 부지만큼 지원시설용지 전환
신규조성 계획으로 새롭게 싹트는 갈등

[완주신문]완주테크노밸리 제2산업단지 폐기물매립장이 드디어 백지화됐다.

 

전북도는 지난달 23일 토지이용계획변경고시를 했다. 이로써 폐기물매립장 백지화가 박성일 완주군수의 선언 후 2년 4개월만에 이뤄졌다.

 

매립장 백지화로 완주군은 사업장 폐기물을 신규 매립장 가동 전까지 전문업체에 위탁처리할 계획이다. 하루 처리되는 사업장 폐기물량 계획 또한 22만8774kg에서 4만5009kg으로 줄었다.

 

하지만 매립장 백지화와 동시에 유치업종 배치계획에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등이 추가돼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산업단지 인근 지역 주민들은 그간 기존 산단 화학공장들의 악취 피해를 호소해 왔기 때문이다.

 

토지이용계획변경고시에 따르면 유치업종에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5만4000㎡), ‘의료용물질 및 의약품’(14만5714㎡), ‘금속가공제품제조’(1만8843㎡) 등이 신설됐다. 동시에 ‘비금속광물’(14만2325㎡)은 제외되고, ‘전자부품’(8만940㎡)와 ‘전기장비’(7만4180㎡)가 합쳐져 7만3161㎡로 줄었다.

 

이는 환경친화적 산업단지를 표방해 시작된 테크노2산업단지 취지에서 상당부분 벗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환경친화 산단 취지 벗어나나
주식회사 완주테크노밸리(이하 SPC) 홈페이지에서는 산단 조성목적에 대해 ‘환경친화적, 자족적 복합도시 개념의 산업단지 조성으로 21세기 첨단 복합소재, 부품 연구개발 허브로의 도약을 지향하고자 조성된 완주의 대표적 혁신 클러스터’라고 소개하고 있다. 유치업종에 대해서는 창고 및 운송 관련 서비스업, 연구개발업,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 및 통신 제조업, 전기장비 제조업, 기타기계 및 장비 제조업,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등을 표기해 놨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화학 및 금속제조업 등의 영향으로 환경 문제에 시달려온 인근 주민들에게 이러한 변경 소식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봉동읍 둔산리에 사는 주민 A(47)씨는 “폐기물매립장이 없어지니 더 안 좋은 게 들어오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며, “지금도 화학공장 때문에 저기압일 때 매캐한 악취에 시달리고 금속가루 영향으로 더운 날씨에도 창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데 이제는 앞뒤로 환경오염이 더 심해지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기존 산단은 봉동읍 둔산리 주거단지 앞쪽에, 테크노2 산단은 뒷쪽에 자리한다.

■촛불집회로 백지화 선언
완주군과 SPC는 테크노2산단를 조성하면서 산단 내 5만여㎡ 부지에 10년간 일반폐기물과 지정폐기물 100만여톤을 매립할 계획이었다.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차가운 길바닥에 촛불을 들고 나와 매립장을 반대했다. 2018년 11월 말부터 시작된 촛불집회와 1인 시위가 한달간 지속됐다.

 

결국 박성일 완주군수는 지난 2018년 12월 31일 주민대책위, 완주군의회, SPC 등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완주테크노밸리 제2산업단지에 폐기물매립장을 설치하려던 계획을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백지화 선언 후 진행 기간이 길어지자 지역에서는 여러번 무산설이 회자되기도 했다.

 

■장기화 원인 매립장 수익보존
SPC에 참여한 민간업체들은 백지화 선언이후 폐기물매립장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을 다른 부분에서 보상해달라고 완주군에 요구했고, 이에 대한 협의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지난 2019년 9월 SPC는 산단부지를 위치와 여건에 따라 3.3㎡당 54만5000원~64만5000원으로 차등 분양했다. 평균 분양가는 약 60만원이다. 폐기물매립장 당초 계획은 5만㎡로, 이를 산업단지 부지로 분양시 분양대금은 약 9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폐기물매립장 분양은 경쟁입찰을 통하는데, 전국적으로 매립장에 대한 수요가 공급보다 많아 산단부지보다 3배정도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 이에 이곳을 매립장으로 분양했을 경우 예상 수익은 270억원정도이다. 이에 폐기물매립장 백지화로 SPC입장에서 180억원정도 기대수익이 사라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SPC에 참여한 민간업체 측은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고, 완주군에서는 산업단지를 상업이나 복합 용지로 전환하는 방법을 찾았고, 목표를 이뤘다.

 

이번 고시에 따르면 지원시설용지가 기존 1만1331㎡에서 6만654㎡로 크게 늘었다. 정확히 매립장 계획 부지 5만㎡만큼이다.

 

대신 산업시설용지 중 연구시설 15만58㎡가 10만125㎡로 약 5만㎡ 줄었다.

 

봉동읍 한 공인중개사는 “해당지역을 상업용지로 분양할 경우 3.3㎡당 300만원 가까이 시세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즉, 매립장이 무산됐지만 SPC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는 결과다.

■매립장만큼 지원시설용지 전환
이에 대해 완주군 관계자는 지원시설용지를 상업용지로 부르는 것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완주군 관계자는 “이를 상업용지라 부르면 안 된다”며, “지원시설용지와 상업용지는 다르다”고 말하는 동시에 해당 사안에 대해 말을 아꼈다.

 

반면, 지원시설용지에 대한 전북도 관계자는 “상업용지 성격과 유사하다”고 답했다.

 

또한 지난해초 전북도 다른 관계자는 “산단 조성 취지가 산업기반 육성이라서 그 외 용도의 용지변경은 목적과 맞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변경고시에 대해서 전북도 관계자는 “공공의 이익 차원에서 입주기업 및 산단 활성화를 위한 환원 취지에서 지원시설용지를 늘렸으며, 지원시설용지는 입주기업을 위한 편의시설이 대부분”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지원시설용지에 완주군에서 로컬푸드 매장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인근 주민들도 반길 사안으로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신규 폐기물매립장 조성 갈등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완주군은 폐기물매립장 백지화 시기에 대해 수차례 번복하며, 어렵사리 이번에 백지화를 완료하게 됐다.

 

하지만 세부내역에 화학공장 등을 유치할 수 있도록 계획을 변경해 애초 산단 조성 취지와 달라져 이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완주군은 환경참사 중심 비봉면 보은매립장 이전과 함께 신규 폐기물매립장도 계획하고 있다.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50만㎡ 이상의 산업단지에서 연간 2만톤 이상의 폐기물이 발생하면 산업단지 안에 폐기물매립장을 설치해야한다.

 

하지만 폐기물매립장을 반대하며 결성된 주민단체 ‘완주지킴이’에 따르면 완주군에 있는 기존 산단 3곳의 폐기물배출량을 모두 합치면 하루 평균 36톤이다. 이를 일년 365일로 계산을 해도 1만3천여톤으로 2만톤에 미치지 못한다. 그마저도 가연성 폐기물까지 포함해서다. 이에 테크노2산단의 폐기물발생량을 아무리 많게 잡아도 연간 1만톤을 넘기기 힘들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폐기물매립장에 대한 새로운 갈등이 싹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