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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산책]구름다리 새롭게 단장한 대둔산

[완주신문]아직은 겨울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데 갑자기 한파가 찾아왔다. 사람들은 물론이고 동식물들 모두가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단풍이 살짝 들 정도이고, 단풍놀이를 하려면 한참 더 기다려야 할 시기라서 다들 느긋하게 가을을 즐길 태세였으니까.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 문을 열어보니 바람 끝이 매섭다. 이런 날 산에 오른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약속한 일정이라 마음을 다잡고 집을 나섰다. 다행히 날씨가 맑아 시간이 흐를수록 추위가 수그러드는 분위기이다. 대둔산 주차장에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차가 꽤 많다. 이런 날씨 아랑곳하지 않고 많은 사람이 찾는 것을 보면 대둔산은 역시 명산임에 틀림이 없다.

 

주차장을 빠져나온 등산객들이 상가를 지난다. 등산객들이 몰리면서 상가들도 활기를 찾았다. 상가를 지나면 케이블카 승강장이 나온다. 오후 일정을 고려해서 시간을 단축하려면 케이블카를 타야 했다. 역시 승강장에도 많은 사람이 케이블카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다. 대합실 벽에는 삼선계단 트릭아트가 되어 있어 기다리면서 재미있는 사진 한장씩 찍을 수 있도록 했다. 케이블카는 평상시에는 20분 간격으로 운행하지만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찾을 때에는 그 간격이 짧아 기다리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케이블카에 올라 맨 앞 유리창 앞에 섰다. 케이블카가 움직이자 대둔산 웅장한 봉우리가 빠른 속도로 나에게로 다가왔다. 계속해서 변하는 풍경을 따라 시선이 쫓아가기 바쁘다. 팔을 뻗으면 대둔산 정상이 가슴에 와락 안길듯한 느낌이 드는 시점에 케이블카가 정류장에 도착했다. 상부 정류장에는 전망대 시설이 되어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기암괴석이 만들어 놓은 웅장한 능선 풍경, 가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계곡 풍경, 멀리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산 그리메 풍경까지 잠시 어디에 눈을 두어야 할지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하지만 놀라기는 아직 이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니까.

 

 

전망대에서 계단을 따라 오르면 대둔산이 자랑하는 금강구름다리가 나온다. 최근 노후된 구름다리를 철거하고 새롭게 단장했다. 그래서 그런지 산뜻하니 돋보인다. 옆에서 보면 구름다리와 위쪽에 있는 삼선계단은 물론 정상 개척탑까지 카메라 한 화면에 다 잡힌다. 굳이 멋을 부리지 않아도 저절로 멋진 샷이 된다. 새로 단장된 구름다리는 걷는 느낌도 좋다.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기념사진 한 장씩을 남기고 다리를 건넜다. 다리 중간쯤에는 계곡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었다. 그곳에 서서 계곡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짜릿한 느낌이 전해진다. 누구는 오금이 저려 발을 뗄 수 없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다리 건너편에는 작은 전망대가 있다. 구름다리 방향을 내려다 보기도 하고, 삼선계단과 개척탑이 있는 정상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전망대를 내려와 정상을 향해 올랐다. 철계단, 돌계단으로 이어지는 경사가 대단히 심한 계단길이다. 조금 엄살을 부린다면 네 발로 기어가야 할 정도로 가파르다. 

 

 

경사 구간이 그다지 길지 않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돌계단 위쪽에 쉼터가 나온다. 모처럼 쉼터에도 사람 소리 가득하다. 어묵을 끓이고 있는 솥에서는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른다. 오늘 같이 쌀쌀한 날씨에 잘 어울리는 궁합이다. 쉼터 바로 위에서 삼선계단 가는 길과 바로 정상으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대둔산에 왔다면 삼선계단을 올라보아야 대둔산을 보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고소공포증을 이유로 등산로를 따라 바로 오르는 사람도 꽤 있다. 삼선계단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삼선계단 앞에는 평평한 큰 바위가 있어 전망대 구실을 한다. 금강구름다리와 정상 마천대에 있는 개척탑 중간쯤에 있어 양쪽 풍경을 비교하면서 감상해 볼 수 있다. 구름다리 주변 단풍이 이제 살짝 물들고 있는데 붉게 변하면 이곳에서 보는 풍경이 대단하겠다. 마치 수직으로 서있는 듯한 삼선계단은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이 되었다. 바위 위에 서서 한참 동안 아래쪽 풍경과 위쪽 풍경을 번갈아 가면서 바라보았다. 그렇게 시간이 한참 흘렀다. 바위에서 내려서 삼선계단을 올랐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하늘을 향해 오르는 기분이 느껴졌다. 계단을 오르다 중간쯤에서 뒤를 돌아보았다. 아찔하다. 철계단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렇게 두번 더 짜릿함을 경험하고 나서 삼선계단 위에 섰다. 계단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이 맛을 느끼기 위해 삼선계단을 찾게 되나 보다. 

 

 

삼선계단에서 정상으로 가는 길은 다시 경사진 돌계단이다. 한 계단 두 계단 오르는 일에만 집중하며 걸었다. 정상을 밟기 위해서는 거치지 않으면 안 될 통과의례와 같은 코스이기 때문이다. 그곳을 지나면 능선길이다. 능선길을 따라가다 보면 금방 개척탑이 보인다. 정상이다. 정상은 바위로 되어 있으면서 그리 넓지는 않다. 개척탑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아보면 사방이 다 보인다. 삼선계단, 구름다리, 케이블카가 오르내리는 풍경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구경을 하고 나서 바위 한쪽에 의지해서 앉았다. 준비해 간 텀블러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커피 향기가 향긋하게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