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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산책]완주 여름 숲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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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시 마실길 1구간

[완주신문]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었다. 여름에는 아무래도 더위가 신경 쓰인다. 더위를 해결하는 방법 중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열치열(以熱治熱, 열을 열로 다스린다는 의미)도 괜찮은 것 같다. 그래서 가볍게 운동할 수 있는 코스를 소개하려 한다. 완주의 여름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고종시 마실길이다. 고종시 마실길은 2개 구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위봉산성에서 시작해서 위봉폭포를 거쳐 학동마을까지 가는 1구간과 학동마을에서 대부재를 넘어 거인마을까지 가는 2구간으로 되어 있다. 이번에 소개할 곳은 고종시 마실길 1구간으로 시작은 위봉폭포에서 하려 한다. 위봉폭포 앞에는 간이 주차장이 있고, 원점 회귀가 가능해 편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위봉폭포로 내려가는 나무 계단에 서면 멀리 위봉폭포가 보인다. 시원한 물줄기가 하늘을 가르고 떨어지는 풍경이 장관이다. 폭포는 2단으로 되어 있는데, 위쪽은 가늘고 길게 뻗어 있고, 아래쪽은 굵고 짧은 모습을 하고 있다. 마침 물이 풍부해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고종시 마실길은 폭포를 지나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길가에는 싸리꽃이 피기 시작했다. 늘어진 가지마다 잔잔하게 달려 있는 보랏빛이 숲 색깔과 잘 어울린다. 길에는 야자수 매트가 깔려 있어 걷기에 편하다. 길 옆으로는 폭포에서 흘러온 계곡물이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어 귀가 즐겁다. 숲길을 따라 내려가면 삼거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송곶재 방향으로 가야 한다. 고종시 마실길 둘레길은 임도(林道, 숲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도로)로 되어 있고, 경사진 구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흙길이다. 임도를 보면 차가 다녔던 흔적이 또렷이 남아 있다. 차바퀴가 다녔던 곳에는 풀이 자라지 못하고, 그 옆에는 풀이 무성하다. 풀 중에는 질경이가 가장 많이 보인다. 길에서 자라는 풀이라서 길경이라 불렀던 것이 질경이가 되었다. 길에서 자라는 경우 차에 밟히고 사람들에게 밟혀 어려움이 있겠지만 질경이는 이것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밟혀도 손상이 많이 가지 않도록 잎을 진화시켰다. 질경이가 세상 살아가는 방식 하나를 얘기해 주고 있다. 

 

 

숲에서는 새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새소리뿐만 아니고 물소리 바람소리까지 합세해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룬다. 이것은 숲이 주는 선물이다. 열린 공간 너머로 건너편 숲이 다가온다. 숲은 벌써 짙은 녹색으로 바뀌었다. 여름을 상징하는 싱그러운 색이다. 그 숲 속에서 하얗게 빛나는 꽃이 보인다. 산딸나무꽃이다. 고종시 마실길에는 특히 굴피나무와 층층나무가 많이 보인다. 굴피나무의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열매다. 독특한 열매 덕분에 굴피나무가 있는 곳을 쉽게 알 수 있다. 층층나무의 경우 가지가 층을 이루며 자라고 있어 다른 나무들과 구분이 된다. 봄에 꽃이 필 때는 층을 이루며 하얗게 피어 있는 풍경이 인상적인 나무다.

 

 

숲길은 산 모양을 따라 굽이굽이 돌아서 간다. 절대로 길 전체를 한꺼번에 보여주지 않는다. 일정 구간 나타났다가 이내 뒤로 사라진다. 앞에 보이는 숲길도 끝부분은 숲에 가려져 있다. 그래서 어떤 숲길이 나타날지 기대를 안고 걷게 된다. 나무 사이로 비추는 빛은 예쁜 그림을 그려놓기도 한다. 임도를 걷는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이런 점이다. 적당한 빛이 있어 숲에 생기가 넘친다. 길은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지만 특별히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중간에 한번씩 경사진 구간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러다 두 번째 쉼터를 지나면 송곶재다. 이곳부터 시향정까지 가는 구간은 경사가 있는 편이다. 고종시 마실길 자체가 산 하나를 넘어가는 코스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당연한 것 같다. 다른 둘레길과 달리 이런 구간이 있어 약간은 등산 기분이 들기도 한다. 산 고갯마루에는 시향정(枾香亭) 정자가 있다. 시향정에 오르자 시원한 바람이 스치고 지나간다. 시향정부터는 내리막길이다. 내려가는 길에 감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멀리 있어 잘 보이지는 않지만 감꽃이 필 시기가 지났기 때문에 감나무는 작은 감들을 가득 품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맑은 가을날 붉게 물든 감을 내어주리라.

 

숲길을 빠져나오면 다자미마을이 나오고 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학동마을이다. 산에서 흘러온 계곡물이 학동마을 앞으로 흐르고 있고, 계곡에 정자와 느티나무 고목이 줄지어 있어 아름다운 풍경이다. 학동마을을 지나면 입석마을이 보인다. 입석마을부터는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다. 갓길을 이용해서 조심스럽게 걸어 위봉폭포에 도착했다. 약 4시간 정도 걸렸다. 고종시 마실길 1구간은 완주의 여름 풍경을 느끼기에 좋은 코스였다. 여름날 더위를 떨치고 싶을 때 고종시 마실길을 걸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