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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단상]느린 것이 빠른 것이다

“느린 것이 빠른 것이다.”

 

미하엘엔데의 소설 ‘모모’에 나오는 거북이의 대사다.

 

완주신문을 시작하고 한달정도 됐을 때다. 고산 쪽에서 몇분이 모여 “우리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냐?”고 대뜸 묻는 일이 있었다. 이후 각자 완주에서 겪었던 일들과 지역독립언론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말씀을 해주셨다.

 

고마웠다. 그리고 너무 빠른 것 아닌지 갸웃했다.

 

이외에도 각 읍면별로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을 만났다. 완주에 그간 계기가 없었을 뿐이지 불합리한 상황을 인지하고, 이를 개선할 움직임이 태동하고 있었다.

 

아울러 완주에 보석 같은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젊은 시절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고 도연명의 ‘귀전원거’처럼 여생을 조용히 보내려던 분들.

 

그런 분들이 지역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국가는 어느 정도 민주화가 됐는데, 지방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다. 완주신문 창간이 이러한 갈증을 자극했던 것 같다.

 

완주신문은 아직 도움 받을 체계도 갖추지 못했다. 주민들이 주도해서 이를 준비하는 위원회가 결성 중이다.

 

대부분 언론사에서 채택하고 있는 사주 체제는 효율적이고 일 진행이 빠르다. 하지만 언론의 본질을 망각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완주신문에서 시도하고 있는 주민들이 주도하는 방식은 이에 비하면 많이 느리다. 대신 주민과 독자가 주인이 되기 때문에 언론 본연의 목적에 더 충실한 구조를 가지게 될 것이다.

 

느린 것 같지만 사실 이게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