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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자궁 살리는 ‘해수유통’

[윤창영의 고운 시선 고까운 시선10]

[완주신문]새만금은 완주에서 발원한 만경강의 최종 목적지다.

 

새만금은 예로부터 한반도의 자궁으로 불려왔으며, 완주의 만경강은 자궁을 풍요롭게 하는 양수 역할을 해 온 곳이다.

 

즉 완주의 만경강은 군산과 김제, 부안에 이르는 새만금 갯벌의 풍요를 이루어준 생명의 물이었다.
이제 30년전 과거로 가보자.

 

옛날 전북 정읍 출신의 전라북도 도지사가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책기획담당특보이며 경제출신관료로 명망이 높은 사람이다.

 

그의 이름은 유종근. 

 

경제통을 내세우며 ‘새만금간척사업 곧 전북발전’라며 강한 추진 의지를 내비쳤던 사람이다. 

 

그의 대표적 망언은 다음과 같다. 

 

“갯벌을 메꿔 공장을 짓고 물건을 만들어 팔자. 이렇게 번 돈으로 나중에 환경을 보호하는데 많이 쓰자!”

 

잠시 새만금의 과거를 보자. 새만금은 풍요의 갯벌이었다. 동진강과 만경강이 만들어낸 하구 갯벌은 백합이며 동죽, 바지락을 품고 있었으며, 봄에는 실뱀장어와 주꾸미, 여름은 갑오징어와 꽃게, 가을엔 전어, 겨울은 숭어를 몰고 오는 풍요의 바다였다.

 

그 상태에서도 경제적 가치가 충분한 곳에 이 곳을 메꿔 공장을 짓고 물건을 만들어 팔자는 사람이 진정 경제통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미 20년 전부터 사업 추진의 논리는 물론 최소 6조원 이상 들어갈 사업이 경제적 타당성은 커녕 환경영향을 뒷수습할 대책도 없는 사업이었다. 

 

국민의 83% 이상이 반대하는 새만금사업이 강행된 이유는 토지건설업자들을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제는 정치였다. “전라북도 주민들이 절실히 원하는 한 정치권은 이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주장이었고 사업 강행을 이어가는 데 한몫했다.

 

정치인이 말했던 전라북도 주민이란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그들에게 주민들이란 유종근 도지사를 필두로, 개발사업의 일차 수혜자가 될 토건업자들과 이들을 밥줄로 먹고사는 지역언론, 수조 원의 사업비를 둘러싸고 이차 삼차 수혜자가 될 한 사람들뿐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새만금 잼버리 준비를 위해 갯벌을 메워나가는 토건공사가 또다시 진행되고 있다.

 

백합, 동죽, 바지락, 실뱀장어, 주꾸미, 갑오징어, 꽃게, 전어, 숭어, 도요새, 상괭이들이 죽어간 자리에서 잼버리대회가 열린다.

 

잼버리대회는 온세계의 청소년들이 자연과 생명, 환경 공존의 지혜를 함께 배우는 자리다. 이런 자리에서 잼버리대회를 유치한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문제는 또 정치일까? “전라북도 주민들이 절실히 원하는 한 정치권은 이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일까?

 

왜 정치권은 욕심을 포기하지 못할까하는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2020년은 새만금 사업 2단계 수질 종합평가가 있는 해다.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새만금의 변화를 기록하고 지속가능한 대안을 모색해 온 단체들과 새만금의 생명평화를 기도해 온 성직자, 그리고 자연과 상생하는 아름다운 문화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앞장서온 문화예술인들이 새만금의 해수유통을 위해 다시 모였다.

 

그들은 ‘새만금을 다시 생명의 바다로’라는 주제로 새만금문화예술제를 준비하고 있다. 전라북도내 50여개 시민사회, 환경단체들이 함께하는 행사다.

 

땅부터 넓혀보자는 공공주도 매립 속도전을 중단하고, 바닷물이 들고 나는 갯벌과 바다가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새만금으로 계획을 수정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선 이들이다.

 

내부 준설로 인한 수질 악화와 생태계 파괴, 내측 어민 생존권,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 허상에 불과한 스마트 수변도시 등 문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통해 선택과 집중으로 실현 가능한 대안 개발을 모색해 나가도록 완주군민들도 힘을 함께 모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