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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완주의 미래다

[완주신문]“놀이터에 소음이 사라지면서 절망이 찾아 왔어요. 참 이상하지, 애들 소리가 없는 세상.”

 

‘칠더런 오브 맨’에서 간호사 미리엄이 주인공 테호에게 한 말이다. 이 작품은 멕시코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2007년 작품으로 2027년 영국의 모습을 다룬다. 영화에서 전 인류는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집단불임에 처했다. 이는 인류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 이끌어낸 진화의 결과다. 영화 속 젊은이들은 자기중심적인 삶을 위해 결혼 기피는 물론이고 인위적인 불임시술에다 낙태까지 당연한 권리로 여긴다. 이것이 임신기능의 퇴화라는 미증유 사태를 낳았다. 왜 영화 속 청년들은 오직 자기중심적 삶만을 추구하게 됐을까? 

 

그런데 이 상황은 쿠아론의 상상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현대 우리나라 결혼 적령기 젊은 층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청소년들까지 결혼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결혼도 부담스럽지만 출산은 더 싫다고 한다. 이런 세태는 OECD국가 중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라는 현실로 나타났다. 게다가 완주군 인구 감소 추세는 우리나라 총 인구 감소율 보다 그 정도가 훨씬 더 심각하다. 도대체 청년들은 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게 됐을까?

 

통계청 인구 조사 자료에 따르면 1970년대 완주군에는 18만3000여명이 살았지만, 2020년 5월 행정안전부에 등록된 완주군 인구는 9만1835명으로 절반이 줄었다. 지난 5월 완주군내 출생은 37명이지만, 5월 사망한 수는 79명에 이른다. 가임인구에 비해 노인인구가 2배 이상 많은 현재 완주군 인구 비례로 볼 때 당연한 현상이다. 이는 완주지역의 아파트 값 하락, 지역 상권 소멸, 지역 학교들의 폐교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청년이 사라진 완주군, 이 사태가 지속된다면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폰소 쿠아론이 그 너머를 보여준다. 

 

20년간 아이가 태어나지 않은 쿠아론의 지구에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정부는 영국 밖에 없다. 시민이 없으니 내수를 형성하던 소비자와 생산자도 사라졌다. 그렇게 시장은 멈췄고 세금 낼 국민이 없으니 정부 운영도 불가능하다. 당연히 법적 질서는 바랄 수도 없는 상황, 만인에 의한 만인에 혼란이 사회를 지배한다. 

 

이 세계에 사는 인류에게 미래는 없다. 문제의 해결책은 인구증가 밖에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런데 그나마 그때까지 국가 형태를 유지하고 있던 영국 정부의 인구정책은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삶이 불안하니 자살을 하는 게 유리하다며, 시민들에게 음독자살을 종용한다. 출산이 멈춘 상태에서 정부의 자살 정책까지 더해지니 인구감소 폭은 더 급격하다. 도대체 이 행정부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이 속에서 이 나라의 청년들이 미래를 꿈꿀 수 있었을까?

 

그렇다면 완주군은 인구 절벽에 다다른 현 상황에 대해 적절한 대처를 취하고 있을까? 우선 인구 감소의 심각성에 주목하고 인구 증가 정책을 주요사안으로 삼았다. 또 이 과업의 핵심에 일자리 창출을 두었다. 그래서 테크노밸리 2단계, 농공단지 등 산업단지 조성과 기업유치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도시에 버금가는 도시기반을 확충함으로써 15만 완주 자족도시로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완주군의 이 전략은 실제로 가능성이 있을까? 또 기업유치로 일자리 창출을 성공시킨다고 해서 실질적으로 완주 청년들의 일자리를 보장할 수 있을까? 우리는 현대자동차를 통해 이미 경험했다. 기업을 유치한다고 해서 그 낙수 효과로 완주군 청년에게 일자리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또 타지역으로부터 인구가 유입되더라도 대기업이 물러서면 그들도 떠나기 때문에 이런 식의 인구증가는 한시적이라는 것도 경험했다. 이를 통해 단순히 일자리 창출만으로는 군민의 소득 보장은 고사하고, 교육의 기회균등 같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문화적 기반 구축이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완주군 행정은 왜 이런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을까?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청년들이 삶의 터를 닦을 수 있을까? 

 

어쩐지 완주군의 행정 처리 방식은 쿠아론이 그려낸 영국정부 모습과 오버랩 된다. 영화 속에서 영국정부는 거시적 차원에서 불임 치료약을 개발한다거나 청년 실업 상태를 해소하려는 근본적 대책은 모색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 닥친 인류의 불임 상황을 소비하면서 국민들을 쉽게 통제할 구실만 찾는다. 완주군 행정 역시 인구감소에 대한 중장기적이고도 실질적인 대책이 아니라,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임시적인 방편만 찾는 것처럼 보인다. 만일 완주군이 진정으로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인구 증가의 근본 주체인 청년을 위한 정책에 주력을 해야 한다. 청년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제대로 살피지 않는다면 어떤 정책들은 제안하더라도 설득력을 갖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