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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사]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2002년 기자아카데미에 다닐 때 ‘왜 기자가 되려고 하느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당시 ‘언론사를 만들려고’라는 패기 있는 답변을 했고 십수년이 훌쩍 지났다.

 

그간 지켜보면 언론사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은 선뜻 창간을 하지 못했다. 창간을 하는 이들은 그와 반대인 경우가 많았다. 

 

언론사 운영의 실상을 알면 창간은 매우 부담스러운 결정이다. 언론의 사회적 기능인 공익성과 비영리성 때문이다. 비영리적 성격을 가진 사업이 영리적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 모순이 언론사를 만들고 운영하는데, 가장 큰 부담이다.

 

‘배가 고파야 좋은 글이 나온다’는 말처럼 언론사 또한 좋은 기사를 위해서는 수익적인 부분을 어느정도 포기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거리가 있어야 자유로운 언론 활동이 가능해진다. 물론 그런 자본과 권력의 도움을 받기도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유혹이 있을 때 황금보기를 돌보듯 하며 바른 길을 걷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언론의 모순적 구조 때문에 창간을 결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어쩌면 그간 비겁했다. 부담을 감당하기 싫었고, 직접 하지는 못하면서 언론사 사주들의 이중성을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졌다. 타인에게 기대면 휘둘리기 마련이다. 배고픔을 감당해야하고 조롱과 멸시를 견뎌야 한다. 먼저 깃발 들고 뜻을 모아주는 소액 후원인들 다수가 모여야만 이상에 가까워질 수 있다.

 

이런 뜻을 응원해주는 몇몇 분들이 있어 큰 힘이 됐다. 언론, 특히 지역언론은 절대 혼자 만들 수 없다. 그 지역에서 함께할 때 지속될 수 있다. 그러한 숭고한 마음을 모을 수 있으려면 지향점이 분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자강령 중 한가지를 소개한다.

 

‘기자는 사회 민주화와 언론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애쓰며, 언제나 사실을 사실대로,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진실하게 알려야 한다. 그러므로 기자는 개인의 양심과 자유, 민주적인 가치와 관점을 지키며, 이를 위태롭게 하는 권력이나 이념, 계급, 종교, 이해관계에 대해 반대하고, 싸워서, 이겨야 한다. 그래서 기자는 필연적으로 진보적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은 꼭 지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