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후원하기

[완주산책]벚꽃 핀 구이저수지 둘레길을 걷다

[완주신문]겨울은 단단한 방어선을 구축하고 봄을 대비했다. 예년에 비해 매서운 강추위를 뽐내기도 했던 터라 나름 여유도 있었다. 매년 겨울에도 푸름을 유지하며 언제나 기세등등했던 대나무 군락지를 여지없이 항복시켜 가는 곳마다 뚜렷한 흔적을 남긴 것을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봄은 겨울의 움직임에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그 거센 흐름을 아무리 강했던 겨울도 막을 수는 없었다. 제대로 손쓸 겨를도 없이 겨울은 무장해제를 당하고 봄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그렇게 찾아온 봄은 꽃으로 계절이 바뀌었음을 전국에 알렸다. 매화, 산수유꽃을 시작으로 봄꽃 향연이 시작되더니 이내 벚꽃이 온 나라를 하얗게 물들였다. 드디어 완연한 봄이 되었음을 선언했다.

 

 

완주군도 예외가 아니다. 곳곳에서 화사하게 핀 벚꽃이 겨우내 움츠려 있었던 마음을 다독거려준다. 요즘은 완주군에도 예쁜 벚꽃길이 많아 굳이 어느 한곳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곳을 하나 선택한다면 구이저수지를 꼽는다. 벚꽃 구경과 함께 구이저수지 둘레길 산책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이저수지 둘레길은 저수지를 한바퀴 순환해서 걷는 코스와 중간에 있는 술테마박물관까지 다녀오는 코스가 있다. 둘레길 걷기의 시작점은 접근하기 편한 곳을 선택해도 되지만 벚꽃이 피는 시기에는 구이면 소재지에서 가까운 구이저수지 제방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구이저수지 제방 아래에는 수령이 꽤 되어 보이는 벚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자연스럽게 늘어진 가지마다 사랑스러운 벚꽃이 가득하다. 두런두런 정겨운 속삭임이 흩어지는 벚꽃 행렬 앞에 서면 순간 말을 잊게 된다. 그 어떤 수사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이 밀려온다.

 

 

걷기를 멈추고 그저 꽃길을 바라보는 일에만 열중한다. 둘레길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도 순간 잊고 말이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걸음을 옮겨 옆 제방으로 올라섰다. 제방 중간쯤에 서면 벚꽃길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 제방 아래쪽에서 보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벚꽃길 전체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는 제방 중간쯤에 올라 보는 것이 좋겠다. 다시 제방을 내려가 천천히 벚꽃길을 걸었다. 가능하면 벚꽃 기운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속도를 늦추어 걸으면서, 숨을 길게 들어 마셨다가 서서히 내뱉었다. 기분이 상쾌해짐을 느낄 수 있다. 벚꽃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제방 위로 올라섰다. 탁 트인 구이저수지 풍경이 시원스럽다. 연둣빛으로 물든 버드나무 반영도 예쁘고 저수지 건너편 산을 파스텔 톤으로 물들인 산벚꽃 풍경도 보기 좋다. 

 

제방길을 따라 술테마박물관을 목표로 걸었다. 제방이 끝나는 지점에서 숲길로 접어든다. 숲에도 역시 봄이 깊숙이 찾아왔다. 산벚꽃은 물론 산목련꽃도 활짝 피었다. 구이저수지 둘레길은 저수지를 따라 만들어져 있지만 저수지 가까이 걷기도 하고, 중간중간 이런 숲길을 걷는다. 숲길이 끝나면 다시 저수지를 가까이 보면서 걷는 길이다. 데크길로 되어 있는 구간은 특히 분위기가 좋다. 저수지 건너편으로 이제는 모악산이 보인다. 봄기운을 느끼며 걷다 보면 하트 조형물이 나온다. 사랑의 자물쇠를 거는 이벤트 장소이다. 이곳은 술테마박물관으로 가는 입구이기도 하다.

 

 

술테마박물관은 둘레길을 벗어나 작은 고개 너머에 있다. 술테마박물관을 돌아보고 왔던 길을 되돌아 구이저수지 제방 방향으로 향했다. 봄의 기운은 듬뿍 받아 건강해진 느낌이다. 벚꽃이 지고 숲이 연두색으로 옷을 갈아입게 되면 그때는 구이저수지 둘레길 전체를 걸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