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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산책]동상면 마애석불 가는 길

[완주신문]잠시 주춤했던 코로나19 상황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긴장이 연속된 생활을 하면서 일상은 터덕거리고 있지만 계절은 거침이 없다. 봄인가 했는데 2021년도 절반을 지나 하반기로 접어들었다. 계절의 시계는 한여름을 가리키고 있다. 장마가 지나면서 한낮 온도가 30도를 오르내린다. 여름에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곳으로는 계곡이 최고다. 잠시 더위를 피할 겸 숲길을 거닐며 계곡을 즐길 수 있는 동상면 수만리 마애석불을 찾았다.

 

수만리 마애석불을 가기 위해 전주 방향에서 출발하는 경우 소양면 소재지, 송광사, 위봉산성을 지난다. 위봉산성을 지나면 내리막길이 시작되는데, 그 길을 따라가면 입석마을이 나온다. 입석(立石)마을은 수만교회 뒤편 산 중턱에 바위가 우뚝 서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을이 끝날 즈음에 왼쪽에 들꽃세상 카페가 보인다. 카페 앞을 지나면 다리(입석교) 입구에 수만리 마애석불 안내 표시가 있다. 이곳이 수만리 마애석불 가는 길 시작점이다. 

 

 

입석교를 건너서 밭 사이로 난 좁은 수로를 따라간다. 수로 위에는 시멘트 덮개가 나란히 놓여 있어 길 역할을 하고 있다. 수로를 지나면 숲길로 이어진다. 입구에서 보았던 이정표에는 마애석불까지 거리가 1.42km로 되어 있다. 큰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거리다. 숲길 바닥에는 넓은 자연석이 깔려 있다. 발걸음을 디딜 때마다 묵직함이 전해지지만 대체로 평탄한 돌이라서 불편함은 없다. 도로에 인접한 숲이지만 나무들이 울창해 완벽한 그늘을 만들었다. 숲은 장마로 살짝 젖어 있다. 그늘 효과도 있지만 그 촉촉함 때문인지 숲에서 전해지는 시원함으로 금세 더위를 잊게 한다. 입구에서 300m 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 길은 대부산 가는 길, 오른쪽은 마애석불 가는 길이다.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갈림길부터 계곡물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가까이 계곡이 흐르고 있나 보다. 마애석불을 향해서 가는데, 계곡물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이내 숲길과 나란히 산을 오른다. 물소리도 청아한데 물 자체도 투명하고 맑다. 그 물소리에 이끌려 잠시 걷기를 멈추고 계곡으로 내려갔다. 계곡물은 맑고 시원하다. 시원한 숲길을 걸어서 그런지 땀이 많이 흐르지 않았지만 계곡물에 연거푸 세수를 했다. 기분이 상쾌해지면서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숲길 가까이 계곡이 있어 언제든지 계곡에서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좋다. 

 

완주에 있는 많은 산들이 으레 그렇듯이 숲길 양옆으로는 조릿대가 무성하다. 조릿대가 많이 보인다는 것은 오래된 숲이라는 의미이다. 숲의 천이 과정에서 보면 서어나무와 함께 극상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런 숲에서는 소나무가 거의 보이질 않는다. 대부분 활엽수로 되어 있다. 조릿대가 뜸해지는 구역을 지나면 상사화 군락지가 시작되는데 봄에 싱그럽던 잎들은 모두 자취를 감추었다. 꽃대를 밀어 올리기 위해 숨을 고르고 있는 시기라서 그렇다. 상상화 잎이 있던 자리는 텅 비어 있지만 땅속에서는 꽃을 피우기 위해 분주할 것 같다. 아마 8월이면 빈자리에서 꽃대가 올라오고, 화사한 상사화 무리가 넘실대는 풍경을 볼 수 있으리라. 

 

 

산 위로 올라가면서 감나무 고목이 하나씩 보인다. 감나무는 완주군 동상면을 상징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동상면은 곶감 말리기에 좋은 환경이라서 예부터 곶감 농사를 많이 했던 곳이라서 그런지 산속에서 감나무를 흔히 볼 수 있다. 숲길이 끝날 즈음 대나무숲이 보이고 파란 하늘이 보인다. 안도암이 가까워졌다는 얘기다. 안도암은 수만리 마애석불로 오르는 중간에 있는 작은 암자이다. 대나무숲을 지나 작은 돌계단을 오르면 안도암이 있다. 굳이 암자라는 티를 내지 않았다. 꾸밈도 없다. 허름한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암자라기보다는 50년 전쯤 시골집 풍경이 연상된다. 향수를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마애석불 가는 길은 안도암 뒤쪽으로 이어진다. 암자를 지나면 산 경사가 심해진다. 길가에 두꺼비를 닮은 바위가 발을 멈추게 한다. 왜 두꺼비 바위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간다. 덕분에 잠시 쉬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등산을 하다 보면 정상 근처에서 가장 힘든 구간을 지날 때가 많은데 바로 이 구간이 그런 곳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구간이 길지 않다. 조금만 오르면 거대한 마애석불과 마주한다. 엄청 큰 바위 위에 새겨놓은 마애석불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라북도 유형문화재 제84호인 수만리 마애석불은 통일신라 때 만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당시에 이런 거대한 불상을 새긴 것도 그렇고 이 험한 기도처를 찾아왔던 옛사람들도 대단하다. 마애석불이 새겨진 큰 바위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마침 바람길이라서 시원한 바람이 연신 스치고 지나간다. 충분히 휴식을 하고, 왔던 길을 따라 내려갔다. 내려갈 때 보이는 풍경은 올라올 때와는 또 다르다. 발걸음이 한층 가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