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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충전소 안전 및 경제 활성화 논란 ‘촉발’

노르웨이 등 폭발사고 재조명
불안감 해소 위한 주민소통 필요
내연기관 시장 축소도 대응해야

[완주신문]전북도에서 첫번째로 완주산업단지에 수소충전소가 완공되는 등 완주군이 수소시범도시로 발돋움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수소충전소가 들어서는데, 안전관련 설명회 등이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며 최근 일각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일부 단체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소산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이에 맞서고 있다. 한쪽에서는 안전 문제를 거론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동문서답’식의 공방이 펼쳐져 다소 이상한 모습이지만 생소한 수소산업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으로 해석된다. 이에 수소충전소 안전 문제와 수소산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편집자주]   

 

 

지난해 6월 10일 노르웨이에서 수소충전소가 폭발했다. 이 폭발로 노르웨이의 다른 수소충전소 10곳도 문을 닫았고 일본 도요타 수소차 판매도 중단되는 사건이 있었다. 아울러 지난해 6월 1일에는 미국에서 차에 수소를 충전하던 중에 폭발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5월 강릉시 과학산업단지 내 강원테크노파크 강릉벤처공장에서 수소탱크가 폭발해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수소 산업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바 있다.

 

■노르웨이 폭발 조립불량 원인
지난해 6월 10일 오후 5시 30분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서 15km 떨어진 산드비카의 한 수소충전소가 폭발했다. 폭발 당시의 강한 충격으로 근처에 있는 차량의 에어백이 터졌고, 차량에 있던 2명이 병원으로 옮겨졌다. 추가 폭발 위험 때문에 한때 인근 도로 차량통행이 금지되고 현지에서 수소차를 팔고 있는 도요타도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같은달 27일 노르웨이 수소 공급사 ‘넬 하이드로젠’ 측은 사고원인에 대해 수소저장시스템의 ‘플러그’ 이상인 것으로 밝혔다. 조립이 잘못돼 저장용기의 수소가 새어 나오면서 화재로 이어졌다는 것.

 

넬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화재 사고의 원인이 잘못 조립된 특정 플러그로 인한 것이라고 밝히고, 화재 점화원을 특정하기 위한 추가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수소충전소 조사를 진행한 안전컨설팅 기업 겍스콘(Gexcon)도 “사고의 근본적 원인은 고압 저장장치 내 수소탱크 특정 플러그의 잘못된 조립이라고 결론내렸다”며, “플러그 틈새 수소가 누출돼 산소와 혼합, 점화로 인한 화재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누출된 수소에 불을 붙인 ‘점화원’을 찾기 위한 조사를 추가로 진행하고 새어 나온 수소가스가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점화 메커니즘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넬, “한국은 다른 방식으로 설계”
당시 넬은 노르웨이에 유사한 플러그가 있는 모든 고압저장장치에 대한 검사와 무결성 확인 프로그램을 수행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넬은 “미국과 한국 등에 설치한 장치는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수소충전소의 고압저장장치와는 다른 방식으로 설계됐다”며, “미국과 한국에 설치된 수소충전소에서는 이 같은 수소누출이 발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수소 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소충전소에 들어가는 부품의 60%는 외국기업 제품이다. 이는 관련 제품을 국산화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에 넬사도 국내에 현지 법인이 있고 국내 수소충전소에 관련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넬코리아는 국내 수소충전소 8개소에 설비・공급 예약이었는데, 지난해 사고로 사업추진이 지연되다 지자체 등과 협의 후 안전성 강화를 약속하고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노르웨이 사고가 조립 잘못으로 발생했기에 국내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국내 수소업계 관계자는 “수소 산업이 초기이다 보니 시행착오가 있고 에너지로 쓰이는 모든 물질은 위험성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안전관리”라며, “LPG, LNG, 유류 등도 마찬가지로 사고 위험이 있지만 통제와 관리로 안전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소가 기존에 사용해오던 에너지원과 달라 생소함 때문에 불안감이 있기에 정부나 지자체의 선도적인 홍보와 안전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행정의 선도적인 주민소통 필요
수소충전소를 건설하는데 주민 동의나 설명회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100MW이상 발전소의 경우 지역설명회나 환경영향평가 등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과 다르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에서 주민 소통과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선제적인 설명회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에너지원으로 생소한 수소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수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생기는 정서이고, 수소사업자들 입장에서도 이러한 생소함을 극복하는 게 사업을 추진하는데 중요 요소로 꼽고 있다. 

 

실제 정부차원에서도 이를 위해 지난달 16일 ‘수소경제홍보 TF’를 발족했다. 정부, 지자체, 유관기관, 민간전문가 등 수소관련 기관·전문가 풀(Pool)로 이뤄진 ‘수소경제홍보 TF’는 수소에너지와 안전관리체계를 국민에게 상세히 알리는 역할을 한다.

 

TF는 지난 5일에 처음으로 여수에서 수소충전소 설치 및 안전관리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여수에 구축할 예정인 수소충전소 인근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날 TF는 수소에너지에 대해 알기 쉽게 제작한 ‘수소에너지·수소경제 30문 30답’을 배포하고, 설명회 종료 이후 희망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소전기차 시승을 진행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이번 설명회는 수소에너지, 수소충전소 등에 대해 주민들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여수시도 수소충전소가 조기에 완공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뒤늦은 완주군 수소 설명회
반면, 완주군은 그간 이런 설명회가 진행된 적이 없다. 이에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자 완주군이 아닌 전북경제살리기 완주본부(본부장 이종준)가 나서서 18일 수소충전소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봉동읍과 자동차산업의 지역상생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는 지역발전을 주제로 개최돼 주민들이 걱정하는 안전문제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더구나 현대차에서 몇년간 신규채용이 없어 지역인력 채용 문제에 대한 속시원한 답변 등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정부차원에서 발족한 ‘수소경제홍보 TF’를 완주군에 초청해 주민들의 불안감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될 전망이다.

 

■신사업 성장만큼 내연기관은 축소
수소시범도시로 인해 완주군은 수소 생산부터 저장, 상용화까지 형성돼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된다. 이에 지역경제에 도움될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완주군에 수소경제가 정착된다고 해도 기존 내연기관 시장이 축소되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장밋빛 예상만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10월 현대자동차 고용안정위원회 외부 자문위원들은 생산직 인력을 최대 40%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석유화학에너지에 의존하던 내연기관 시대가 저물고 전기·수소차 시대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업체에게 부품 생산부터 완성차 제조과정 전반에 대대적인 체질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약 3만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반면 전기차와 수소차는 각각 1만9000개, 2만4000개의 부품이 사용된다. 즉, 전기차 기준으로 약 40%의 부품이 사라지는 셈이다.

 

지난해 5월 울산에서 열린 ‘미래자동차 고용 토론회’에서 윤선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4차산업 대응 연구위원회 팀장은 “엔진·변속기 고용은 100%, 프레스·차체·도장 고용도 7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 때문에 수소경제 도입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담보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더구나 완주산단 내 내연기관 부품 협력사들까지 감안하면 자동차 시장의 변화가 몰고 올 지역경제의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완주군에서는 수소경제 도입뿐만 아니라 축소되는 내연기관 시장에 대한 대응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