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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산책]철쭉꽃 명소, 화산꽃동산을 걷다

[완주신문]봄기운이 완연하다고 느낄 즈음부터 봄의 시간은 거침없이 빠르게 흐른다. 작년에 비해 일주일 정도 늦게 핀 벚꽃이 예쁘다는 이야기를 몇 번 하지도 못했는데 벌써 꽃비 되어 흩어졌다. 그렇게 잠시 한눈을 팔고 있으면 봄은 이미 저만치 달려가고 있다. 벚꽃이 지고 나면 그 아쉬움을 달래주는 꽃이 있다. 바로 철쭉꽃이다. 벚꽃은 화사함이 매력이라면 철쭉꽃은 화려함을 자랑한다. 완주군에서 철쭉꽃이 아름다운 곳은 대아수목원이라 생각하고 자주 찾곤 했는데, 가까운 곳에 숨겨진 명소가 또 있었다. 화산꽃동산이다. 따스한 봄날 철쭉꽃을 보기 위해 화산꽃동산을 찾았다.

 

봉동읍에서 대둔산 가는 도로를 따라가다가 고산 소재지를 지나 내려서 옛길을 이용해 화산으로 향했다. 길 양옆으로 보이는 산 풍경이 아름답다. 나무마다 우후죽순처럼 잎들이 올라와 블링 블링 눈이 부시다. 번대마을 입구에서 좌회전하면 화산면 소재지로 가는 길이다. 마을 입구에 있는 500년 수령의 느티나무 보호수도 연두색으로 물들었다. 화산면 소재지를 지나 수락사거리에서 예곡마을 방향으로 가다 보면 오른쪽에 화산 꽃동산 표지석이 나온다. 표지석이 아니었다면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겠다. 입구에서는 숲으로 가려져 꽃동산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차 한 대가 편하게 지날 정도의 길만 보인다. 길을 따라 들어서면 산책로 느낌은 있지만 꽃동산 분위기는 전해지지 않는다. 화산꽃동산은 그 숲길 끝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그 비밀이 서서히 벗겨진다.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꽃동산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화산꽃동산에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철쭉 동산이다. 넓게 군락을 이루며 잘 가꾸어진 풍경이 가히 일품이다. 철쭉꽃 사이로 난 데크길로 들어섰다.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했는지 화려하지만 앳된 모습이다. 온통 붉은빛으로 덮이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히 감동이다.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주변에 있는 산들도 마침 연둣빛으로 치장하고 봄의 향연을 펼치고 있어 철쭉꽃과 잘 어울린다. 데크길은 중간에 두 갈래로 갈라진다. 오른쪽 길을 따라 오르면 철쭉 군락이 끝나는 지점에 정자가 있다. 정자 옆에는 순백의 산딸나무꽃이 하늘에 별처럼 떠 있다. 방금 지나온 철쭉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정자에 올라 옛 선비들이 하던 대로 시 한 수 지어보거나 그림을 그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자에서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고 있으면 모두가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될 것 같았다. 

 

화산 꽃동산은 전체 면적이 10만 평 정도 된다, 30년을 가꾸어 현재의 모습이 되었지만 지금도 꽃동산 가꾸기는 진행 중이다. 철쭉 외에도 다양한 나무와 꽃들을 가꾸고 새로운 산책로를 만들고 있다. 철쭉 동산 외에는 비포장 산책로였다. 숲길을 산책하기에는 이런 길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정자를 지나면서 다시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 길로 가면 앞에서 갈라졌던 철쭉 데크길과 만난다. 오른쪽 길로 가면 아직은 덜 다듬어진 산책로이다. 대신 더 넓게 산책할 수 있다. 중간에 새로 만들고 있는 산책로 옆에는 금낭화꽃이 예쁘게 피었다. 산책을 하면서 나무도 보고, 꽃도 만나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 

 

 

산책로가 끝나는 지점에는 죽단화꽃이 절정이다. 그러고 보면 철쭉꽃과 같은 시기에 피는 꽃들이 참 많다. 따뜻한 봄날에 피는 꽃들이어서 그런가 보다. 죽단화꽃 아래로 돌탑이 여러 기 보인다. 산의 너덜지대 돌을 사용해서 만든 탑이다. 돌탑이 예사롭지 않다. 모두가 예술이다. 돌 하나하나 반듯하게 쌓아 올린 모습에서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화산꽃동산을 가꾸는 과정과 돌탑을 쌓는 모습이 겹쳐 보인다. 어쩌면 화산꽃동산을 가꾸어온 30년이 돌탑을 쌓는 과정과 비슷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돌탑 바로 아래쪽에는 역시 돌로 쌓아 만든 작은 철쭉 동산이 있다. 마치 작은 성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독특한 구조를 하고 있다. 주변에 있는 철쭉꽃이 만개하면 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겠다.  

 

철쭉 동산을 끝으로 화산꽃동산 걷기를 마무리했다. 철쭉꽃을 감상하면서 가벼운 산책하기 좋은 곳이었다. 철쭉꽃이 지기 전에 다시 한번 찾아보아야겠다. 

 

주소: 전라북도 완주군 화산면 춘산리 산3 (예곡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