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신문]펄펄 끓던 여름 오후, 나는 익산시 함열읍을 찾았다. 함열읍은 몇년전 도농 통합에 찬성한 대표적인 지역으로 주민들은 그 당시 통합이 이곳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그 기대와는 전혀 다른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함열읍에 도착하자마자 한산한 거리와 버려진 듯한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때 사람들로 붐볐을 상점들은 문을 닫은지 오래였고, 가로수 사이로 흩어진 낡은 간판들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통합의 꿈은 어디로 가고, 왜 이곳은 이토록 침체된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마을에서 만난 주민은 나에게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해주었다.
“통합이 되면 많은 게 나아질 줄 알았죠. 더 많은 지원을 받고, 우리 아이들은 더 좋은 학교에 다니고, 의료 혜택도 좋아질 거라고 기대했어요. 하지만 그 모든 게 헛된 꿈이었어요.”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실망과 체념이 묻어 있었다.
통합 이후 함열읍은 점점 더 잊혀져 갔다. 시 예산은 다른 지역에 집중되었고, 함열읍은 그저 주변부로 밀려났다.
주민들은 약속된 지원이 오지 않자 실망했고, 점차 떠나기 시작했다. 남아 있는 이들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버티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점점 힘들어지고 있었다.
다른 주민은 “우리는 이곳에서 계속 살 수밖에 없어요. 어디로 가겠어요? 하지만 이곳에서는 더 나아질 희망이 보이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함열읍은 더 이상 밝은 미래를 꿈꾸기 어려운 곳이 되어버렸다. 통합이란 단어는 이제 이곳 사람들에게 절망과 소외를 의미할 뿐이었다.
변화는 더딜 뿐이다. 마을에 남은 젊은이들은 대부분 도시로 떠났고, 남은 것은 점점 더 고령화되는 인구뿐이다. 함열읍의 거리는 한때의 활기를 잃은 채, 시간이 멈춘 듯하다.
씁쓸함을 간직한 채 함열읍을 나왔다. 이곳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잃어버린 땅이었다. 통합의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이곳 주민들의 삶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했다. 이제 함열읍은 스스로 지킬 힘마저 잃어가고 있었다.
이땅 위에 다시 희망의 씨앗이 뿌려질 수 있을까? 지금으로서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함열읍은 그렇게 잃어버린 미래와 함께 소리없이 매일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