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주신문]만경강 일대에서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는 이들 때문에 철새들이 놀라서 도망간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7일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만경강 일대에서 천연기념물 제206호 ‘느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멸종위기 느시가 전북에서 발견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느시는 몽골, 중국,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등 시야가 확보되는 개활지나 농경지에서 주로 서식하는 대형의 육상 조류다. 과거에는 국내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었지만 한국전쟁 이후 남획 및 서식지 여건악화 등으로 자취를 감추게 됐고, 2006년 철원, 2016년 여주 등 중북부 지방에서 매우 드물게 1~2개체만 관찰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김인규 문화재전문위원이 만경강 일대 천연기념물 동물을 탐조하다가 우연히 발견했고, 연구소는 조사단을 구성해 현황파악을 위한 즉시 조사에 착수한 결과 현장에서 확인 및 촬영에 성공했다.
이에 만경강사랑지킴이 회원 등이 17일 이후 다섯차례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만경강사랑지킴이는 지난 20일에 느시의 서식처를 찾고, 23일과 24일에는 느시를 촬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4일 모터패러글라이딩 등장으로 느시를 포함한 철새들이 놀라 달아나기 시작했다. 큰 굉음을 내며 날아다니는 모터패러글라이딩 때문에 새들이 공포를 느끼고 도망쳤다는 것.
지킴이 회원들은 느시의 안위가 염려돼 다음날 오후 다시 서식처를 찾았다. 이날도 모터패러글라이딩 동호회 회원들이 만경강 주변에서 활보했고 철새들은 또 도망쳤다.
이에 지킴이 한 회원은 “패러글라이딩 타는 사람들이 철새가 모여 있는 쪽으로만 다니며 새들이 놀라서 달아나는 것을 즐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페러글라이딩이 이착륙하는 모래밭이 바로 느시의 서식처다.
지킴이 측은 “이렇게 무분별하게 취미활동을 즐겨야만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성토했다.
만경강 주변은 이런 문제 외에도 낚시꾼과 캠핑을 즐기는 이들로 인해 쓰레기, 방화 등으로 몸살을 앓아오고 있다.
심지어 잔디밭에서 골프 연습을 하는 이들도 있어 동식물뿐만 아니라 산책을 즐기는 이들까지 위협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하지만 만경강 주변은 내수면 어업활동에 한해 허가가 필요하지만 낚시 금지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는 않다. 이 때문에 낚시객 등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방법은 정기적인 단속뿐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현장 적발시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나 인력부족 등으로 상시단속이 어렵다는 게 완주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지킴이 회원은 “근래 3년 동안 찾아오는 철새의 숫자가 눈에 보일 정도로 줄었다”며,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 온 철새들의 쉼을 위해 굉음을 내는 비행을 참아 주는 게 상식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해에는 동물과 사람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느시가 발견된 만경강은 금강·동진강과 함께 호남평야의 중앙부를 서류하는 강으로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 계곡에서 발원해 전주시와 새만금으로 흘러간다. 이곳은 느시 외에도 황새(천연기념물 제199호), 흰꼬리수리(천연기념물 제243-4호), 노랑부리저어새(천연기념물 제205-2호) 등 매년 약 6000마리 이상의 겨울철새가 겨울을 나기 위해 찾는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