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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완주를 구할 영웅은 누구인가?

[완주신문]“지도자들 그 누구도 전쟁에 대한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데, 나라를 구하겠다고 죽음의 자리에 선뜻 나선 이들이 있었다.”

 

최근 본지에서 손안나 작가가 쓴 글의 대목이다. 이 문장에서 지칭한 ‘이들’ 중 대표적인 존재가 임진란 웅치・이치 전투에서 활약한 의병장 황박이다. 그는 이 땅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자기를 바쳤기 때문에 호남을 수호 할 수 있었다. 이런 전과(戰果)를 고려하여 그는 영웅이라는 것이 손 작가의 견해다. 일반적으로 영웅은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여 일반인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을 말한다. 이렇게 시대가 요구하는 이상적 신념과 자기 행위를 일치 시킬 수 있는 영웅의 출현은 ‘도덕적 선’의 현시로 볼 수 있다. 

 

난세는 잦지만, 어느 시대나 자기 일신의 안위를 버리는 일은 누구에게도 쉽지 않다. 근현대 역사 흐름에서 사회 혼란이 야기되면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한 존재’들은 대체로 자기 일신에 몰두했다. 그들은 시대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역량을 활용해 자기 가문의 명예와 재산 축적에 나섰지, 난세를 구하는 영웅 되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러니 임진란으로 고통에 처한 백성들을 구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순절한 의병대장 황박은 최고의 ‘도덕적 선’을 실천한 영웅으로 격찬 받아 마땅하다. 

 

그렇다면 황박을 영웅으로 이끈 도덕적 선은 무엇인가? 시대상황을 배제한 상태에서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도덕적 선’을 분명하게 정의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 작가 도스토예프스키는 ‘죄와 벌’에서 라스콜니코프이 경우를 예로 들며 도덕적 선이란 어쩔 수 없는 도덕적 상황에 붙들리고 마는 것, 그래서 옳음의 가치가 신경 쓰여 견딜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옳은 신념에 따라 행동하지 않을지라도, 누구나 자기 행위에서, 자신도 모르게 ‘도덕적 당혹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이 ‘느낌’을 도덕적 선이라고 정의한다.

 

예컨대 임진란에 처한 조선인에게 의(義)는 나라를 구하는 것이었다. 당시 옳음이 무엇인지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대부들은 가족을 보호하고 자기를 지키는 쪽을 선택했다. 하지만 황박은 어머니와 부인, 어린 두 아들을 남겨두고 사지(死地)로 갔다. 도스토예프스키 입장에서  황박은 가족에 대한 사랑은 남과 같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도덕적 선이 신경 쓰여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자기 안일 대신 옳은 신념을 따름으로써 영웅이 된 것이다. 이렇게 역사를 세우고 난세를 극복할 영웅의 출현은 시대의 사명이지만, 도덕적 선을 받들어 영웅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우리도 코로나로 인한 경제난과 대선을 앞둔 혼란 정국이 빚어낸 난세로 힘겹다. 여기에 더해 완주군은 어느 지역 보다 심각한 경제난과 6월 지방 선거를 앞두고 민심마저 흉흉하다. 

 

아, 아 완주의 민생을 구할 우리시대의 영웅은 어디에 있을까? 임진란 때 보다 지금 상황이 좋은 편이니, 완주를 구하기도 한결 쉬울 터이다. 하지만 그를 찾아내기가 여간 보통일이 아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 시대 유권자는 소극적으로 영웅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이에 본지는 6월 지방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분석했다. 6명의 군수 후보자들에 대해 지역과 연령별 조사로 표심의 흐름을 살폈다. 이를 통해 후보자들을 유권자의 전면에 띄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시도들과 군민들의 소망을 딛고, 우리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제시한 도덕적 선을 내면화한 군수를 선출해야만 한다. 행정과정에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판단을 내리든 ‘도덕적 상황에 붙들려’ 의로운 길은 가는 존재를 찾아내야만 한다. 자기 안일 대신 군민 수호에 전념하는 영웅을 탄생시킬 선거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완주군민들은 학연 지연에 휘둘리지 말고, 객관적 잣대로 후보자들의 평소 행실과 치적들을 꼼꼼하게 살펴야한다. 그래야만 황박에 버금갈 영웅, 이 시대 완주군을 영광으로 이끌 도덕적 존재를 맞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