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신문]내가 어릴 적 우리 집이나 어느 가정이고 식구가 십여 명씩 되었어도 삼사 평 단칸방이나 초가삼간 부엌 하나 방 두칸이 고작이었고 혹은 사랑방까지 셋인 집도 있었지만 사랑방은 이웃들의 마실 방으로 쓰였으니 실상은 삼사 평의 좁은 공간에서 온 가족이 어우러져 살았어도 크게 불편함을 모르고 다툼이나 불평이 없이 할아버지 할머니를 공양하고 부모님을 공경하는 형제의 우애는 부족한 식량이나 허름한 의복이 행복과 평화를 깨뜨리지는 못했다. 비약이지만 개나 돼지나 고양이는 여러 마리의 새끼들이 한 어미의 젖을 빨고 자라지만 십여 마리의 숫자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 한 울타리의 한 무리로 더 잘 자라는 것이다. 백수의 왕 사자가 제 아무리 날카롭고 힘이 센 이빨과 쇠스랑 같은 발톱이 있을지라도 혼자일 땐 누나 얼룩말이나 물소가 가소롭게 여기지만 무리로 힘을 모아 살아가기에 동물의 세계를 제패하는 것이고 숫자가 많아서 살아가는데 약점이 아니라 오히려 뭉치니 힘이 커지는 것이고 흩어지면 힘이 약한 외톨이라 생존 할 확률조차 낮은 것이다. 식물도 마찬가지로 소나무나 억세나 갈대나 코스모스 같은 온갖 숲들이 한곳에 모여 서로가 버팀목으로 군락을 이루는 그들만의 세상이 되
[완주신문]봉동의 생강은 내가 어릴 적부터 타 지역의 생강과는 맛과 질 효능이 월등히 뛰어나 대도시 농산물 시장에서 인기가 높아 고가로 팔려나가는 채소이자 양념이고 기호식품이자 약재였다. 완주군 어느 농가에서나 고소득 농작물로 쌀농사 못지않은 인기 있는 작물이었고 가을의 김장철 생강을 한 트럭 싣고 서울이나 대구나 부산으로 나가서 운 좋게 값이 맞아서 벼락부자가 된 가정도 있었지만 나의 아버지께서도 생강을 대구로 싣고 가셨으나 폭락한 가격 덕분에 쪽박을 차게 된 어릴 적 가슴 아픈 기억이 있다. 나는 농사를 한 번도 지어본 적 없지만 생강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게 큰 이유 중 하나는 어릴 적부터 생강을 즐겨먹는 습관 때문이고 가을이면 밭에서 생강 한 포기를 쑥 뽑아 논물이나 도랑물에 흙을 씻고 입에 넣고 우둑우둑 씹으면 들쩍지근하고 상큼 매콤하고 톡 쏘는 강한 향 그런 독특한 맛은 그 어떤 채소나 과일에서는 맛볼 수 없고 느낄 수 없어 좋아하게 된 간식거리나 안주인 편강이고 또는 생강차로서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애호식품이 된 것이다. 생강은 용도가 다양한 작물로 우선 김치를 담글 땐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양념이고 생선을 조리할 땐 생강을 넣어야 제맛이 나고 겨
[완주신문]옥구슬 보다 더 맑고 깨끗한 물줄기 보석상자 흩어 놓은 자갈밭과 모래알 백사장 머릿속 잠들어버린 기억의 산물인 추억이지만 이마저 날마다 조금씩 구름 되는 어릴 적 그림책 만경강의 이야기다. 그러나 요즈음 환경이 삶에 지대한 영양을 끼치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여 만경강 살리기 걷기 대회 한마음 대회 행사가 열리고 여러 단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 했으며 누구의 입에서나 만경강을 살리자는 화두가 대세가 된 요즈음의 분위기이니 늦었으나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군에서도 군수가 앞장서 많은 예산을 투입하여 만경강의 기적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강하니 머지않아 살아 숨 쉬는 만경강이 우리네 품으로 돌아올 것을 믿으니 기대가 크다. 어떠한 계획인지는 잘은 모르지만 한 마디 덧붙인다면 우선은 사람들을 위한 편의 시설이나 아름다운 인위적인 조경물을 세우기보다는 생태계를 살리는 복원이 우선일 것이며 사람이 우선인 환경이지만 그 자연이 죽어가고 있다면 결국은 사람들도 생기 없는 무미건조한 삶이 될 것이다. 그러니 곤충이나 물고기나 새들이 찾아와 마음 놓고 번식하는 터전을 조성하여야 할 것이고 잡다한 동물들도 즐겨 찾을 수 있는 깨끗한 강물 모래와 숲과 나무가 조화를 이룬 그
물속에 빠지면 숨 쉬지 못하는 코이고 물 밖에 나오면 맥 못 추는 아가미도 바다나 강물은 소풍간 디즈니랜드다 고문하고 벌주려고 억지로 매달지만 매달려야 살 수 있는 박쥐 밤이면 떠지는 눈 어둠은 터전이다 끓어 안으면 병 되는 괴로움 버리면 날개 단 발걸음 똥이지만 숲이나 야생은 따끈한 아침상이다 땅 속에 파묻히면 본향 가는 열차이고 흙 속에 눈감고 잠들면 싹트는 새싹 삼십 배 백 배로 부활 하는 알곡이고 땅굴 뚫는 두더지 소매치기 생쥐 독침의 뱀 있어 보릿고개 넘어가는 부엉이 황조롱이 솔개이고 낱알을 약탈하는 쓰리 꾼 새 떼가 아니라 해충을 토벌 하는 경찰 때문에 풍년이다 땅 속을 누비는 지렁이 옥토를 만들고 농약과 중금속이 양식 되는 갈대와 잡풀이니 흙과 돌 곤충과 새 풀 한 포기까지도 숨 쉬는 이 땅의 샘물 같은 인프라이다
아침저녁 찬이슬에 눈뜨는 불씨 단골인 설악산 봉우리 산실에서 천왕봉 마루와 밑자락까지 꽃밭 되는 내장산 월악산이다 힘을 모아 다도해 훌쩍 단숨에 백록담 넘는 바람 같은 도깨비불 되는데 소화기 대신 들이대는 스마트폰이다 시월은 천사의 가을걷이 타작한 붉은 재 헤치면 생끗 웃는 도토리 알밤 홍시는 산속의 고아들 아침상이다
[완주신문]임금님은 모르고 일반 관리들의 부당한 일 처리나 우연한 일이나 억울한 일로 고통 받는 힘없는 서민들의 애환을 풀어주려고 설치한 게 신문고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시대에 불편한 제도나 사연을 깊이 고민해 보고 각 기관의 지도자가 따져보고 해결하거나 개선해 주려는 제도가 인터넷 신문고이다. 그러나 완주군수에게 올리는 신문고를 군수는 보지도 않고 해당 실무 직원이 알아서 답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전 장애인 콜택시가 김제는 15대, 완주는 9대라고 알렸는데, 돌아온 답은 ‘올해 한대 증차와 내년 3대 증차의 법정 증차 계획이 있고 김제나 부안이나 타 시군에 가서도 그곳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군수의 의지가 없는 답으로 해당 직원이 매뉴얼에 따라 답한 것 같다. 즉, 완주군 수장이 교통약자 복지는 안중에 없는 것으로 이해된다. 타 지역에 가면 장애인 택시를 똑같이 이용할 수 있다고 답하지만 이는 전북도민 누구나 똑같이 누릴 수 있는 통합관리 시스템이다. 완주군은 유독 13개 읍면이 동서남북 뿔뿔이 몇십리 또는 백리 밖에 떨어져 있고 봉동, 구이, 이서, 상관, 동상, 운주, 경천, 화산에서 신청하면 두 시
[완주신문]내 고향 완주군은 전주를 둘러싸고 있어 읍면들이 동서남북에 뿔뿔이 흩어져 자리하고 있다. 같은 군이지만 강 건너 이웃 같다. 내가 사는 봉동에서 구이나 이서로 바로 갈 수 있는 버스 노선이 없고 전주에서 노선을 찾아 갈아타고 더듬어야 갈 수밖에 없다. 운주, 경천, 화산, 동상, 비봉도 고산에 가야 하루에 서너번 있는 시내버스를 타야 갈 수가 있으니 외지나 마찬가지다. 자가용이 없는 사람은 접근하기 힘들고 타지역 같다. 그리고 상관도 전주시를 지나 남동쪽에 자리하고 있으니 외지인 셈이다. 오히려 가장 가까운 이웃은 전주고 그 다음이 삼례, 고산, 용진이니 완주군은 가깝고도 먼 이웃들이 함께 사는 고장이다. 그나마 다행히도 요즘은 500원만 내면 탈 수 있는 마을버스가 생겨 하루에 6번 봉동에서 용진을 거쳐 소양까지 왕복이 가능해졌다. 소양 소재지에서는 외지 마을과 동상면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완주군의 노력과 배려가 감사하다. 하지만 인근 전주, 고창, 김제, 정읍과 비교할 때 아직 부족한 게 있다. 완주군은 타 지역에 비해 13개 읍면이 사방팔방에 흩어져 있어 교통약자들이 혜택을 누리려면 타지역보다 4~5배
구월이 되면 일어나는 산불 찬 서리 계절풍에 눈뜨는 화롯불이고 설악산 봉오리는 단골 산실이다 지리산 마루부터 피어오르는 봉화 불 산자락까지 수놓고 힘을 모아 다도해 훌쩍 백록담에 꽂는 깃발 꽃밭 되는데 나무와 욱어진 숲은 불쏘시개 되어 단순에 고개를 넘는 바람 탄 불길 소나무 사철나무 한 입에 간식거리 되지만 소화기 대신 들이대는 스마트폰이다 시월의 산과들 모두 태운 붉은 잎 헤치면 알밤과 도토리 홍시는 산새와 다람쥐 고아원 아침상이고 천사가 지핀 산불의 가을 거지다
[완주신문]가을은 대한민국 어디를 가든지 지방마다 축제가 열리는 계절이다. 우리 고장 이웃들의 떠오르는 축제를 보면 김제지평선축제는 한국에서 제일 넓은 김제평야의 쌀 생산과 장려와 소비홍보가 목적으로 전국적인 축제다. 정읍의 단풍축제 역시 내장산의 뛰어난 단풍을 홍보 목적으로 시민이 하나가 되는 성공한 축제다. 함평 나비축제도 농약과 농업발달로 자연과 환경이 파괴되어 구경조차 하기 힘든 나비를 복원하여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아름다움으로 장식하는 효과로 전국에서 관람객이 몰려온다. 인삼이나 한우나 장미나 구절초 같은 축제하면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는데 와일드푸드 축제는 떠오르는 상품이 없다. 멧돼지인지 개구리인지 뱀인지 미꾸라지인지 종잡을 수가 없는 축제를 가지고 군청과 읍면이 몇달을 매달려 온 정성을 쏟고도 남는 게 무엇인지 고개가 갸우뚱거린다. 고산과 화산의 한우를 축제를 통하여 더욱 활성화시키며 어떨까. 동상면과 운주의 곶감과 감식초를 정책적으로 고품질 상품화시키고 홍보하여 소비를 촉진시키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다. 봉동하면 생강, 생강하면 봉동인데 요즘은 해충에 강한 중국산 생강에 밀려 토종 봉동생강을 찾기 어렵다. 토종 봉동생강은 맛과 약효가 뛰어나고 온
지리산 자락 축제가 한창인 운봉 발 빠르기로 소문난 동네답게 팔월도 마무리하기 전 구월의 대문 밖 새벽부터 고개 숙여 편지를 읽느라 쳐들어오는 땅거미조차 눈길 돌리지 않는다 만경강 둔치의 코스모스 빨갛게 하얗게 노랗게 마음대로 편지를 쓰느라 반 토막 나는 하루해이고 아침저녁 찬바람 친숙해지는 구월 말 편지 읽는 행사장 불 지필 것이다 산자락 다랑이 논 지평선 들녘에도 배낭 속 편지 초행길 구월이지만 찬 서리 한 아름 시월이 되면 제방과 둔치와 산과 들 길목이 손잡고 붉은 크레파스로 세게 약하게 눌러 쓴 편지를 무대에 올리면 활활 봉홧불 되는 점령군 불타는 단풍잎 가을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