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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산책]송광사와 위봉사를 찾아서

[완주신문]벚꽃이 흩날리고 나면 산은 봄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겨울과는 완연히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겨우내 건조했던 풍경에 생기가 돌면서 촉촉함이 묻어난다. 아름답다는 말 외에는 특별히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이 시기는 무엇을 해도 잘 어울린다. 코로나19로 활동에 제약을 받는 언택트 시대에는 드라이브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연둣빛으로 물든 풍경을 바라보며 달리는 기분은 최고다. 가다가 잠시 내려 산책도 겸할 수 있는 코스라면 금상첨화겠다. 전라북도 완주군에 있는 송광사와 위봉폭포로 이어지는 길이 바로 그런 코스다.

완주군 송광사로 가는 길은 벚꽃 터널로도 유명한 곳이다. 주변에는 BTS가 다녀가면서 더욱 유명해진 오성한옥마을과 카페들이 있어 계절에 관계없이 많이 찾는 절이다. 송광사에서는 한창 부처님 오신 날 준비에 바쁘다. 보통 절에서는 마당에 줄줄이 등을 다는 것이 익숙한 풍경인데, 송광사에서는 등으로 탑을 만들었다. 절 바깥에도 있고, 절 안쪽으로 들어가면 절 마당에도 등탑이 여러 개 있다. 색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마당가에 핀 하얀 목단이 참 곱다. 어느 꽃송이는 살짝 분홍빛이 감돌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순백이다. 송광사 안에는 목단 외에도 눈에 띄는 나무가 여럿 있다. 부처님이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리수나무가 있다. 대웅전 뒤편에도 있고, 일주문 근처 화단에도 작은 나무가 한 그루 있다. 일주문 밖 담장에 있는 보리수나무는 키가 꽤 큰 편이다. 일주문 근처 은행나무 가지 사이에는 팽나무 한 그루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우리네 한 지붕 세 가족 풍경과 닮았다. 

송광사에서 나와 위봉사 방향으로 가다 보면 오성한옥마을을 지난다. 오성한옥마을에는 카페와 식당들이 있어 잠시 머물다 가기 좋은 곳이다. 오성한옥마을은 산 경사로를 이용해서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마을을 지나 위봉사로 가는 길은 몇 구비를 느긋하게 돌고 돌아간다. 오르막이 둔해질 즈음에 고갯마루가 나온다. 고갯마루에는 위봉산성이 있다. 이곳 역시 BTS가 다녀갔던 곳이다. 산성 일부 구간을 복원해 놓았다. 잠시 들러 기념사진을 찍어도 좋을 곳이다. 오른쪽 산성을 따라 등산로가 있어 산성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다. 

 

위봉산성에서 내려와 고개를 넘으면 위봉마을이 나온다. 마을 중간쯤에서 왼쪽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위봉사 주차장이다. 위봉사는 산 중턱에 세운 절이라서 일주문부터 계단을 이용해서 올라야 한다. 그렇게 몇개 문을 지나면 절 마당에 선다. 마당을 중심으로 전각이 둥그렇게 배치된 구조이다. 언제 보아도 아담하면서도 깔끔한 인상이다. 이곳에도 역시 부처님 오신 날 준비를 하고 있다. 위봉사는 송광사와는 달리 나무에 등을 달았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모이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해서 그런지 연등을 많이 준비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분위기가 차분하다. 

위봉사를 나와 동상면 방향으로 내려가면서 작은 터널을 지나면 위봉폭포 입구가 나온다. 위봉폭포 가는 길은 나무 계단으로 되어 있어 편하게 다녀올 수 있다. 입구에 서면 멀리 위봉폭포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직은 숲이 많이 우거지지 않아 폭포의 윤곽이 또렷이 보인다. 계단을 따라 폭포에 다가갈수록 폭포의 모습이 더 선명해진다. 이 계단길은 고종시마실길 1코스이기도 하다. 위봉산성에서 시작해서 위봉폭포를 거쳐 임도를 따라 동상면 학동마을까지 가는 길이다. 지금 시기는 고종시마실길 걷기에도 좋은 날씨다. 

 

위봉폭포를 지나서 더 내려가면 동상저수지와 대아저수지 호반길을 따라가는 드라이브길이 이어진다. 위봉폭포까지는 산책을 겸한 드라이브 코스였다면 위봉폭포부터는 본격적인 드라이브 코스이다. 시간이 된다면 이 코스도 함께 돌아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