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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매립장 침출수 운반 담합 의혹

입찰 참여업체 알고 보니 가족
완주군, “업종 달라 문제없어”

[완주신문]완주군 환경참사의 중심 보은매립장에서 나오는 침출수 운반 입찰을 두고 담합 의혹이 제기됐다.

 

폐기물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4차례 용역 개찰결과에서 담합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보인다.

 

먼저 지난해 5월 8일 ‘2020년 비봉매립장 침출수 수집운반용역 단가계약’ 개찰 결과에서 A업체는 투찰률 87.982%로 함께 입찰한 B업체 87.061%를 제치고 낙찰에 성공했다.

 

당시 입찰 공고에 따르면 낙찰자 결정은 전라북도 일반용역 적격심사 세부기준 ‘추정가격 2억원 미만인 용역’에 따라 예정가격 이하로서 낙찰하한율 87.745%이상 최저가 입찰자 순으로 적격심사해 종합 평점이 95점 이상인 자를 낙찰자로 결정한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낙찰하한율이다.

 

공교롭게도 낙찰에 성공한 A업체는 낙찰하한율인 87.745% 이상인 87.982%로 투찰했고, B업체는 낙찰하한율 아래인 87.061%로 입찰에 참여했다. 이는 입찰 공고에서 명시한 낙찰하한선 미달로 탈락한 것.

 

지난해 2월 5일 입찰에서는 B업체가 투찰률 88.631%로 낙찰됐고, A업체는 낙찰하한선(88%) 미달인 87.949%로 투찰해 실패했다.

 

■ 가족회사끼리 입찰
특히 지난해 10월 2일 개찰결과에서는 C업체가 투찰률 96.802%로 낙찰에 성공했다. 함께 입찰한 B업체 투찰률은 86.973%로, 이때 낙찰하한율은 88%이었다.

 

더구나 C업체 대표는 5월 입찰당시 B업체 대표이었으며, B업체 대표는 C업체 대표와 가족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낙찰하한율 아래 투찰뿐만 아니라 부부가 각각 업체 대표로서 함께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담합이 의심된다. 

 

또한 B업체 대표가 C업체 등기감사로 등재돼 있기에 이러한 의심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이때 입찰은 A사가 참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투찰률 96.802%로 낙찰에 성공한 것은 그 만큼 입찰 금액이 커져 완주군의 비용지출이 많아진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폐기물대책위 관계자 A씨는 “낙찰하한선 미달은 고의적으로 입찰에서 떨어지려는 의도로 보이며, 2인 이상 입찰에 참가해야하는 요건을 충족시키면서 경쟁업체의 조건 미달로 낙찰업체가 최고가로 낙찰해 단가를 키우려는 의도로 의심된다”면서 “이는 경쟁 입찰 의미를 상실시키는 불공정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 공정위에 적발된 가족 담합
이러한 입찰담합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울산에 있는 관광버스 업체 여러 곳이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겉으론 여러 업체지만 가족 명의로 업체를 여러 개 만든 뒤 이들끼리 가격을 미리 정하는 식으로 일감을 독점해 왔다는 것.

 

지난 2019년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승강기 검사를 위해 사용하는 특수 제품을 운반하는 용역 입찰에서 짬짜미를 벌인 업체들을 적발했다. 당시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운송업체인 케이티지엘에스·델타온·아이디일일구닷컴 등 3개 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억6천2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한 담합 행위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델타온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델타온 대표는 케이티지엘에스가 세건을 모두 낙찰 받을 수 있도록 델타온과 아이디일일구닷컴이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하도록 주도했다. 델타온 대표가 케이티지엘에스의 최대 주주였고, 아이디일일구닷컴 대표의 배우자였다.

 

지난 2017년에는 일가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가스회사들이 공공기관 입찰에서 장기간 담합을 벌였다가 공정위에 적발되는 일도 있었다. 공정위는 한국수력원자력이 발주한 구매 입찰에서 담합한 광주신일가스, 영암신일가스, 광양종합가스 등 3개사에 과징금 1억7천900만원을 부과하고 이들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들은 2007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수력원자력이 발주한 총 23건, 21억원 규모의 고압가스 구매 입찰에서 낙찰 예정사와 입찰가격 등을 미리 합의하고 그대로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모두 특정 가족이 직·간접적으로 지분 100%를 보유한 계열사 관계로 입찰 담합을 더 쉽게 모의하고 실행했다는 것.

 

2016년에는 신광엔지니어링과 경남전기통신이 방위사업청이 발주하는 통신장비 구매 등의 입찰에 참가하면서 사전에 공동으로 투찰가격을 결정해 입찰에 참가한 혐의에 대해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신광엔지니어링 대표와 경남전기통신 대표는 부부였으며, 신고엔지니어링 대표가 두 회사의 실질적인 경영자로서 업무 전반을 총괄하고 주요 의사결정을 해왔다.

 

■ 시장경제의 암 ‘담합’
‘담합’으로 불리는 부당공동행위는 사업자가 경쟁을 회피하기 위해서 다른 사업자와 가격을 결정하거나 시장을 분할하거나 또는 출고를 조절하는 등의 합의로 부당하게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다. 이는 기업에게는 신기술 개발을 감소시키고, 소비자에게는 선택권을 강제하는 등 많은 폐해를 가져와 ‘시장경제의 암’으로 여겨진다.

 

공정위는 담합을 도모한 사업자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고 입찰참가자격제한을 발주기관에 요청할 수 있다. 아울러 관련 사업자 및 관련 직원을 형사고발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완주군 관계자는 “해당 업체는 각각 분뇨처리와 가축분뇨처리로 업종이 달라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하지만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 문제가 없는지 다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출입기자 제재 근거 없어
아울러 완주군 관계자는 “C업체 대표가 완주군 출입기자라고 해서 입찰 참여를 제한할 법적, 제도적 근거가 없다”면서 “관언유착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고 해명했다.

 

B업체 전 대표이자 현 C업체 대표는 완주군 출입기자이며, 관언유착 의혹으로 구설수에 오른바 있다.

 

아울러 B업체는 지난 2019년 10월 허술한 침출수 관리로 토양과 하천에 침출수가 유입되는 사고를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완주군은 침출수 하천 유입을 고의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해당업체에게 ‘주의’만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