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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고래도 뜨거운 바다를 싫어해

[완주신문]재생에너지 확대는 탈탄소화 목표 달성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미국 동부 해안 지역 역시 이를 위해 해상풍력 확대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최근 ‘Save the Whales! Stop offshore wind!’라는 문구가 등장하며,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둘러싼 격렬한 반대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이러한 움직임이 단순히 지역 주민의 자발적인 반대, 즉 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브라운대학의 기후·개발 연구소(Climate and Development Lab)의 연구는 해상풍력 반대 운동의 이면에 존재하는 숨겨진 네트워크를 드러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겉으로는 지역 시민 단체처럼 보이는 여러 소규모 조직 뒤에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와 코크 재단(Charles Koch Foundation, Charles Koch Institute)이나 도너 트러스트(Donor Trust)와 같은 화석연료와 관련된 재단의 자금 지원을 받는 이니셔티브, 기후변화 부정 단체들이 연관되어 있었다.

 

고래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Save the Right Whales’라는 단체는 실제로는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재생에너지를 반대하는 ‘Environmental Progress’라는 비영리단체가 설립하고 운영하는 조직이다. 미국 해양보호를 위한 연합(American Coalition for Ocean Protection) 역시 겉보기엔 환경 보호 단체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석유 시추를 지지하는 시저 로드니 연구소 (Caesar Rodney Institute)가 만든 조직이다. 2021년 설립 당시, 화석연료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받는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 5곳과 지역 반풍력 단체 6곳으로 구성되어 출범하였다. 실제로 코크 재단, 도너 트러스트, 미국 연료 및 석유화학 제조업 협회 등으로부터 2017년과 2021년 사이 총 898만 달러 이상을 지원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단체들은 인력과 자료, 그리고 메시지를 공유하며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즉, 해상풍력을 반대하는 ‘지역 단체들’은 겉으로는 자발적인 움직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화석연료 세력의 전략적 기획 아래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진짜 위협은 해상풍력이 아니라, 바다를 뜨겁게 달구는 기후변화다. 세계기상기구가 지난 3월 발표한 2024 세계 기후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은 산업화 이전 평균 대비 지표면 평균 기온이 1.55 (±0.13) ℃ 상승한 해로, 역사상 처음으로 연간 평균 기온이 1.5℃를 초과한 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해였다. 우리는 175년간의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던 2024년을 보냈다.

 

최근 8년 연속으로 해양의 열 함량은 매년 신기록을 경신해 왔고, 지난 3년간 빙하 질량의 감소 폭은 터질 듯 엑셀을 밟는 롤러코스터의 속도처럼 관측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지구는 점점 더 자주, 더욱 강하게 경고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각국이 재생에너지의 이점을 적극 활용하고, 올해 제출 예정인 새로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를 통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분명한 사실은 행동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기회 비용은 행동할 때보다 훨씬 크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기후 위기에 맞서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행동에 나서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재생에너지가 있고, 그 속에는 해상풍력이 자리 잡고 있다.

 

물론 그에 앞서, 우리는 고래를 비롯한 해양생물의 서식지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그들의 집이자 안식처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해상풍력 확대 과정에서 이러한 서식지와 해양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노력은 결코 소홀히 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균형 잡힌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며, 사전에 철저한 환경영향 평가와 생태계 보전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생태계 보전이라는 두 목표 사이의 조화로운 균형이 필수적이다.

 

뜨거워진 바다는 우리에게도, 고래에게도 더 이상 편안한 보금자리가 될 수 없다. 지금 우리가 내리는 선택은 사람과 고래가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바다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갈림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