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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아동권리 간과한 대선 공약

[완주신문]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많은 정책과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대선 정책 중 양육·돌봄과 관련한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국가 책임을 강화하자는 이야기가 많아 보인다. 아이를 낳을 경우 전체 육아휴직 기간을 늘리고, 특히 아빠의 육아휴직을 독려하는 것도 여야나 진영을 가리지 않고 대표 공약으로 꼽는다. 적어도 저출산이 국가적 위기이고 지금보다 돌봄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는 이견이 없는 셈이다.

 

아동에 대한 인식은 그 시대의 시대정신과 결부돼 있다. 여당과 제1야당 캠프에서 아동 돌봄과 관련된 발표내용을 소개한다. 두 후보 모두 초등돌봄교실의 저녁돌봄을 오후 7시와 8시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것은 아동의 권리를 제대로 반영한 정책인가 의문이 든다. 아이들을 열두시간 학교에 붙잡아 두는 게 최선의 돌봄일까? 성인들은 직장에서 열두시간 있으라면 급기야 파업을 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120시간 노동을 아이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아닌가?

 

어른들의 입을 빌려 말하는 아이들이라고 마음대로 재단하는 이 공약들은 일찍 하교시키고 싶은 교사들의 편익과 근무시간을 채우려는 종사자들과 부모 퇴근시간의 필요성에 맞추려고 어른들이 짜 놓은 판에 아이들은 천덕꾸러기가 된 작품인 듯하다.

 

건축가 유현준 홍익대 교수가 이야기했던 사각박스의 교실, 단체 행동, 단체 급식, 규칙과 제약, 누군가에 의한 통제는 교도소와 다를 바 없는 창의적이지도 않고 자유롭지도 않은 이곳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느끼고 어떤 행복으로 살아갈까? 또한 이 정책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을 것이다.

 

그리고 모 후보가 언급한 ‘엄마품온종일돌봄교실’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때 쓰던 명칭으로 시대착오적이다. 여기서 말하는 돌봄에 아빠의 자리는 없다. 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하여 육아 돌봄은 엄마의 몫이라는 전근대적인 표현을 가감 없이 답습하는 것을 보니 정말 갑갑하다. 꼰대스러움의 최고봉이다.

 

어린이날 100주년인 올해. 후보자의 공약에 아이들의 미래 여부가 보인다. 정책이 국민 삶 속에 들어와 왜곡되면 고통은 전적으로 국민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