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후원하기

[완주산책]운암산에서 대아호 풍경 진수를 보다

[완주신문]여름철에는 사람들이 물을 찾아 많이 떠난다. 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서 일까? 아니면 물은 생명체의 근원이라서 고향같이 푸근하게 느껴져서 그럴까? 요즘 사람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옛사람들도 물이 흐르는 경치 좋은 곳에 정자를 짓고 그곳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여름을 보냈다. 완주에는 지금도 정자가 여럿 남아 있는데, 삼기정, 세심정, 비비정이 바로 그런 곳이다. 시원하게 흐르는 물은 역시 여름 더위에는 최고였을 것이다. 입추가 지나긴 했지만 아직도 한낮의 온도는 30도를 웃돈다. 그래도 입추가 지났다고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바람이 분다. 여름의 막바지 더위를 떨칠 겸 해서 동상면에 있는 운암산(597m)을 찾았다. 운암산 위에서 시원하게 펼쳐진 대아호 풍경을 바라보기 위해서였다.

 

 

완주군 동상면에 있는 운암산은 대아저수지를 감싸고 있는 산 중의 하나이다. 산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구름이 걸쳐있는 바위산이다. 운암산은 1922년 준공된 대아저수지와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운암산을 가기 위해 고산면을 지나 동상면 방향으로 오르면 대아저수지 전망대 주차장이 나온다. 이곳이 운암산 산행의 시작점이다. 주차장 건너편 등산로를 따라 들어가면 바로 숲길이 시작된다. 숲길 초입에는 운암산을 다녀간 많은 산악회의 리본이 달려 있다. 그만큼 많이 알려진 곳이라는 의미이다. 숲길은 바깥과는 달리 시원하다. 살살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바로 이런 것이 숲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왼쪽으로 전망이 트인 구간을 지난다. 산 아래에 있는 소향리 마을은 물론 멀리 고산 소재지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평지를 걷는 것도 잠시 등산로는 경사로를 따라 정상으로 향한다. 능선을 이용해서 가는 길이라서 제1봉에 오를 때까지는 경사 구간이 계속될 모양이다. 가는 중간에 커다란 물탱크같이 생긴 구조물이 보인다. 이것은 도수로 압력을 조정해 주는 수조이다. 전주, 완주, 익산, 군산 지역에서 진안 용담댐 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물길이다. 용담댐에서 시작한 22km 정도 길이의 도수로가 운암산을 관통해서 이곳까지 왔다. 수조가 있는 곳에서 물의 낙차를 이용해서 발전을 하고, 물은 고산 정수장으로 보내진다. 이때 수조는 낙하하면서 생기는 압력을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수조를 지나면서 등산로 경사가 가팔라졌다. 운암산 등산로는 바위산이라서 그런지 대체로 길이 거친 편이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앞을 향해 나갔다. 길 옆에 노랗게 핀 꽃이 하나씩 보인다. 원추리꽃이다. 지금까지는 거의 꽃을 볼 수 없었는데 그래서 더 반가웠다. 어느 산이나 다 그렇지만 등산로가 끊임없이 힘든 코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르고 나면 잠시 쉴 수 있는 틈을 주기도 한다. 운암산도 중간쯤 오르면 중간중간 대아저수지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쉼터가 있다. 쉼터에서는 멋진 소나무도 볼 수 있다. 소나무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산 능선 바위 틈에서도 견디며 산다. 소나무는 힘들었겠지만 수형이 마치 분재를 만들어 놓은 것 같아 보는 사람마다 탐을 낼 정도이다. 소나무도 아름답지만 대아저수지에서 고산면 평야지대로 이어지는 풍경이 최고다. 평소 대아호를 끼고 드라이브하면서 보았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운암산에 올라야 비로소 보이는 풍경이랄까? 쉼터에서 충분한 휴식을 하고 다시 산에 올랐다. 해가 올라와서 그런지 땀이 연신 흘러내린다. 산은 역시 이른 아침에 올라야 하는데 조금 게으름을 피운 것이 화근이다.

 

 

땀을 한바탕 흘리고 나서 도착한 곳에도 소나무가 우뚝 서 있다. 아래에서 보았던 소나무와 비교해 보면 반듯하게 자란 편이다. 이곳 역시 대아호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쉼터다. 아래에서 보았던 풍경과 비슷하지만 위치가 달라지면서 느낌도 차이가 있다. 산 위에서 물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시원해진다. 마음에 위안을 주는 풍경이다. 고개를 들어 위쪽을 보면 운암산 제1봉이 가까이 보인다. 완전히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잠시 쉬면서 땀을 식힌 다음 다시 제1봉을 향해 올랐다. 위로 오르면서 이제는 반대쪽 풍경이 다가온다. 겹겹이 산으로 둘러싸인 경천저수지가 있는 풍경이 멀리 보인다. 마지막 제1봉으로 오르는 구간은 암벽을 타고 올라야 한다. 중간에 로프를 잡고 오르는 구간이 있기는 했지만, 이 구간에서는 암벽 타기 기분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었다. 암벽을 타고 오르면 역시 아래쪽에서 보았던 고산면 지역과 대아호 풍경 진수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몇 차례 반복해서 보는 풍경이지만 보고 또 보아도 새롭다. 이런 풍경을 보기 위해 운암산을 찾아오나 보다. 제1봉에서 정상 쪽 방향을 바라보고 앉으면, 시원하게 펼쳐진 산 풍경을 볼 수 있다. 제2봉을 지나면 정상 봉우리가 있고 그 뒤로 멀리 운장산과 연석산이 보인다.

 

 

제1봉까지는 경사가 심한 능선길이었다면, 제2봉과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다소 완만해 보인다. 정상이 손짓하며 오라고 하지만, 이번 산행은 여기서 대아호 풍경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정상에 오르는 것은 훗날로 미루고 제1봉에서 바로 하산했다. 하산길은 내리막길이지만 경사도 있고 길도 거친 편이라서 조심스러웠다. 아직은 더운 날씨라서 다소 힘든 과정이었지만, 운암산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대아호 풍경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계절이 바뀌면 다시 가보고 싶은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