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후원하기

고뇌와 갈등 새만금 위기 ‘문을 여시오’

[윤창영의 고운 시선 고까운 시선3]

[완주신문]인간의 혈관이 막히면 어떻게 될까? 뇌에서 막히면 ‘뇌경색’, 심장에서 막히면 ‘심근경색’, 척추에서 막히면 ‘척추경색’, 조금이라도 방치하면 생명에 치명적이기도 하다.

 

우리 주변에 흐르는 강과 하천 역시 인간의 몸과 닮아 있다. 이런 까닭에 완주군의 도랑을 실핏줄이라고, 만경강은 혈관이라고 부를 만 하다. 

 

만경강이라는 혈관은 완주군을 지나 익산시와 김제시를 거쳐 군산시에 들어 동진강과 합수돼 새만금이라는 곳에서 한 몸을 이룬다. 그런데 여기서 막혀버렸다.

 

그 이름이 새만금담수호다. 새만금호라는 막힌 혈관을 조사했더니 이미 주변 땅에까지 경색증이 번지고 있다. 수술이 필요한지 시술이 필요한지 결단의 시점이다. 환경부는 물론 전라북도민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영역을 좁혀 만경강의 중심인 완주군민의 참여와 관심이 더더욱 중요한 시기다. 

 

좀 더 자세히 새만금 호소의 현실을 보자. 

 

당초 정부는 2020년까지 새만금 담수호를 COD(화학적산소요구량) 기준으로 ‘도시용지는 3등급 기준인 5㎎/L 이하, 농업용지는 4등급 기준인 8㎎/L 이하’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운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녹치 않다. 아니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참담하다.

 

정부는 지난 2001년부터 19년간 4조800억 여원을 투입해 ‘새만금호 수질개선 종합대책’을 추진해 왔다. 2001년 환경부가 진행한 ‘새만금호 수질개선을 위한 친환경적 배수갑문 운영방안 연구’ 용역에서 해수유통이 새만금호 수질의 적정 수진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음에도 여전히 담수호 수질개선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2010년까지 1단계사업을, 2020년까지 2단계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그간 하수처리장 확충과 공공폐수처리시설, 하수관 설치, 생태하천 복원 하천정비 등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입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수호의 수질은 여전히 최하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기막힌 반전이라 하겠다.

 

새만금 담수호의 13개 지점을 선정하고 수질조사를 펼친 결과 3개 지점은 목표 수질에 올라섰지만, 나머지 10개 지점은 COD기준 5~6등급이었다.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물로 사실상 자정작용을 기대한다는 것은 하늘에서 별을 따오는 것과 같다.

 

새만금 담수호 수질개선을 위한 가장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이미 결론 지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열어야 한다면 열어야 한다. 물론 어떻게 열 것인가 하는 방법론적인 문제는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에 담는 소통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정부와 전문가의 영역에서 좀 더 확장해 이 지역에 함께 살고 있는 주민들의 생각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 시작이 바로 ‘열림’이라 하겠다. 

 

열리지 않는다면 앞을 볼 수 없다. 앞을 볼 수 없다면 설 땅을 찾을 수 없다. 우리는 끊임없이 연속되는 진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새만금호에 두바이나 베네치아같은 스마트 수변 도시를 만들겠다는 장밋빛 꿈을 꾼다면 새만금에 터를 두고 삶을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현실과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것에 대한 대안과 고민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