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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삼성 새만금투자와 겹쳐 보이는 쿠팡

[완주신문]지금은 이미지 시대다.

 

용모, 복장, 표정 등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이미지부터 심리, 정서를 다루는 내적 이미지까지 이미지의 범위는 실로 광범위하다. 만난지 2초에서 10초사이에 결정된다는 첫인상도 이미지의 한 모습이다. 결국 이미지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좋든 싫든 무궁무진하게 변신이 가능하다. 

 

지난해 완주군에서 좋은 이미지에 성공한 대표적 업체는 이커머스 회사 쿠팡이다. 쿠팡은 테크노밸리 제2산단에 대규모 거점물류기지를 세우기로 하고 1300억원을 투자키로 약속했다.

 

쿠팡이 들어서면 신규일자리 창출은 물론 전기차를 활용한 배송, 태양광 등 에너지시스템, 빅데이터 등 다양한 산업에까지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이라는 언론 홍보가 봇물 터지듯 터져나왔다. 뒤이어 이곳저곳에서 쿠팡 환영 메시지도 연이어 쏟아졌다.

 

쿠팡의 이미지는 전북 경제를 이끌 한축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로 결정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쿠팡의 양해각서 체결상황이 김완주 전 전북지사 당시 삼성의 7조6000억원에 달하는 새만금투자 양해각서 체결이 겹쳐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쿠팡의 완주군 대규모 물류센터 투자 스토리를 되짚어 볼 때 조건들이 하나씩 들어맞는 것 같다.

 

쿠팡과 전북도, 완주군이 투자협약 양해각서(MOU) 체결시점으로 돌아가 보자. 송하진 지사와 박성일 군수의 인터뷰는 지역의 질 높은 일자리가 창출은 물론 전북 경제발전을 견인하는 축이라며 쿠팡의 물류거점 투자에 무조건적 찬양 일색이었다. 두 행정 수장이 만들어낸 쿠팡의 이미지는 전북의 기둥이며 전북의 미래라는 것이다.

 

앞서 쿠팡이라는 기업이 먼저 만들어낸 1차적 이미지는 엄청난 성장 가능성을 가진 최고의 이커머스 기업이라는 것이었다.

 

이 같은 이미지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은 여러 곳에서 보인다.

 

양해각서는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 부담 없는 이미지메이킹이다. 특히 전국 새벽배송 완성이라는 당시 꿈같은 쿠팡의 이커머스 설계는 주식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실제 지난해 3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후 시가총액은 100조원에 달했다. 우리나라의 투자자들이 당시 3월 한달동안 1110억원을 사들여 쿠팡의 상승세에 편승했었다. 당시 뉴욕이 아닌 한국 코스피에 상장했다면 삼성전자에 이어 국내 2위 업계로 발돋움했을 것이다.

 

그 꿈의 기업 쿠팡의 이미지를 만들어 줄 현장 중 한곳이 완주군이었을 뿐이다. 쿠팡의 입장에서는 전북도와 완주군이 쿠팡이라는 기업 이미지를 높여주는 들러리 역할은 확실하게 해냈으니 말이다. 물류단지가 완주가 아닌 김제나 익산 등 다른 곳이었다 하더라도 쿠팡은 손해가 없다. 물류 교통 환경 이미지야 어떻게 포장해도 맞아 들어가니 말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쿠팡의 주가는 반토막이나고, 연일 수익성 악화 소식만 들어오고 있다. 전자상거래시장에서도 네이버에 이어 2위를 달렸던 쿠팡이 SSG닷컴에 밀리며 3위로 밀려났다.

 

지금은 완주군에 둥지를 트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들리고 있다. 2022년 시작부터 삐걱대는 물류센터 설립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김완주 전북지사 당시 삼성 새만금투자 확정이라는 스토리와 맥이 겹쳐진다는 점이다. 지난 2017년 6월 김완주 전 도지사는 전북도의회 삼성그룹 새만금투자 무산 진상규명 특별조사위에 증인으로 참석해 여전히 삼성 투자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7조6000억원에 달하는 새만금 투자협약 양해각서 체결 후 삼성은 아무런 계획도 밝히지 않다가 5년이 지난 투자포기 선언으로 양해각서는 휴지조각으로 변했는데도 말이다.

 

쿠팡 유치 무산이 현실화되고 완주군의회 특별조사위에 불려올 증인 역시 쿠팡의 진정성은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라 예측해 본다.

 

이러한 과오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전북도와 완주군, 그리고 쿠팡이 진정성 있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그동안 갖춘 좋은 이미지의 완성을 위해 전적으로 힘을 모아 결실을 맺었으면 한다.

 

분명 우리는 이미지의 시대에 살고 있다. 어떤 이는 과거의 삶으로부터 진정성이 담긴 이미지를 만들지만, 또 다른 어떤 이는 이미지 조작을 통해 이득을 얻으려고도 한다.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려고 할 것이고, 집단 욕망을 잘 끄집어내 포장할 것이며, 차근차근 알기 쉽게 이해시켜주는 듯 현실 착란을 불러올 것이다. 따라서 이미지 조작에 현혹되지 않는 눈을 키워 나가고, 끊임없는 의심을 통해 조작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자신을 단련해 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