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후원하기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기본소득’

[완주신문]기본소득이 기존 복지제도와 가장 명확히 구별되는 점은 지급의 대상이 가구 단위가 아니라 개인이다.

 

사회 구성원이 최소한의 존엄성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 국가가 제공하는 보호 장치인 복지제도는 가구당 소득을 기준으로 삼았다. 때문에 가구의 전체 소득에 따라 복지의 혜택도 가구로 돌아갔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가구와 별개로 전 구성원 개개인에게 지급한다. 이제 막 태어난 아이도 생계수단이 없는 할아버지도 사회생활을 하는 부모와 동일한 금액을 받는다.

 

기본소득을 받는 데 심사와 조건이 없다. 예를 들어 경제 취약층을 위한 복지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얼마나 가난한지를 서류로 증명해야 했지만, 전 구성원이 대상인 기본소득은 구성원이냐 아니냐만 증명해 보이면 된다. 나이, 성별, 직업 유무를 따지지 않는다.

 

또한 받은 그 기본소득으로 무엇을 할지에 대한 계획이나, 무엇을 했다는 사실을 통보하거나 확인받지 않아도 된다. 받은 돈을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쓸지에 대해 일체의 간섭이 없다.한꺼번에 목돈으로 주어서 기회의 불평등이 생기거나 실수로 날려 버릴 위험이 생기게 하는 방식이 아니라, 평생 사회가 구성원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자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정기적으로 나누어 지급한다.

 

이러한 기본소득은 구성원을 각각의 개별적 특성과 별개로 한 사회를 이루는 보편적 주체로서 인정한다는 뜻이다. 구성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그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준다는 의미가 있다. 구성원의 독립성과 개별성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뜻이다.기본소득에 반대하는 여러 목소리 중 하나는, 왜 모두에게 다 주어야 하냐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하기 때문에 도울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겠는데, 부자인 사람에게까지 다 줄 필요가 있냐고 묻는다.

 

누구도 가난과 부의 편차를 책임지지 못하는 사회, 거기서 태어난 구성원은 자기 팔자를 탓하며 살아야 하는 사회, 이런 사회는 건강하지 못하다. 

 

기본소득은 태어난 그 자체를 원망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태어난 그 순간부터 주어지는 자유와 인격을 돈 때문에 맞바꾸지 않아도 되는 사회로 만들기 위한 토대이다.

 

가난해서 받는 몇 푼의 돈에 감사해하지 말고 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해서 주는 돈을 당당하게 받으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긍정성을 모두가 갖도록 하자는 이야기다.

 

기본소득은 시장경제 원리에 반한다는 말도 있다. 누구에게나 무조건적으로 다 주어 버리면 경쟁이 동력이 되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노력해서 번 돈만이 신성한 돈이라며 기본소득에 반대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자산에 노력이라는 씨앗만으로 열매를 얻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숨 쉬게 하는 공기, 마시는 물,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땅, 집 지을 때 쓰는 나무와 시멘트, 읽고 쓸 때 사용하는 언어 등 우리 모두는 자연에 빚지고 있다. 

 

누구에게도 없는 자연의 저작권을 가지고 자기만의 것이라고 선 긋고 푯말 세우는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이다.

 

우리 모두는 똑같이 자연에 빚지고 있고 똑같이 그걸 나누어 사용할 자격이 있다. 그 권리에 대한 현실적 대가가 바로 기본소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