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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경기도 계곡이 부러운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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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신문]바닥에 깔린 돌들이 투명하게 비치는 물에 발을 담그고 물놀이를 하거나 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는 이들로 붐비었던 신흥계곡.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적막한 곳이 되어가고 있다. 계곡이 시작되는 곳에서 산을 파헤쳐 건물이 지어지고 잔디밭이 꾸며지는 사이, 반딧불이가 은하수처럼 흘러 다니고 희귀나비들이 무리지어 날아다니며 다슬기와 가재가 노닐던 계곡물은 그곳에서 나오는 물과 뒤섞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정보공개를 통한 자료와 법원의 판결문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이러한 개발은 여러 차례의 불법 행위를 통해 이뤄졌다. 사전에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함에도 하지 않았고, 도로가 없는 맹지에 높다란 건물을 몇 채나 지었고, 대여섯 곳의 산지를 불법으로 훼손했으며, 국가 소유의 땅과 하천을 무단으로 점유해서 담장과 대문을 세웠다. 계곡이 시작되는 상류의 길을 철문으로 가로막아 더 이상 사람들이 다닐 수 없는 곳으로 만들어 저들만의 아성을 쌓은 것이다. 장묘시설, 요양병원 등을 들인다는 청사진이 신문에 소개된 적이 있지만 지금 저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길은 없다.

 

이러한 마구잡이 개발 행위들이 허가권과 관리 감독권을 쥐고 있는 완주군 행정의 비호 없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을까. 군수를 찾아가 이런 사실을 밝혔을 때 그는 불법을 바로잡겠다고 약속했다. 그로부터 1년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잠가놓은 대문과 담장이 길을 끊어놓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것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했고, 자진 철거를 하겠다고 했지만 불법 행위로 확정 판결되고, 자진철거를 하지 않고 있는데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행정대집행을 미룬 결과다. 누가 봐도 봐주기가 명백하다.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던 공직자의 말이 빈말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일이 거듭될 때 이 사회에 신뢰의 분위기는 생겨날 수 없다. 불법행위를 그냥 내버려두는 것은 법에 따라 군정을 집행해야하는 군수가 무능해서인가, 노골적으로 직무유기를 하는 것인가? 세간에는 쑥덕공론이 만발한다.

 

이 봄, 신흥계곡의 호젓한 풍경 뒤로 새로운 풍경이 어른거리고 있다. ‘기다리고 있어 봐, 갈등이 누그러지면 양성화시켜줄게.’ 이런 각본에 따르는 듯 분열 공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해결사를 앞세워 사람들을 이간질시키고 여론을 조작하려는 암투가 불꽃 튀고 있는 것이다.

 

새삼스런 말이지만 계곡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어느 개인의 것도, 마을의 것도 아니다. 만인이 품어 안아야할 자연일 뿐이다. 그런데 그 계곡을 만인이 누릴 수 없게 하는 집단이 있다면 이를 바로잡는 것은 지자체장의 책무 아닌가, 얽히고설킨 계곡 상권을 정리해 만인이 자연을 즐길 수 있게 돌려놓으면서도 상생의 길을 연 경기도가 부러운 것은 그런 까닭이다. 지자체장의 의지만 있으면 해결될 일이라는 것은 어린애들도 헤아릴 수 있는 일이다. 의지가 있는데 무능한 것인가? 의지를 실현하지 못하게 억누르는 말 못할 사연이라도 있는 것인가? 군의회의 모르쇠는 또 어떠한가? 이 복마전이 다만 신흥계곡에서만이 아니라 수십만톤의 쓰레기 불법 매립된 비봉면 백도리에서, 석산 개발로 파헤쳐진 고산면 안남마을에서, 의료폐기물 소각장을 앉히려는 상관면에서도 암암리에 펼쳐지고 있다. 이 완주군 행정을 어찌할 것인가를 묻지 않고는 완주의 미래는 도시의 하수구 통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길도 산길도 멋진 완주의 빼어난 자연경관이 마구잡이 개발의 삽질을 피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완주의 시대정신 아닐까. 군 단위 전국 최초로 선정된 ‘문화도시’가 사상누각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것은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할 과제로 보인다. 더 늦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