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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주민 뜻’은 현수막이 아닌 현장에서 확인돼야

[완주신문]최근 전주시 인후동 한복판에 걸린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측 현수막이 지역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주민 뜻대로 상생하는 전주·완주 통합 추진”이라는 문구는 얼핏 보면 주민 여론을 반영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어느 주민의 뜻인가? 누구와의 상생인가?”

 

완주군 어디에서도 통합을 바라는 다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다수의 군민은 통합 논의에 대한 분노와 피로감을 토로하고 있다. 오랜동안 쌓아온 생활권과 자치권을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빼앗기게 될 위기에 처해 있는데, 일방적인 정치 슬로건 하나로 이 모든 것을 포장하려 한다니, 기막힐 따름이다.

 

통합이 상생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다. 그것은 전주의 행정력 확장일 뿐, 완주의 균형 발전은 결코 고려되지 않는다. 문화, 산업, 복지, 교육의 균형을 자력으로 일구어 온 완주군민의 땀과 노력이 통합이라는 이름 아래 사라질 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일방적 통합 추진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후보 개인의 정치적 이해와 단발성 공약을 위해, 지역공동체의 미래가 도박판에 오르는 일이 재발해서는 안 된다.

 

필자는 삼례읍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으로서, 오랜 시간 지역 복지 현장을 지켜봤다. 삼례읍을 비롯한 완주군의 복지 모델은 주민 주도로, 생활밀착형으로, 외부 간섭 없이 진화해왔다. 행정의 일방적 흡수는 이러한 풀뿌리 자치의 구조 자체를 해체하는 폭력적 방식이다.

 

‘주민 뜻’은 현수막이 아닌, 현장에서 확인되어야 한다. 조용히 묵묵히 지역을 지켜온 수많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 그것이 진정한 상생의 시작이다. 필자는 단호히 말한다. ‘전주·완주 통합’이라는 구호는 상생이 아닌 해체의 시작이다. 완주는 스스로 설 수 있는 자치의 힘을 가졌다. 우리는 통합이 아니라 자립을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