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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완주군민은 진짜 행복한가?

[완주신문]완주군 발표에 따르면 군민은 대체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발표를 수긍하기 어렵다. 지난해 코로나19는 군민의 일상을 거의 정지시키다시피 했다. 그 여파로 식료품비와 주거비용 등 물가가 급상승 했다. 이는 부채 증가로 이어져 군민의 삶을 짓누르는 상황을 초래했다. 그런데도 군민들은 삶의 만족도를 측정하는 조사 중 ‘행복’도 부문에 가장 많은 체크를 했으며, 가족관계 만족도 역시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조사대로라면 우리 군민의 ‘행복감’은 자본에서 기인한 물질적 가치에 흔들리지 않는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백과사전에는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을 행복으로 정의하고 있다. 공자 역시 생활고에서 구제될 때 백성은 항상성(恒常性)을 얻고, 이를 통해 항상심(恒常心)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요컨대 민생고가 어느 정도 해결되어야 백성의 행복한 정서가 형성되며, 주위 변화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은 평정심이 생긴다는 말이다. 

 

국가는 국민의 항상성에 기반한 정서에 민감하다. 시민의 내적 정서가 표심으로 드러나 현실의 정치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즉 유권자들은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 정치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따라 표심을 움직인다. 따라서 정책의 성공여부는 국민의 행복감과 직결되며, 국민이 느끼는 만족감 정도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정부는 국민의 정서적 반응을 수량화 시키는 사회과학을 활용해 정책의 방향키를 설정한다. 우리 군도 이런 입장에서 ‘완주군의 사회지표’ 조사를 실시했을 것이다. 

 

군의 의뢰를 받은 조사 기관은 ‘2020년 완주군 사회조사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 지난해 월평균 생활비는 100만원 이하 저소비 계층이 30.1%였으며, 300만원 이상 고소비 계층은 21.7%로 집계됐다. 또한 2년 전과 비교할 때 가계 부채가 ‘있다’는 응답은 9% 이상 상승했으며, 부채 규모가 5천만 원 이상인 비율(12%p 증가)이 더 가파르게 올랐다. 이처럼 어려움이 가중됐지만 ‘삶의 만족도’에 대한 견해로 ‘행복’하다는 비율이 가장 높았고, 군내의 ‘지역생활’ 만족도까지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위의 조사에 따르면 완주군민은 저소비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생활비 수급이 어려워 빚을 져야하는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고, 행복감마저 다른 때에 비해 더 높게 느꼈다. 이는 고대부터 내려온 보편적 행복의 조건과 상반된다. 물론 행복은 부 외에 건강이나 안정적인 가정 등 다양한 조건들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자본시대를 살아가는 완주군민이 생활비는 늘어나고 수입은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제적 조건에 대한 고려 없이 행복만을 운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완주군이 믿고 싶은 사실이 무엇이건 간에 위의 조사 보고는 무의미하다. 어떤 면에서 조사 기관의 의도는 의심스럽고,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기본적으로 과학연구는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정하는 과정을 통해 이론을 수립한다. 사회과학 역시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잘못된 전제가 반영된 가설 설정이나, 가설을 검정하는 과정의 절차가 객관적이지 않으면 그릇된 결과를 도출한다. 여기서 문제는 그릇된 결과로 얻어낸 이론에 근거하여 정책을 실행할 경우,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의 몫이다.

 

이번 완주군 ‘완주군의 사회지표’ 조사 역시 같은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지금 현재 상태의 지역 생활에 만족하며 개인의 삶에서 행복도까지 높은 군민에 대해 완주군은 개선할 정책 방향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조사는 더 나은 삶을 지향하는 유권자로서 군민과 이런 군민의 정서를 읽으려는 군행정부 사이를 이간질시키는 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