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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혼 이끌 인재 양성 ‘전주예술중’

빠른 진로선택으로 학습 집중 높아
공연 및 전시 등으로 사회통합 참여

[완주신문]백년대계 ‘교육’을 살펴보면 해당 지역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 이에 완주군내 교육기관을 둘러보고 각 학교들이 추구하는 교육목표와 특성, 사라져가는 분교의 가치 등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지려 한다. 이번에는 완주군 모악산 자락에 위치한 전주예술중학교를 찾았다. 이 학교는 예술전문인 양성을 목표로 1996년 설립 인가를 받은 후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을 배출해왔다. 학교에서 제시한 핵심 주제는 즐거운 학생, 만족하는 부모, 행복한 선생님이다. 전주예술중학교 박찬국 교감을 만나 이런 가치들이 어떻게 교육현장에 적용되는지 들었다. [편집자주]

 

 

일반 중학교가 교과 중심의 교육을 한다면, 전주예술중학교에서는 교과 교육에다가 학생의 전공에 해당하는 예술 영역이 추가된다. 특히 예술 전공 관련 시험제도를 마련해 학생의 성장정도를 체크하며 발전에 뒤처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교육이 진행되는 방식을 비교해보면 일반중학교 다니는 학생이 예술적 감수성을 보일 경우, 자녀의 예술적 재능을 키우려고 학부모는 학교 수업 외에 사교육을 시켜야한다. 이 경우 학생에게 사교육 스트레스까지 가중된다. 반면, 예술중학교 학생들은 자신의 선택에 따라 전공과목을 선택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재능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뒷받침을 해준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자기 전공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고 전문가가 되겠다는 열의로 열심히 노력한다. 교과 공부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 학생도 공연무대에 서면 온갖 생기를 발하는 눈빛으로 혼신을 다해 열정을 쏟아 낸다.

 

■빠른 잠재력 개발이 중요
전주예술중학교는 음악, 미술, 무용에서 각각 15명씩 모집해 학생들에게 내제된 예술적 잠재력을 최대한 개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예술 영재들은 어린 때부터 그 기량이 드러나는데, 적절한 시기에 이런 소질을 깨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대체로 예술 영재들은 일반적이 학습자들보다 예술 교육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자기 분야에 대한 흥미가 높은 편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교육하는 입장에서도 예술 영재를 금방 알아 볼 수 있다. 이런 사정들을 고려할 때 예술 영재 교육은 아이들을 다양한 경험에 노출시켜 빠르게 전공분야에 진입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교과공부 병행으로 입시 준비
전주예술중학교에는 입시 실정을 고려해 학생이 교과목에 소홀하지 않도록 여러 방식의 제도를 마련했다. 그 일환으로 ‘별밤’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것은 수업 종료 후 기숙사 학생들과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학과목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전공과 학과목 공부를 병행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인다. 학생들은 자기 전공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욕심과 뚜렷한 목표를 두고 공부하기 때문에 일반중학교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학업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학생들의 밝은 표정과 자신감 있는 태도를 보면 얼마나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지성을 갖춘 예술인, 융합교육
학업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주제 선택 융합교육도 한다. 예술을 중심에 두고 다른 여타의 과목들을 융합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소설 ‘어린왕자’를 매개로 과학, 수학, 미술 등을 접목시킨다. 작품 속 어린왕자의 소행성에서 지구까지 거리 구하기, 소행성의 토질이 어린왕자가 키우는 장미 생장발육에 적합한지를 고려해 지질을 분석한다. 이것을 미술로 표현하게 하고 음악으로 느끼게 하면서 학생들이 융합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 이 밖에도 전주의 역사를 매개로 국어와 미술을 연결하기도 한다. 이런 융합적 사고가 예술적 감수성을 키우고 동시에 교과 학습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졸업생 90% 예술계 진학
졸업생 중에서 90%정도는 예술계 고등학교로 진학하고 나머지는 일반계 고등학교로 간다. 예술중학교의 경험이 예술고등학교로 연계될 경우 이미 진로가 결정돼 전공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 이런 점에서 예술중학교는 전공탐색 교육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중학교에 다니는 동안 예술에 대한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세부전공까지 먼저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리하다. 일례로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위해 매달 콩쿨이나 공연, 우수 연주회 등을 개최한다. 또 미술 전공자에게는 전시회를 열어 자기 기량을 펼치고 가늠하며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일반고로 진학하는 학생들 역시 자기 적성을 찾아 대입 준비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별밤’ 같은 학습프로그램이 중등과정에서 필요한 기본 학습능력을 강화한다. 

 

이외에도 하브루타 수업으로 선·후배간의 만남을 주선한다. 같은 세대의 선배로부터 듣는 한마디가 기성세대의 백마디 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최근 입시를 경험한 선배는 후배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후배의 물음에 답함으로써 자신들의 진로 결정에 도움을 주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인정받는 졸업생  
전주예술중 졸업생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재 국립 국악원에 김설향과 김지우, 부산국립국악원 성악단에 정윤형, 유니버셜 발레단 프리마돈나 김영진, 고아주시립 발레단 수석으로 김민영이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졸업생들이 여러 예술분야에서 인정받고 있으며 열정적으로 활동 중이다.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예술인 
전주예술중학교 최초 설립자는 황경수 신부다. 황경수 신부는 전주가 예술의 본 고장임에도 이 고장의 예술혼을 이끌어갈 인재가 없다는 점에 통감하고 문화 예술인 양성을 목표로 학교를 설립했다.

 

예술중학교 학생들은 평소 연마한 재량을 공연이나 전시 또는 벽화 그리기 등을 통해 예술을 사회 공동체로 환원하려 노력한다. 예술은 사회 통합을 이끌어가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이에 학생들은 일찍부터 공연 및 전시를 통해 이런 것을 경험한다. 

 

박찬국 교감은 “교사들은 평소 학생들에게 상호 존중의 태도와 자기 전공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교육한다. 자율과 책임을 균형 있게 가르쳐야 배려와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인성 교육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또 학부모는 자녀가 스스로 해 낼 수 있도록 믿고 기다려 주며 자녀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부모의 믿음은 자녀를 굳건하게 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토대”라고 말했다.

 

 

■예술은 정시 비율 높이면 안돼
입시제도가 정시비율이 높아지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입시 정책은 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개발을 저해할 수 있다.

 

박찬국 교감은 “학생들은 저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르고 소질도 다르다. 국가 교육의무는 이런 다양한 재능을 일깨우고 강화시켜주는 것이다. 그런데 정시비율을 자꾸 높이는 것은 하나의 잣대로 학생들의 다양한 재능을 깎아내어 획일화된 인재로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 입시제도 방식이나 이보다 더 높은 정시비율을 적용할 경우, 예술 분야의 학생들은 자신에게 내제된 예술적 감수성을 민감하게 하는 훈련보다 교과 학습을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다면 출발점이 달라져 다른 나라 예술인에 비해 우리나라의 예술가들은 전공을 다루는 기량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 예술이 살아야 문화가 발전한다. 이 점에서 보면 수능 정시 비율을 높이는 것은 옳은 교육방향이 아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