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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도 인프라, 사고 전환 필요”

[완주교육을 말하다4]고산풀뿌리교육지원센터 김애란 센터장
마을에서 함께 키우기에 관심과 정성 달라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연계교육
자신의 삶과 연계된 촘촘하고 유연한 배움

[완주신문]완주군은 오래전부터 타 지자체에 비해 다양한 청소년 관련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을 학교와 연계하고 있지 않아 효율적 운영이 이뤄지지 않았고 대상자가 중복되거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었다. 2013년 완주교육지원청은 지역교육의 혁신을 위해 ‘로컬에듀’ 정책을 기획했다. 이는 완주군의 교육예산을 교과과정 외에 방과후, 돌봄, 진로교육 등에 지원하고 학교예산은 오롯이 교과과정의 혁신에 투자하는 것이다. 2014년 12월 완주군과 완주군교육지원청은 창의적 교육특구 협약을 하게 되고, 두 기관 간 협의와 조정을 통해 2017년 ‘고산풀뿌리교육지원센터’가 만들어져 초등학교 2개와 중학교 1개의 방과후 학교 통합지원을 하게 됐다. 김애란 센터장을 만나 고산 지역 교육 혁신운동에 대해 들어봤다.

 

 

▲ 전주 등 도시로 학생 유출 때문에 완주군과 교육지원청은 교육협력사업을 시작해 2017년 방과후 마을학교의 혁신적 모델을 위해 풀뿌리교육지원센터가 탄생했다. 센터의 실질적 업무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한 타지역 방과후학습과 차이점은?
- 고산풀뿌리교육지원센터는 고산초, 삼우초, 고산중 방과후학습을 담당하고 있다. 타지역과 가장 다른 점은 ‘마을에서 함께 키운다’는 점이다. 방과후학습 선생님들 대부분이 같은 마을 어른들이다. 그렇다보니 교육과 삶이 일치해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일반 강사와 다르다. 보다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같은 마을에 살기에 방과후 선생님과 아이들은 학교 밖에서도 관계가 이어진다. 이 때문에 선생님들의 책임감도 더 크다.
 아울러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진행하는 방과후학습은 강사를 섭외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으로 그친다. 이를 해당 학교 전담 교사가 관리를 한다.
 하지만 고산풀뿌리교육지원센터는 예산부터, 행정업무, 강사관리까지 방과후학습의 모든 업무 전체를 맡아서 한다. 이는 전국 최초 형태이다. 이러한 완벽한 전담으로 학교 선생님들도 본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 일반적으로 교육 주체는 교사, 학생, 학부모로 본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배움과 삶의 일치는 시대적 요구라며, 마을까지 교육 주체로 바라보고 있다. 
- 기존에는 ‘교육은 학교다’라는 것을 공식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러한 공식이 깨지고 있는 시대다. 공교육의 위기라는 말이 당연시 되는 시대에서 학교를 벗어난 교육이 더 중요해졌다. 공교육의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있다. 다양하고 유연하지 않은 점이 그렇다. 지역성, 차별성, 삶과 밀착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 때문에 마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 십여년전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도시에서 이곳으로 오신 것으로 알고 있다. 아울러 지역 교육 혁신을 위해 많은 고민과 시도를 해오시면서 교육에 대한 관점과 접근방식이 기존에 해오던 방식이 아니기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 당연히 우여곡절이 많았다. 도시의 각박한 교육 환경을 벗어나 작은 아이를 삼우초등학교에 보내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뜻이 맞는 학부모들과 지역 교육 변화를 위해 많은 대화를 하고 생각을 나누며, 실제 변화를 위해 행동을 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먼저 이곳에서 살아오던 주민들과의 입장 차이로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를 잘 키우자’는 공동의 목표 덕분에 뜻이 모아졌고, 사소한 갈등은 해소됐다. 내 아이를 넘어서 지역 아이들 전체를 바라보며, 교육공동체가 만들어져 10여년 동안 함께 노력해 지금은 그런 뜻을 함께하고 있다.

 

 

▲ 고산향교육공동체를 통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연계교육 틀을 구축했다고 들었다.
- 삼우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여러 변화가 있었고 그 아이들이 자라 중학교에 갈 시기가 되며 일부 아이들은 다시 도시로 돌아갔다. 하지만 입시교육에 아이들을 매몰시키고 싶지 않은 학부모들이 지역에 있는 고산중 보내기 운동을 했다. 이러한 흐름을 따라 고산고 변화시키기 운동이 있었고 전국 최초 공립형 대안고등학교가 됐다.
 삼우초에 모였던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행복’이다. ‘무한 경쟁의 입시 교육이 삶을 진정 행복하게 하는가’라는 물음을 시작으로 이곳에 모였고 이러한 정서가 초등학교를 넘어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이어지길 바랐다.
 정서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교육 연계도 시도되고 있다. 6월초 열리는 ‘단오한마당’과 가을에 하는 ‘시끌시끌 와글와글 캠프’가 대표적 예다. 함께 손 모내기를 하고 씨름 등 전통놀이와 공연을 초・중・고 학생들이 함께 한다. 캠프도 마찬가지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로 행사가 열리지 않아 아쉽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지속적으로 이런 시도를 계획하고 있다.

 

▲ 올초 본지에 기고를 통해 ‘교육은 교육청, 주민의 삶은 지자체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아직도 뿌리 깊게 박혀있어 교육협업 사업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일부 공무원과 군의회의 입장인 듯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완주군과 의회에서 교육관련 예산이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어떠한가?
-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게 멈춰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큰 변화는 없는 것 같다. 군의회가 행정과 교육지원청이 함께 하는 ‘로컬에듀’ 사업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교육과 행정을 분리하는 원론적인 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배움과 삶의 일치라는 시대적 요구는 학교와 마을의 협업을 필요로 하게 됐고, 지금은 교육의 주체가 교사, 학생, 학부모, 마을로 바뀌게 되었다. 자신의 삶과 연계된 촘촘하고 유연한 배움의 기회는 꼭 학교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자각, 삶의 터전을 긍정하고 온 마을의 지원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든 좋은 어른이 되어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는 믿음, 교육적 환경과 배움의 기회가 잘 갖춰져 있는 지역은 결코 소멸하지 않는다는 지자체의 자각 등이 교육과 행정의 뜨거운 이슈가 됐다. 그 결과 교육청과 지자체의 조화로운 융합은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고 현재 진행 중이다.
 완주군은 이런 자각을 일찍부터 시작해 비교적 앞서있는 지자체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의 행보가 지지부지해지며 시흥, 홍성 등에 그 선두자리를 뺏기고 있으며, 전북 내에서도 고창 등 후발 지자체들에게 혁신의 자리를 내주고 있는 상황이다.
 완주군은 ‘완주 교육이 살아야 정주한다’는 신념이 분명한 것으로 안다. 의회에서도 교육과 지역의 관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길 바란다. 교육도 인프라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 아울러 지난 기고에서 ‘어른의 노력으로 삶의 터전을 안전하고 행복하게 만들고 난 후, 그곳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스스로 찾은 꿈을 위해 노력하고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워가는 것, 그리하여 다시 좋은 어른이 되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완주 교육의 나아갈 바가 아닐까? 완주교육과 완주행정의 협업이 지금 왜 부단해야 하는지 이유이다’고 밝혔다. 이러한 생각을 펼치기 위한 모습이 현재 풀뿌리교육지원센터와 고산향교육공동체인 것 같다. 향후 활동 계획은?
- 마을교육의 최종 목표는 ‘어디나 학교, 누구나 선생님’이다. 마을이 가진 유연함과 촘촘함으로 교육망을 짜는 게 종착지다. 공교육의 빈부분을 채우며, 아이들 삶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주려고 한다.

 

 

▲ 교육의 목적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내가 행복하고 남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것이 교육이라 생각한다. 교육도 삶의 한 부분이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주위를 둘러봐야 한다. 이는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의 행복도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