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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일상]발바리의 교훈

[완주신문]한 시간쯤 걸어가면 재미삼아 기르는 텃밭이 있고 그 옆에 우사가 있는데 우사 입구에 목줄에 매여 있는 털복숭아 삽사리 3마리가 우리만 나타나면 목줄이 끊어지게 날뛰며 반긴다. 우리 집사람이 가끔씩 별미를 가져다주는데 먹이를 향하여 그렇게도 발버둥 거리던 개 한 마리는 그릇을 다 비울 때까지 거들떠보지도 않아서 왜 그러느냐고 물어 보니 새끼란다. 어미가 그릇을 다 비우기까지 꼴깍 꼴깍 침을 삼키며 다 먹기를 기다려 준다는 것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새끼를 낳은 어미들은 새끼를 위하여 지 목숨을 돌보지 않고 온갖 정성을 다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천적에까지도 맞서는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꼬리를 흔들며 알랑 방구를 떨며 살살거리던 애견도 새끼만 낳아 어미만 되면 이빨을 드러내며 하극상을 일삼지만 일단 성체가 되면 새끼와 어미의 관계는 강 건너 불구경이 되고 안면을 바꾸어 살벌한 경쟁의 대상이 되는 게 야생이다.

 

사람들의 세계에서도 흔하지 않는 이야기다. 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주위로부터 보고 배운 것도 없는 삽사리를 보면서 사람이라면 천성의 성품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부모님 공경은 뒷전이지만 자녀라면 쌍불을 켜는 세상이다. 부모를 공경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자라난 자녀들은 자기들만이 제일이고 이웃과도 어울릴 줄 모르는 삭막해지는 세대가 되어가는 데 어떤 젊은이는 부모도 대접 받는 만큼 베풀 줄 알아야 공경 할 수 있다고 상대성을 강조하지만 신의 계명과 우리네 전통과 미풍을 무시하는 발상이다.  

 

동물들은 뒷일을 생각할 줄 모르고 예비 할 조건도 못되지만 늙고 병들고 수족이 부자연하여도 생각과 영혼이 있는 사람들의 노후는 자녀들이 챙겨주고 그들도 후손들로부터 되돌려 받는 것이 인간과 동물의 차이다. 어릴 적 잠결에 빚 때문에 한숨 짖느라 밤잠을 잊은 부모님 근심을 접하고 그 뒤로 한 번도 부모님에게 무엇을 해달라고 억지를 부려본 적이 없었다. 신의 계명이 아니어도 부모님이시니 용모나 인품이 문제가 되지 않고 밥그릇 하나 숱 가락 하나 물려받지 못했어도 못 다한 효가 아쉬울 뿐이라면 이것이 부모와 자식의 천륜의 정인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모님 생신이나 명절엔 무리를 해서라도 용돈이나 선물을 가지고 원근을 따지지 않고 찾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외국에 나가 사는 자녀들은 낮 설고 물설고 문화가 다른 곳에서 살아가려면 힘들고 어려워도 부모를 초청하여 이국의 풍경과 문화를 구경 시켜드리고 선물도 챙기며 잘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안심을 시켜드리는 게 대부분의 자식들이다. 여유가 없어도 부모님의 삶은 길지 않고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앞당겨 자식 둔 기쁨과 보람을 안겨드리기 위한 행동일 것이다. 그렇게 자식이 부모가 되고 또 자식이 부모가 되어 싹트는 혈육의 정은 행복이 꽃피는 발걸음이고 수학이 필요 없이 부모님을 손잡아 공경하는 세상은 모두에게 봄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