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후원하기

[인터뷰]유기견 지킴이 최성영 소장

“살 수 있고 주인 찾을 수 있다”
보호소 입소 10일 후 안락사 문제
개에 따라 보호기간 차등 적용해야
동물 사랑하는 이들에게 무료 분양

[완주신문]검은색 푸들이 소양면 화심순두부 사거리에서 주인을 잃었다. 개와 주인 모두 애타게 서로를 찾았지만 만나지 못했다. 인근 주민이 주인 잃은 푸들을 4개월간 보호하다 이후 ‘별빛유기견보호소’로 보냈다. 이곳에서 두달이 지난 후 푸들 주인이 자기 개를 군청 홈페이지에서 발견하고 찾으러 왔다. 6개월만의 상봉이었다. 강아지는 주인 품에 안기자마자 주인 겨드랑이에 코를 묻고 바로 잠이 들었다. 주인은 개를 안락사 시키지 않고 끝까지 보살펴준 유기견 보호소에 감사하고 있다. 별빛유기견보호소 최성영 소장을 만나 유기견을 돌보게 된 사연 등을 들어봤다.

 

 

▲ 현재 보호하고 있는 유기견은 몇 마리이며, 어떤 식으로 관리하는가?
-현재 120여마리가 보호소에 있다. 유기견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데려와서 일단 회충약을 먹인다. 이어 대・중・소 및 암수를 구별한 뒤 건강 상태를 확인해서 분류한다. 아픈 아이들은 따로 분류해 치료를 먼저 한다.
크기별로 사료도 따로 준다. 태어난지 얼마 안된 강아지, 작은개, 큰개 세분류로 각각 다른 사료를 먹인다.
그리고 분뇨처리가 가장 힘들다. 바닥에 왕겨를 깔고 매일 새로 갈아준다. 100마리가 넘어가다보니 분뇨처리만 매일 2시간 넘게 걸린다. 매일 분뇨가 30kg씩 나오는데, 이를 인근 농가에 퇴비로 가져다주고 있다. 또한 위생을 위해 왕겨를 걷고 바닥을 매일 소독한다.

 

▲ 유기견을 돌보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 유지관리비를 마련하는 게 가장 어렵다. 현재 사료값으로 매달 100만원 이상씩 들어간다. 설비 일을 하는데, 지난해까지는 생업을 하며 유기견을 돌봤다. 하지만 올해 100마리가 넘어가면서 본업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사라져 버렸다.
유기견을 포획하면 한 마리당 지자체에서 12만원의 지원금이 나온다. 이 돈은 유기견을 포획하고 10일간 보호하다가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 시키는 비용이다.
하지만 우리 보호소에 들어온 아이들은 안락사를 시키지 않는다. 이 때문에 보호하는 유기견이 계속 늘어나며, 관리비 감당이 힘들어 지고 있다.
다행히도 가끔 사료를 후원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그나마 버티고 있다.

 

 

▲ 유기견 신고가 들어오면 포획도 나간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하는가?
- 완주군청으로 유기견이 있다는 신고를 하면 군청에서 보호소에 연락을 준다.
포획을 나가서 겪은 여러 사례가 있다. 한번은 시베리안허스키를 잡은 적 있는데, 당시 119대원들이 잡으려다 실패해 도움 요청을 받고 나갔다. 워낙 크다 보니 위협적이라서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강하게 제압을 해야 하는 개들이 있고 먹이 등으로 경계를 풀며 접근해야 하는 개들이 있다.
특히 들개는 잡기가 정말 힘들다. 지난해 가을 화산면에 들개 4마리 무리가 있는데, 119대원들과 한 마리만 포획하는데 성공했다. 들개들은 사람을 믿지 않기에 멀리서부터 도망간다. 그중 한 마리가 새끼를 세 마리 나았는데, 석달을 먹이를 가져다주면서 보살피다 새끼들만 데려왔다.
유기견들은 대부분 다치거나 아픈 경우가 많다. 또 사람을 경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자칫 물리는 등 포획과정에 항상 위험이 따른다.

 

▲ 언제부터 유기견을 보살폈으며, 계기와 동기는?
- 십년 전쯤이다. 용진면의 한 아파트에서 시설 관리하는 일을 하며 인근 유기견을 데려다 키웠다. 어릴 적부터 워낙 동물을 좋아해서 별 생각없이 주인 없는 개들에게 밥을 주었더니 이 녀석들이 곁을 떠나지 않게 되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세 마리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15마리가 돼서 인근 땅을 빌려 비닐하우스로 개들이 머물 수 있는 곳을 만들고 돌보기 시작했다.
계속 모두 돌볼 수 없어 일부는 유기견 보호소로 보냈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열흘이 지나면 안락사를 시키더라. 나중에 알아보니 규정이 그렇다고 하더라. 그게 너무 속상하고 그렇게 죽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더 이상은 보호소에 개들을 보내지 못하고 직접 보살피기 시작했다.

 

 

▲ 유기견을 관리하며 그간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들었다. 그간 과정을 설명해 달라.
- 지금까지 열번 쫓겨났다. 지금 유기견들이 지내는 장소가 11번째이다. 그간 말 못할 사연들이 많았다. 주로 주민들의 민원이 주원인이다. 일단 개가 많이 모여 있으면 사람들이 싫어한다.
한번은 공간이 부족해 다친 강아지 두마리를 차에서 석달동안 돌본 적도 있다. 차가 개집으로 사용된 셈이다.
직장을 구할 때도 우선순위가 개를 돌볼 수 있는 조건을 내세웠다. 한번은 한 공장에서 개를 키울 수 있게 해줘서 그곳에서 일하기도 했었다.

 

▲ 유기견을 분양한다고 하던데, 어떻게 하면 분양 받을 수 있는지?
- 완주군청 홈페이지에 보면 보호하고 있는 유기견 목록이 나온다. 이를 보고 직접 연락을 주거나 군청을 통해서 연락을 하면 분양 신청서를 보내준다. 그러면 신청서를 작성해 보내주면 된다. 먼저 분양 신청자가 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와 기를 수 있는 환경을 확인해 적합하다 판단되면 무료로 분양해준다.
아울러 밴드에 가입을 유도해 잘 크는지 사진 등으로 상황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한다.

 

▲ 유기견 안락사에 대한 입장과 유기견에 대한 지자체나 정부 정책이 어떻게 됐으면 좋겠는가?
- 현재 10일 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키는 기간은 너무 짧다. 유기견 중 주인을 잃어버린 개와 주인이 버린 개는 차이가 있다. 예로 목줄만 봐도 바로 알 수 있다. 주로 버린 개들은 목줄이 없다. 완주군의 경우 버린 개들은 주로 외곽에서 발견된다. 고산 6개면이나 소양 등에 버리고 간다. 여름 휴양지, 동물병원 앞, 심지어 버스정류장에 놓고 가버린다. 이렇게 버린 개들은 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주인을 잃어버린 개는 주인이 찾는데 열흘은 너무 짧다. 최소 3개월이라는 시간은 줘야 한다. 지난해 검은색 푸들은 6개월만에 주인을 찾았다. 이 때문에 이에 대한 규정을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
또 가장 좋은 것은 지자체에서 보호소를 직접 관리하는 방법이라 생각된다. 유기견을 보살피며 가장 힘들었던 게 장소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완주군 차원에서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줬으면 좋겠다.
인근 군산시의 경우 시에서 직접 보호소를 운영한다고 들었다. 지자체 차원에서 관리하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 상태에 따라 분리 보호할 수 있고 위생관리 등도 더 잘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