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을 앞두고 고향을 찾는 출향인들을 반기기 위해 마을과 주민단체 등이 내건 ‘고향 방문 환영’ 현수막이 철거되면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불법 현수막이라면 행정기관이 관련 법에 따라 정비하는 것은 당연하다. 도로변 곳곳에 무분별하게 설치된 현수막은 도시미관을 해칠 뿐 아니라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를 가려 안전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현행 옥외광고물 관련 법령에서도 현수막은 원칙적으로 신고 대상 광고물로 규정하고 있다. 비영리 목적의 현수막이라고 해서 모두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법에서 정한 관혼상제나 학교행사, 종교의식, 안전·교통 안내 등 일정한 경우에만 허가·신고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지정된 장소가 아닌 도로변 등에 임의로 설치한 고향 방문 환영 현수막을 행정기관이 정비했다고 해서 그 자체를 잘못된 행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법의 정당성과 별개로 아쉬움은 남는다.
명절을 앞두고 내걸리는 고향 방문 현수막은 정치인이나 특정 단체를 홍보하기 위한 것도, 상품을 팔기 위한 상업광고도 아니다. 객지에서 생활하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는 사람들에게 ‘어서 오십시오’,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를 전하는 마을 공동체의 작은 표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이런 현수막 하나가 명절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생활하는 출향인들에게는 마을 입구에 걸린 한 장의 현수막이 어린 시절 고향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주민들에게는 오랜만에 돌아오는 이웃과 가족을 맞는 인사가 된다.
그런 현수막까지 정치성·상업성 현수막과 똑같이 취급해 일률적으로 철거한다면 법 집행은 깔끔할지 몰라도 명절을 맞는 농촌의 정서는 그만큼 삭막해질 수 있다.
행정은 법을 지켜야 한다. 불법 현수막을 방치하면서 누구의 것은 철거하고 누구의 것은 남겨두는 식의 자의적 행정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좋은 행정은 법을 집행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법을 지키면서도 주민의 생활과 지역의 정서를 얼마나 세심하게 담아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도 행정의 역할이다.
정치적 주장도 없고 상업적 목적도 없는 고향 방문 환영 현수막 한 장까지 사라진 명절 거리를 보며 아쉬움을 느끼는 주민들이 있다면, 그 목소리 역시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무조건적인 철거나 무분별한 허용이 아닌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 법질서는 지키되 고향을 찾는 사람을 반기는 농촌의 따뜻한 인사만큼은 지켜낼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